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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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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MU 정규 4집 『개화(FLOWERING)』 앨범 커버와 트랙리스트 이미지. 크라프트 종이 위로 직접 써내려간 듯한 글씨체, 우표, 스티커가 어우러져 마치 악뮤가 세상에 부치는 한 통의 봄 편지 같다. ⓒ 영감의 샘터

 


오는 4월 7일 오후 6시, 악뮤가 정규 4집 『개화(FLOWERING)』 를 발매한다. 3집 『항해』 이후 약 7년 만의 신보다. 앞서 그들은 [AKMU: THE PAST YEAR]라는 제목의 27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해 봄부터 올해 2월까지 약 1년간의 에피소드가 담긴 이 기록은 언뜻 앨범 티저처럼 보이지만 두 사람의 인물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영상의 시작, 말간 얼굴로 나란히 앉은 두 사람. 대화하는 사이로 과거의 장면들이 불쑥 끼어든다. 원래 삶이 그러하듯, 웃음과 슬픔과 사랑이 뒤섞인 채 잔잔히 흐른다.

 

 

 

 

 

AKMU prequel: 항해의 시작


 

이 기록이 시작되기 전, 두 사람에게는 각자의 시간이 있었다. 먼저 찬혁의 경우 2021년 전역 후 이전과 조금씩 다른 행보를 이어갔다. 무대에서 자유분방한 제스처와 파격적인 패션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지디병이라는 별명이 붙으며 화제가 됐다. 전역 후 출연한 방송에서 그는 최근 변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과거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보다 수현의 페이스에 맞춰왔고, 때론 그게 고민인 적도 있었다고. "예전엔 모두 좋아하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꼭 모두가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이게 자유고, 지금의 나"라고 전했다.

 

첫 솔로 앨범 『ERROR』는 그 선언의 연장이었다. 삶과 죽음, 후회, 모순 등을 주제로 11곡을 선보였고, 그 서사를 무대 위 퍼포먼스로 연출했다. 관객을 등지고 노래하거나 삭발하는 등 "무대는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나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 곳"이라 설명했다. 이듬해부터는 창작의 고통과 영감의 원천을 주제로 한 체험형 전시 '영감의 샘터'를 기획하며 음악을 넘어 시각 예술로 창작 세계를 확장했고, 어느덧 그는 지디병이라 불리는 대신 '이찬혁'이라는 장르가 됐다. 그의 행보를 알고 나면, 영상 초반 수현에게 건네는 말이 어딘가 결연하게 들린다. 오래 가려면 '악뮤'가 아닌 너와 나의 이름이 조금 더 또렷하게 기억돼야 한다는 이야기.

 

 

"'항해' 앨범 직후부터 몇 년 동안 그런 얘길 했어요. 우린 이제 떨어져야 한다. 사람들이 우릴 떠올렸을 때 개개인의 이미지가 좀 더 생겨야지, 더 오래갈 거 같다. 솔로 아이덴티티가 많이 생겼고, 근데 제가 좀 더 그렇고. 생각보다 수현이는 그런 것들을 하려고 했으나 갑자기 나 음악 안 할 거다 그래가지고…."

 

/ 찬혁

 

 

한편, 수현의 시간은 한동안 멈춰 있었다. 불현듯 음악에 대한 부담감으로 찾아온 슬럼프가 삶을 집어삼켰다. 커튼으로 온 빛을 차단한 채 방 안에 갇혀 지냈다. 낮과 밤의 구분 없이 폭식을 반복하며, 자신에게 더 나은 미래는 없다고 생각했다. 자그마치 2년이었다. 찬혁은 수현이 스스로 바깥에 나올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고 결심했고, 그렇게 두 사람의 합숙이 시작됐다. [the past year]는 그 여정의 기록이다. 나란히 앉은 두 사람, 수현이 말한다.

