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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다른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최근 데이식스(DAY6)에 빠진 나날을 보내고 있다. 데이식스가 내 일상에 들어오며 내 하루, 특히 밤 10시부터 12시는 큰 변화를 겪었었다. 바로 영케이가 진행하는 ‘데이식스의 키스 더 라디오’ 청취가 내 습관이 되었다.

 

줄곧 차에서 누군가에 의해 틀어지는 라디오를 듣게 되는 것(이마저도 에어팟을 끼면 듣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을 제외하곤 내 손으로 직접 라디오를 찾아서 듣는 것이 참 오랜만이다. 어렸을 때 ‘슈퍼주니어의 키스 더 라디오’를 잠시 들었던 이래로 10년이 넘었다.

 

처음 라디오를 듣기 시작한 것은 오로지 디제이 영케이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점점 라디오 속 콘텐츠에 빠져들고, 라디오에 진심이 되어갔다. 라디오를 듣기 위해 밤 10시 이전엔 집에 꼭 들어가는 습관까지 생겼다. 매일 사연을 남기고, 라디오를 들으며 코너에 댓글을 남기며 정말 열혈한 청취자로서 매일매일 내 밤의 페이지는 채워졌다.

 

그런데, 데이식스의 키스 더 라디오가 끝나버렸다. 영케이가 디제이에 하차한다는 기사가 나고 매일 보이는 라디오의 댓글창은 울음바다였다. 슬픈 마음도 이해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라디오가 슬픔으로만 채워진다는 것이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라디오는 흘러갔고, 라디오의 진행자 영디(영케이 디제이)는 변함없이 남은 시간도 평소처럼 진행해 주었다.

 

데키라(데이식스의 키스 더 라디오)가 끝나는 날이 다가올 때마다, 매일 좋은 말로 라디오의 오프닝을 열어주는 것도, 이 세상에 존재해 하루를 살아가는 누군가의 소소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하루도 다시금 생각해보는 것도,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음악을 누군가에 의해 들어보게 되는 것, 무엇보다도 나의 잠을 걱정해주는 누군가와 이별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못내 아쉬웠다. 수도 없이 겪던 이별이지만 이번 이별도 아쉬움이 가득했다.

 

청취기간은 두 달 남짓 하지만, 그 누구와도 매일매일을 2시간 동안 교류하진 않기에 더 애정이 생긴 것은 아닌가 싶다. 처음엔 오로지 스타에 대한 애정으로 시작했던 라디오 청취가 생각보다 내 밤을 안온하게 해주었고, 사연을 작성하며 내 하루 속 소소한 것들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알게 되었으며,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해주었다. 라디오의 특성상, 이 콘텐츠를 디제이 혼자 채워가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참여가 필요했기에 더욱 애틋함이 쌓인 것은 아닌가 싶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요즘엔 정말 재밌고 새로운 콘텐츠들이 많아 뭘 봐야 할지 고르기도 어렵다. 이런 시대에 라디오를 듣는다는 것은 나에게 낭만이 있는 행위이기도 했다. 열심히 사연을 적다 보면 가끔 나의 사연이 디제이의 입에서 나왔고, 그렇게 설렐 수가 없었다. 음악을 듣는 코너에선 새로운 곡을 접하며 이 곡에 대해 진지한 감상평을 남기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담은 코너엔 해결책을 진지하게 함께 고민해 보기도 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침대에 누워 릴스를 볼 시간에, 불특정 다수와 함께 라디오를 들으며 일상, 고민을 비롯해 위로, 축하 등 좋은 말들을 듣다 보면 2시간은 순식간에 지났다. 물론 디제이에 대한 팬심도 있겠지만 라디오 자체가 나에겐 참 생소하면서도 뭔가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있어 낭만을 되찾을 수 있을뿐 더러 정말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참 힐링인 시간이었다.

 

마지막까지 청취자들이 잘 살길, 잘 자길 걱정하는 디제이의 모습을 보니 마지막이 실감나기도, 아쉽기도 끝이라고 생각하니 슬프기도 참 여러 감정이 섞였다. 누군가가 잘 자길 기도하는 것은 그 사람의 행복한 내일을 바라는 것이라는 말이 참 인상 깊다.

 

그저 매일 청하는 ‘잠’인데, 이 잠은 내일의 시작이자 누군가의 하루를 좌우하기도 하며, 매일 2시간을 알고 있는 정보가 이름이 전부인 사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가깝지만 멀 수밖에 없는 디제이와 청취자의 관계에서 빌어줄 수 있는 것이 ‘잘 자는 것’이라, 누구보다도 나의 ‘잠’을 빌어주는 이 시간이 참 든든했다. 그리고 매일 듣는 ‘잘 자라 내 사람아’라는 말이 정말 효과가 있었는지 자기 전 2시간 조곤조곤 목소리를 들을 수 있던 라디오의 효과였는지 중간에 깨는 일이 빈번했던 내가 잠을 푹 자곤 했다. 어쩌면 라디오를 듣고 ‘잠의 귀중함’을 알게 되어 그런 걸지도 모른다.

 

아무튼 7월이 시작되며 ‘데이식스의 키스 더 라디오’는 끝났다. 아쉽기도, 라디오의 재미를 붙여준 소중한 경험이기도 해 글로 남겨본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참 잘 잤으면 좋겠다. 잘 자서 내일의 소소함을 경험하고, 행복해하고 그런 하루가 매일 됐으면 좋겠다. ‘잘 자라 내 사람아, Goo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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