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Project 당신] 어느덧 다가온 봄의 끝에서 [서간문]

이름표를 붙여본 적 없는 사랑에게

by 김가영 에디터
2026.04.22 19:49
이 브라우저에서 최근 읽은 글입니다.
      이전에 읽던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혜정 님!

         

      서간문을 연재하기로 하고 마침내 글을 쓰는 지금까지 하루 구석구석에 혜정 님이 계셨답니다. 순전히 ‘재밌겠다’는 단순한 감정으로 도전한 일이었는데요. 만난 적도, 대화한 적 없이 서로 쓴 글만 읽고 편지를 쓴다는 게 이토록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일 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펜팔을 주고받던 기분이 이런 걸까요?

       

       

      4.jpg

      혜정님의 글을 읽으며 저희 둘의 벤다이어그램을 그려보았어요.

       

       

      혜정님과 저는 관심사를 이루는 교집합이 매우 좁아요. 에디터, 아트인사이트. 그 정도예요. 같은 플랫폼에서 글 쓰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디서도 스쳐 지나가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그 점이 서운하기보다 신기했어요. 서로 다른 원 안에 살던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편지를 주고 받는다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니까요.

       

      혜정 님의 글들을 읽으며 받은 첫 인상은 '자신의 세계에 이름을 붙이는 데 공을 들이는 신중하고 꼼꼼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또한 저와는 다른 특별한 점이었어요. 저는 스스로를 '넓고 얕은 사람'이라 여기거든요. 꼼꼼하기보단 털털하고 호기심이 커서 이곳저곳에 흥미가 많은 저는, 타인의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디터'라는 직업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문득 마음 한편에 이런 질문이 떠올랐어요. ‘나는 단 한 부분이라도, 그녀처럼 내가 좋아하는 세계를 끝까지 파고들어 본 적 있던가.’ 특히 에이펙스 트윈에 관한 글을 읽을땐 묵직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애정하는 음악가의 열 여섯 개 이름,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 작업들을 따라가며 쓰신 이야기는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었거든요. 한 사람이 자신을 여러 얼굴로 흩뜨려놓는 방식에 대한, 팬으로서의 고찰이 담긴 ‘응시’였습니다. 단순히 좋아하는 마음에서 멈추지 않고 더 깊이 들어가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문장들이 거기에 있었어요.

       

      저는 보사노바가 왜 좋은지 누가 물으면 아마 "듣기 편해서요" 정도로 답할 거예요. 그 장르의 선구자였던 조앙 지우베르투의 기타 주법이 어떤 점에서 특별한지, 삼바에서 어떻게 갈라져 나왔는지 설명하지 못합니다. 취향과 깊이를 동반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요. 제가 좋아한다고 말해온 것들 앞에서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었어요. 나름 오래 곁에두었는제 제대로 살핀 적이 없었구나 싶어서요.

       

      그 글의 말미에 혜정 님은 이런 질문을 건네셨죠.


       

      나는 지금 어떤 이름으로, 어떤 얼굴로 살아가고 있을까? 앞으로는 어떤 얼굴로 살아가고 싶은가?

       

       

      저는 아마 습관처럼 계속 넓고 얕은 사람으로 살아갈 테지만, 좋아한다고 말해온 것 중 하나에는 정성 어린 이름표를 붙일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었습니다. 한 편의 글을 써보고 싶기도 하고요. 혜정 님이 저에게 건네주신 건 아마 그런 시도에 대한 용기인가 봅니다.

       

      편지를 쓰는 동안 창밖으로 해가 기울었어요. 혜정 님이 쓴 편지로부터 일주일이 흐른 지금, 그때 눈에 담으셨던 겹복사꽃은 어떤 모습으로 자랐을지 궁금합니다. 이 글을 보낸 뒤 저는 취향이라 불러온 것들을 찬찬히 돌아볼 생각이에요. 언젠가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찰나라 더욱 사랑스러운 봄이 떠나고 어느덧 여름이 오려고 합니다. 건강하시고, 또 좋은 기회로 찾아뵙겠습니다.

       

       

      1.jpg

       

      2.jpg

       

      3.jpg

      지난 주말 동네 산책하며 눈에 담은 풍경이에요. 이맘때라 더 사랑스러운. 혜정 님도 얼른 더 더워지기 전에 봄 산책 나서보시길 바라요!

       

       

      2026년 4월 22일 수요일

      가영 드림.

       

       

       

      김가영.jpg

       

       

      이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김가영 에디터의 인기글

      많이 읽힌 글 3편
      1. 01 [Opinion] 남매의 항해 일지, 개화를 위한 여정 [음악]
      2. 02 [Opinion] 바다로 향하는 사람들 - 세계 여성의 날에 부쳐 [사람]
      3. 03 [Opinion]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 We, Such Fragile Beings [미술/전시]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