 

 

"인생에 한번 엄청난 소용돌이를 만났다가, 이제 소용돌이는 지나갔는데 남은 지저분한 잔해들을 치우고 있는 것 같아요. 오빠가 옆에서 도와주고 있는데 잔해를 집어서 같이 치워주는 게 아니라-"

 

"- 감시?" (찬혁)

 

"감시. 잘 줍고 있나."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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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발매를 앞두고 합숙 훈련을 통해 하루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한 두 사람. 찬혁은 직접 일정표를 계획해 수현과 모든 운동 스케줄을 소화하고, 식단까지 초밀착으로 관리했다. ⓒ AKMU 유튜브 채널

 

 

시간은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오른다. 건강 회복을 위해 운동을 시작한 수현 곁에서, 찬혁은 함께 뛰거나 때론 독려하며 그 옆을 지켰다. 앨범 발매를 세 달 앞둔 올해 1월부터는 가평의 외딴 숙소를 잡고 본격적인 집중 훈련에 돌입했다. 찬혁이 직접 짠 운동 계획표를 보란듯이 배에 붙이고 다니는 우스꽝스런 모습과 수현의 캐리어를 불시 검문하거나 주머니에 몰래 숨겨둔 스팸을 뺏는 등 유쾌한 장면이 이어진다.

 

 

"이 추위를 이겨내면 수현이는 얼마나 성장해있을까. 그게 너무 기대가 되네요.”
 

/ 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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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른 팀 악뮤. 드넓은 바다를 곁에 두고 각자의 속도로 걸어간다. ⓒ AKMU 유튜브 채널

 

 

이 기록의 하이라이트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는 장면이다. 수현은 이미 가본 적 있는 곳. 이대로 살면 안 될 것 같다는 두려움에 친구와 무작정 떠났던 그 길에서, 자신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처음 마주했다. 다신 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그 엄청난 여정을 오빠와 함께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오빠는 과연 얼마나 잘할까, 또 얼마나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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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에게 산티아고 순례길은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결국 스스로 이겨내야만 한다는 걸 알려준 곳이자,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해준 곳이었다. ⓒ AKMU 유튜브 채널

 

 

그래서 같이 떠났다. 하지만 긴 여정 중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은 시간은 1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무리 중 찬혁은 항상 일등, 수현은 꼴등이었다. 그러나 변함없는 사실은 출발과 도착 시간이 달라도 결국은 숙소에서 만나 저녁을 먹고 다시 아침을 맞이한다는 것이었다.

 

 
"항상 오빠 옆자리에서 따라가려 노력했는데 그게 안 돼도, 저만의 속도로 걸어가도 우린 똑같은 걸 함께 해낸 사람들이 됐다는 게 저한테는 의미가 있었어요. 죽을 것 같이 힘든데 결국 내가 이겨내야 되는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냥 눈 딱 감고 계속 걷는 거 밖에 답이 없는 거예요. 너무 서러운데 서러워서 뭐 어쩔 거야 하면서 그냥 계속 계속 할 일을 계속 한 거죠."
 

/ 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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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4집 『개화(FLOWERING)』는 제주도의 한 스튜디오에서 녹음됐다.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처음으로 외부에서 진행한 녹음이었지만, 우려와 달리 예상보다 빠르게 마무리됐다. 찬혁은 "러프한 면이 있긴 하지만 이번 앨범 키워드 자체가 자연스럽고 가공되지 않은 느낌이다 보니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고 전했다. ⓒ AKMU 유튜브 채널

 


시간이 흘러 2025년 4월, 악뮤가 제주도에서 신곡을 녹음하며 춤을 추고 깔깔 웃는 비하인드가 이어진다. 좌절과 슬픔 뒤로 마주하는 한줌 햇살 같은 행복. 영상에 담긴 여러 감정들을 마주하고 나니, 그들이 왜 이 모든 날을 기록했고 우리에게 보여주기로 했을지 짐작 되었다. 감정의 소용돌이를 지나 순례길을 걷고 함께 목적지에 다다른 두 사람 안에 무언가 쌓였다. 그 비축된 것들을 이제 바깥에 내보내기로 한 것이다. 자신들의 노래 속 메시지를 삶으로 증명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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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우간다를 찾은 악뮤. 현지 아이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음악이 국경을 넘어 공동의 언어가 되는 순간이었다. ⓒ AKMU 유튜브 채널

