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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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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이 되어서 운전면허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운전 면허증도 하나의 스펙이 될 것 같아서다.

 

내 주변에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나 또한 가고싶은 기관의 모집 요강이나 취업 후기 같은 것을 보면, 운전자를 우대한다는 조건을 많이 봤다.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출장을 가거나, 짐을 옮기거나, 타 업무가 생겼을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과 자차를 이용하는 사람의 효율성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해외 취업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말이 잘 안 통하는 국가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운전'과 같은 전문성을 하나라도 더 갖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드디어 19살 때부터 미뤄오던, 내 인생의 숙제 중 하나를 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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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취득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필기시험, 장내 기능 시험,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로주행 시험까지 합격하면 된다. 인터넷을 둘러보면 다들 이틀만에 합격했다느니, 필기시험은 공부를 하지 않아도 붙는다느니 같은 이야기가 많기에 운전 면허 취득은 쉬운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내 기대와는 완전히 딴 판이었다.

 

필기 시험을 공부하고자 유명한 어플을 깔고, 모의고사를 처음 쳤다. 그런데 처음에는 모의고사 하나를 완전히 다 풀지도 못하고 포기했다. 그 이유는 관련 지식이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운전에 대해 문외한인 나는 처음에 '적색 신호'가 무엇을 가르키는지도 헷갈렸다. 그냥 빨간 불이라고 하면 안 되나-. '좌측 방향지시등' 또한 무엇인지 몰랐다. 그냥 왼쪽 깜빡이라고 하지-. 이런 식으로 처음에는 생소한 용어를 익히는 것부터가 고통이었다.

 

인터넷 선배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어플 모의고사 4번 치니 넉넉히 합격했어요"와 같은 경험담이 많았다. 나는 각 유형당 모든 문제를 한 번이라도 봐야지 모의고사를 칠 수 있는 자격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제 수가 너무 많기에 그건 불가능했고, 역시 실전과 부딪혀야 더욱 성장이 빨랐다. 모의고사를 풀면 풀수록, 성적이 오르는 게 체감 되었다. 처음에는 30점이 나오다가, 50점, 55점, 78점, 72점 이런 식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모르는 용어가 있으면 바로 바로 옆에 있는 아빠 찬스를 쓰기도 하고, AI에게 묻기도 하며 운전 용어와 운전 규칙에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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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필기시험 날, 교통안전교육을 듣고난 후 간단히 근처 즉석 떡볶이점에 들러 점심을 떼웠다. 절대 틀리면 안 되는 5점짜리 비디오 문제와, 표지판 문제만이라도 다 보고가자는 생각으로 빠르게 복습했다. 이후 신체검사를 받고, 시험장에 입성해서 시험을 쳤다. 비디오 문제는 꼭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정신이 가장 또렷할 때 가장 먼저 풀었다. 아는 문제가 나올 때는 내적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고, 모르는 문제는 일단 찍고 넘어갔다. 시험을 종료하고 화면에 바로 나오는 점수는 72점, 합격! 나갈 때 검정원분께서 '축하해요'라는 말을 건네주셨는데 괜시리 마음이 더 좋아졌다.

 

장내기능 시험부터는 운전면허 학원에서 함께 준비했다. 4시간동안 담당 선생님께 연수를 받고, 시험을 치는 방식이었다. 나는 다행히도 너무 유쾌하고 자상한 운전 연수 선생님을 만나서, 100점으로 합격할 수 있었다. 물론 결과는 좋지만, 시험을 보기 전까지 내 멘탈은 굉장히 연약했다. 모두에게나 큰 고비인 T자 주차가 특히 어려웠는데, 다행히 실전에서는 실수 없이 해냈다. 며칠 전까지는 시동 거는 방법도 모르고, 액셀과 브레이크 위치도 모르던 내가 많이 성장한 게 느껴졌다. 핸들을 돌리면서 '내가 진짜 어른이 된 것 같다'는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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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단계인 '도로주행'은 아쉽게도 현재 진행형이다. 도로 주행이라 함은 실제로 도로에 나가서 A코스부터 D코스까지 총 4개의 코스를 주행하는 것이다. 수업 첫 시간부터 내게 운전대를 쥐어주는 수업 방식은 내게 충격이었다. '내가 도로에 나가도 될까...?'라는 두려움과 약간의 설렘을 안고 주행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방향 지시등을 키는 것도 익숙치 않았고, 차선 변경도 익숙치 않아서 많이 헤맸다. 그러나 점차 연습을 하며 그나마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첫 번째 도로주행 시험에서는 불합격했다. 그 이유는 실격을 당했기 때문이다. 나는 4코스 중에 가장 어려운 코스가 걸렸다. 육성으로 탄식을 내뱉었지만, 나는 2번째 순서라서 참관인으로서 차 뒷 좌석에서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나 너무 긴장했기 때문일까? 앞 사람과 자리를 바꾸는 과정에서 평소 잘 매던 안전벨트를 깜빡했다. 등받이 조절하고, 백미러 확인을 하면 뭐 하는가. 안전벨트를 안 매고 출발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시작조차 하지 못 하고 내 도로주행은 그렇게 끝나버렸다. 가장 먼저 든 감정은 '허망함'이었다. 속상했다. 그리고 내가 유튜브로 그렇게 본 탈락자들 중, 안전벨트 때문에 실격한 사람들도 많았는데 그게 내가 될 줄은 몰랐다. 눈물이 날 것도 같았지만 용감히 참고, 친구들에게 찡찡대기도 하고, 괜찮은 척을 하며 또 다시 도로주행 시험 날짜를 잡았다.

 

이번 주 토요일, 또 다시 도로주행 시험을 앞둔 이 시점에서 내가 어떤 도전의 길을 걸어왔는지 스스로 회고해볼 수 있는 글이었다. 한 단계 한 단계, 쉬운 단계가 절대 아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굉장히 사소한 일을 한 것 같지만, 나는 그 전과 달리 정말 많이 성장했다. 그렇기에, 나를 조금 더 믿고 용기를 내서 무사히 운전면허증을 손에 넣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후에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서 겪을 수 있는 교통사고를, 미리 방지해 줄 큰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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