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른은 아이를 이해할 수 있을까? [도서/문학]

천사 같은 아이들, 어른의 눈으로 바라보기
글 입력 2024.07.1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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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를 미워해도 되나요?』는 총 5편의 단편이 수록된 청소년 문학책이다. 수록된 단편의 제목은 < X-파일 >, <리모컨>, <천사를 미워해도 되나요?>, <양팔 저울>, <장대비>로 각 단편마다 각기 다른 아이들과 이야기가 전개된다. 각 단편에서는 여러 갈등에 놓인 아이들이 중심인물로 등장한다.

 

그 아이들은 곁에 있는 이들과 갈등을 겪고 그 후 친구나 가족 또는 자기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스스로 무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려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의지로부터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장한다.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이 처한 갈등과 그 갈등에서 오는 아이들의 고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아이들이 하는 고민은 그저 아이들의 고민일 뿐, 그것이 어른의 고민으로 이어질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모든 작품을 읽어보고 그 생각이 바뀌었다. 아이들의 고민은 어른이 해결하지 못한 고민이고 때때로 그 고민은 어른이 아이에게 쥐어준 고민일 수도 있다.

 

 

 

1. 아이들이 맞닥뜨리는 고민은 결국 어른의 문제이다.


 

<장대비>, < X-파일 >에서는 중심인물과 그 인물의 가족이 같이 등장한다. 이 단편에 등장하는 중심인물은 가족 간의 갈등을 겪고 있거나 그 갈등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이다. 중심인물의 이야기와 함께 그 가족이 가진 불화가 드러나면서 인물이 가진 고민거리가 가족의 속사정과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장대비>는 남들이 훌륭하다고 말하는 부모 밑에서 성장하는 아들이 중심인물로 등장한다. ‘두규’는 자신과 한 마디 상의 없이 시골로 내려온 부모에게 반감이 있으면서도 그 속내를 말하지 못한다. < X-파일 >은 사내다움을 강조하는 아빠 밑에서 반감을 가지는 아들이 중심인물로 등장한다. 이야기의 시점은 그 아들의 동생의 눈에서 전개되지만 갈등의 중점에 놓인 인물은 그 오빠 ‘재완’이다. 동생은 아빠와 오빠의 관계를 제 3자의 눈으로 보여주며 그 속에서 상처 받는 가족 구성원을 그린다.

 

두 단편은 공통점이 있다. 아이가 겪는 갈등의 원인이 부모와의 어긋나는 소통이라는 점이다. <장대비>의 ‘두규’는 만화를 그리기 원하지만 부모는 그러한 ‘두규’의 행동을 반대하고 그만두길 원한다. < X-파일 >에 등장하는 ‘재완’ 또한 시 동아리에 들어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하지만 아빠의 반대에 맞닥뜨린다.

 

두 아이의 공통점은 아이의 꿈을 나서서 반대하는 인물이 다른 누구도 아닌 가족 구성원이라는 점에 있다. 그리고 여기서, 책을 읽은 독자는 가정 내 불화가 결국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아이와 부모의 소통에서부터 야기되었음을 깨닫는다. 두 단편에 등장하는 부모 모두 그들이 바라는 아들상이 존재한다.

 

하지만 두 부모의 문제점은 아들과 소통하지 않은 채 그 아들상을 자신의 아들에게 투영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아들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커가길 원하고 그렇게 커야만 아들이 올바른 길로 들어섰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의 아이를 자신과 동등한 하나의 인격체로 인지하지 않는다.

 

아이를 자신의 통제 안에 가두려고 하고 제 말을 듣지 않을시 아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아이를 억압한다. 이는 아이들에게 있어 크나큰 갈등과 고민으로 다가온다.

 

<장대비>의 ‘두규’는 이제껏 자신이 그려오던 만화가 부모에 의해 한순간에 삭제되었고 다시는 그리지 말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 상황에 놓인 ‘두규’는 부모에게 큰 반감을 가진다.

 

 
“뭐가 나쁜 건데! 아빠는 아빠 마음대로 결정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건 왜 무조건 나쁜 거냐고! 왜 난 친구들과 싸우면 안 되는 건데, 왜 난 늘 사과만 하고 지내야 하는 건데, 왜!” 최나미, 『천사를 미워해도 되나요?』, 한겨레아이들, 2012, 177페이지.
 

 

< X-파일 >의 ‘재완’은 아버지와 대척점에 서 있으며 집에 있는 내내 아빠의 폭력에 놓이기 일쑤이다. 그래서 결국 ‘재완’은 아빠로부터 멀어지고자 한다.

 

 
“이거 놔요! 집에는 안 간다니까요. 날 그냥 체포하라고요! 내가 그랬어요! 내가 부쉈다고요! 부탁인데, 제발 교도소에 날 처넣으라고요! 아빠 없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상관없다잖아요! 제발요!” 최나미, 『천사를 미워해도 되나요?』, 한겨레아이들, 2012, 42페이지.
 