 

 

수현이 말한다. 공동체와 사랑을 노래하며 정작 스튜디오에만 머무는 건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이라고, 노래의 힘을 실어줄 프로젝트가 있었으면 한다고. 찬혁이 덧붙였다. 음악 안에 '따뜻한 스프와 고기'를 담았다면, 이제는 진짜 스프와 고기를 건네야 할 때라고. 그 마음이 닿은 곳이 2026년 2월의 우간다였다. 영상 속 두 사람을 포함한 팀 '악뮤'는 그곳에서 현지 언어로 아이들을 위한 공연을 열어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개화 is coming


 

악뮤의 디스코그래피는 하나의 서사를 이룬다. 1집 『PLAY』에서 세계를 향해 뛰어들고, 2집 『사춘기』에서 성장통을 통과하고, 3집 『항해』에서 넓은 바다로 나아갔다. 항해에는 목적지로 나아가는 설렘이 있지만 그 안에는 거친 파도와 폭풍도 있다. 이들에게도 예외란 없었으나 무사히 건너온 끝에, 드디어 『개화(FLOWERING)』다. 꽃이 핀다. 데뷔 12주년 기념일인 4월 7일에 맞추어, 긴 시간을 함께한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스스로 세운 레이블 '영감의 샘터'에서 내놓는 첫 번째 결실로.

 

 

"저는 꽃이 핀다는 게 뭔지 체감을 하고 있어요. 왜 꽃다운 나이, 꽃다운 나이 하잖아요. 꽃이 핀다는 게 뭔지 느꼈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얘기거든요. 대부분은 그걸 지나서 안다고 하잖아요. 근데 다행히 저는 느끼고 있어요. 우리가 지금 꽃이 피는 시기구나."

 

/ 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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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7일 싹을 틔운 두 남매가, 꼭 12년이 지나 같은 날 꽃을 피운다. 왼쪽은 데뷔 당시 1집 『PLAY』 포스터, 오른쪽은 4집 컴백을 예고하며 공개한 폴라로이드 사진. 새싹이었던 그들이 마침내 개화하는 순간이다. ⓒ 영감의 샘터

 

 

‘개화(開花)’. 꽃이 핀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작가 김영하는 특별한 날 꽃을 선물하는 이유에 대해 이런 이야길 한 적 있다. 식물이 꽃을 피우는 건 온 힘을 다해야 하는 일이라고. 물이 충분해야 하고 햇빛도 맞아야 하고, 수많은 조건이 맞아떨어졌을 때 비로소 피어나는 것이라고. 그래서 축하하며 꽃을 건네는 행위는 결국 이런 말이 된다. 네가 여기 도달하기까지 겪어온 수고와 고통과 힘듦을 나는 알고 있다는 것. 수현과 찬혁이 마침내 꽃이 되었으니 우리는 활짝 핀 그들을 기쁘게 맞이한다.


[the past year] 를 마치며, 결국 다시 일어난 두 사람이 아직 겨울 속에 있는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는 듯 하다. 잘 차려입은 무대 위 모습이 아닌, 맨 얼굴과 질끈 묶은 머리, 정돈하지 않은 수염, 드러눕거나 주저앉은 모습들로. 우리도 이렇게 걸어왔다고. 눈 딱 감고 계속 걷다 보면 꼭 봄이 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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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ast year]를 통해 공개된 수록곡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의 가사 일부. 흐린 날도 시린 날도 결국 퍼즐 한 조각이 된다는 이 노래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날들의 요약처럼 읽힌다. ⓒ AKMU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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