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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봄'이 올 수 있을까 - 연극 '짬뽕' [공연]

짬뽕 한 그릇에 담긴 이야기

by 윤경주 에디터
2026.08.01 10:58

[극단 산] 2026 짬뽕 포스터(0615 최종).jpg

 

 

2004년부터 이어져 올해로 22주년을 맞은 연극 <짬뽕>을 감상했다.

 

극은 1980년대 5월, 민주화 운동이 벌어지던 광주를 배경으로 한다. 중국집 춘래원의 사장 신작로와 여동생 신지나, 배달원 백만식, 그리고 신작로의 연인 오미란 등 가족 같은 네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품은 '광주의 민주화 운동이 짬뽕 한 그릇 때문에 시작됐다면?'이라는 기발한 상상에서 출발하지만, 그 유쾌한 설정은 곧 시대의 비극과 맞닿는다.

 

 

짬뽕_장면 촬영_사진 장태준 (230).jpg

 

 

이 작품은 민주화 운동을 주요 소재로 담고 있지만, 참혹한 현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대신 가게 문을 열면 밀려드는 매캐한 최루탄 연기와 총성, 그리고 긴박한 상황을 담은 뉴스 속보를 통해 간접적으로 그날의 현장을 연상시킨다. 무대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와 분위기만으로도 관람객들은 당시의 공포와 혼란을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된다.


이러한 비극적인 시대상 속에서, 주인공 신작로가 차린 중국집의 이름은 '춘래원', 말 그대로 '봄이 오는 곳'이다. 1980년이라는 다소 의미 있는 배경 속에서 이 '봄'은 단순히 따뜻한 계절을 의미하는 것 같지 않았다.

 

기나긴 독재의 겨울을 지나 시민들이 염원해 온 민주화의 희망을 품은 간절한 '봄'이었다.

 

 

짬뽕_장면 촬영_사진 장태준 (319).jpg

 

 

작품은 블랙코미디라는 장르의 특성을 활용해 군부 독재의 야만성과 억압적인 시대상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중국집 간판이 빨간색이라는 터무니없는 이유만으로 간첩이라 몰아세우고, 시민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계엄군의 모습은, 작로의 상상 속에서 벌어지던 일이지만, 당시의 비이성적인 정치 현상을 꼬집는다. 대사는 우스꽝스럽지만, 그 안에 담긴 역사와 현실은 더욱 씁쓸하게 다가온다.


극의 절정 단계에 이르게 되는 가장 결정적인 트리거는 계엄군의 총탄으로 인한 미란의 사망이다. 이 소식을 듣고 분노한 만식은 작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총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가고, 지나는 그런 만식을 뒤따르지만, 결국 두 사람은 모두 춘래원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주인공 신작로 역할을 맡은 최재섭 배우의 연기였다. 무대와 객석 사이에는 분명 거리가 있었지만, 그 경계 너머로 전달되는 연기는 실존하는 인물의 삶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모두 잃은 채 홀로 남아 읊조리던 독백 연기는 더욱 쓸쓸하고 슬프게 느껴졌다.


나는 5.18 운동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였기에 그 아픔은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거나 관련된 영화를 봐도 머리로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 깊이를 온전히 헤아릴 수는 없었다.

 

연극 <짬뽕>을 통해 평범했던 이들의 일상이 흔들리는 모습을 마주하며,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던 이 민주주의가 그리 오래전의 이야기가 아님을 비로소 실감했다.

 

그렇게 얻어낸 봄을 지켜내기 위해, 계속 떠올려야만 한다. 피로 쓰인 민주주의를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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