 

결말부에서 ‘재완’이 말한 대사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차라리 교도소를 원할 정도로 아빠와 틀어진 아이의 모습이 부모는 아이에게 어떠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이 두 단편을 읽으면서 아이들이 맞닥뜨리는 고민은 아이를 존중하지 않는 가장 가까운 어른, 즉 부모로부터 야기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부모는 아이와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않고 애초에 아이와 소통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더불어 청소년 문학에서 아이들이 겪는 갈등은 아이의 문제로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를 가장 억압하고 꿈을 짓밟는 건 가장 가까운 부모가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가 인상 깊었다.

 

 

 

2. 사람은 절대적으로 선하지도, 절대적으로 악하지도 않다.


 

<천사를 미워해도 되나요?>은 선과 악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여기서 등장하는 ‘송연이’는 친구들과 선생님이 천사라 말하는 인물로, ‘규미’의 짝궁이 된 인물이다. ‘규미’는 ‘송연이’의 짝꿍이 된 후, ‘송연이’를 대변해 친구와 싸우고 화를 낸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송연이’는 ‘규미’가 답답해하는 행동―‘규미’가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계속해 하고 결국 이 둘의 관계는 틀어지게 된다. ‘규미’는 ‘송연이’를 보며 선과 악에 대해 생각한다. 아이들의 말을 빌리자면 선에 가까운 인물은 ‘송연이’이고 그와 대척되는 인물은 ‘규미’이다.

 

하지만 작품을 다 읽은 독자는 ‘규미’의 행동과 생각, 언행을 무작정 잘못되었다고 비난할 수 없다.

 

 
“나는 무조건 도와야 한다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반대쪽에서 생각할 마음도 없다. 나한테 억지스런 생각을 강요하는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뭐라고 반박할 틈도 없이 수업 마치는 종이 울렸다.” 최나미, 『천사를 미워해도 되나요?』, 한겨레아이들, 2012, 85페이지.
 

 

‘송연이’는 자신이 피해를 입으면서도 남을 도와주는 인물로, 그 도움의 보답은 대부분 돌려받지 못하는, 그럼에도 누구에게 화내지 않는 어쩌면 답답한 인물이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그러한 행동 덕분에 ‘송연이’의 행동이 더 빛나고 천사라 불리는 이유가 된다. ‘규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송연이’는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자신과 거리가 먼 인물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송연이’를 배척하지 않고 오히려 반에서 유일하게 ‘송연이’를 위해 목소리 내는 인물이다. 

 

이 단편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청소년 문학의 중심인물이 꼭 절대적으로 선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불어 중심인물이 그 선함을 추구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규미’는 사회에서 정의 내린 선함과 거리가 먼 인물이다. 하지만 ‘송연이’를 대신해 친구와 싸우고 화를 내주는 인물이다. 

 

사회에서 생각하는 선함은 어쩌면 ‘규미’의 눈에는 어느 한 개인을 옥죄는 답답한 규율로 보였을 수도 있다. 첫째, 화내지 않기. 둘째, 싸우지 않기. 셋째, 댓가 없이 누군가를 도와주기. 넷째, 도와주더라도 무언가를 바라는 티를 내지 않기.

 

하지만 이러한 행동을 하는 천사가 되는 게 옳은 일일까? 이렇게 만들어진 천사는 아이들이 걸어가야 할 올바른 방향일까? 과연 모든 아이에게 너는 정말 천사 같고 착하다, 라는 표현이 득이 될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과 악의 정의는 아이가 아닌 어른이 정의내린 단어이다. 어른은 아이에게 함부로 이 단어의 잣대를 들이밀 수 없고 들이밀어서도 안 된다.

 

 
“내가 좀 이기적이고 잘난 척하고 게으르긴 해도 남들한테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송연이가 등장한 뒤부터 나는 아주 이기적이고 끝도 없이 잘난 척하고 손도 못 댈 정도로 게으르고 못된 애가 되어 버렸다.” 최나미, 『천사를 미워해도 되나요?』, 한겨레아이들, 2012, 108페이지.
 

 

‘규미’는 천사라고 불리는 ‘송연이’와 비교 당하며 이기적이고 게으른 아이로 비춰지지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밝힐 줄 알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줄도 아는 아이이다. ‘송연이’도 어떤 부분에서는 ‘규미’를 난처하게 만들었으며 ‘규미’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아이였다.

 

‘송연이’와 ‘규미’를 보면서 절대적인 선과 절대적인 악은 없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품 내에서 이러한 인물의 특징은 그 인물을 더 입체적으로 만든다. 만약 ‘규미’가 절대적인 악인의 모습이었다면 작품은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다.

 

‘규미’가 이유 없이 ‘송연이’를 싫어했다면 ‘규미’의 모습을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규미’가 이기적으로 굴면서도 ‘송연이’를 나서서 챙겼기 때문에 이야기는 진행될 수 있었고 ‘규미’의 고민이 이해되었다. 인물의 입체감을 부여하기 위해선 선과 악의 경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람은 절대적으로 선하지도 않고 절대적으로 악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김예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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