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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5월의 의미


 

나에게 있어 5월은 웃음이 지어지는 달이다. 어렸을 때는 5월 5일 어린이날이 있었고, 지금은 5월 1일 근로자의 날이 있다. 그리고 올해처럼 잘 맞아떨어지면, 3~4일을 연달아 쉴 수 있는 연휴가 만들어진다. 이처럼 5월은 나에게 휴식을 주는 달, 행복을 주는 달로 존재한다.

 

하지만 5월의 의미가 나와는 정반대인 이들이 살아가고 있다. 나에게 있어 5월은 따뜻함이지만 그들에게 5월은 차가움 그 자체다.

 

봄이 오는 것이 참으로 슬픈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보고자 한다.

 

 

 

봄이 되면 보고 싶은 연극, 짬뽕


 

2. 극단산_연극_짬뽕_포스터.jpg

 

 

전문예술단체, 극단 '산'이 5.18 민주화 운동 45주년을 맞아 연극 <짬뽕>의 막을 올렸다. 2025년 5월 1일부터 6월 1일까지 진행되는 연극 <짬뽕>은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열린 민주화운동을 블랙 코미디의 형태로 풀어낸다. 슬픔이 가득한, 어두운 내용의 역사적 사건을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바라본다.

 

이야기는 1980년, 광주의 작은 중식당인 '춘래원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신작로'와 직원들은 고소한 냄새의 짜장을 볶으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뒤흔들 배달 전화 한 통이 걸려 온다. '작로'는 음식을 만들고, 배달원 '만식'은 철가방에 음식을 넣고 배달을 출발한다. 배달을 가던 만식 앞에 군인 2명이 나타나고, 그들은 '만식'에게 국가의 명령이라며 짬뽕 두 그릇을 내놓으라는 억지를 부린다. 이를 거부한 '만식'과 군인들은 실랑이가 벌어지고, 결국 총까지 발사된다.

 

어떻게든 가게로 돌아온 '만식'은 엄청난 소식을 듣게 된다. 폭도들이 군인을 공격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그중 철가방으로 군인을 때린 폭도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광주의 도심은 혼란스러운 일들이 계속 벌어진다. 짬뽕 때문에 혼란이 벌어졌다고 생각한 '만식'과 직원들은 더 깊은 혼란 속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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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움 속에서 직원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더욱 예민해진다. 안도, 밖도, 편안한 공간이 하나도 없는 그때의 광주를 연극은 섬세하게 묘사한다.

 

사건의 원인을 알지 못해 답답한 상황 속에서 그들은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펼치며 혼란스러워한다. 나는 그들의 혼란스러운 연기를 보며, 당시 답답함 속에서 고통스러워했던 당시 광주의 시민들을 떠올렸다. 그 어떤 신문에서도, 방송에서도 '팩트'를 이야기하지 않아 이유도 모른 채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그들은 무슨 잘못이 있었던 것일까? 그들은 정말 폭도였을까? 그들은 정말 군인을 폭행하고, 혼란을 가져오는 폭도였던 것일까?

 

아니, 그들은 그저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일 뿐이다. 자신의 가족을 위해,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온 대한민국 광주 시민일 뿐이다. 주인공 '작로'와 '만식'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꿈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과 꿈은 이유도 모른 채 군홧발에 밟혀 찌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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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소망이 찌그러져야만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그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싸우기 시작했다. 팔짱을 끼고, 소리를 외치며 한 발짝, 한 발짝 '불의'라는 대상에 맞서 나아갔다. 하지만 그들은 '불의'가 쏜 '폭력'이라는 총알 앞에 무너졌다. 자신의 소망과 함께 그들도 결국 찌그러져 버렸다.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찌그러져 버린 이들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지만, 그들의 가족, 주변인, 주변인의 주변인들에게 영향을 준다. 그들이 쓰러진 자리에 누군가 다시 올곧게 서서 소리친다. 그들의 소망을 지키기 위해, 소망을 되찾기 위해 끊임없이 부딪히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선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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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되면 여전히 광주 시민들은 깨져버린 사랑을 향해, 찌그러져 버린 꿈을 향해 술 한 잔을 올린다.

 

그날의 상처는 시간이 흘러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선명해질 뿐이다. 자신들이 사랑하는 조국이 본인들을 향해 욕을 하고, 주먹과 몽둥이를 휘두르며, 서늘한 총구를 겨눴다. 지극히 비상식적인 사건이 일어난 그때의 충격과 상처는 과연 아물 수 있는 것일까?

 

옳지 않은 일에 옳지 않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것, 잘못을 숨기기보다 당당하게 책임을 지는 것. 그렇게 살아간다면 그들의 상처가 완전히 치유되지는 않더라도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대한민국에 대한 믿음, 국민들에 대한 믿음, 이웃들과 주변인들에 대한 믿음으로 그나마 숨 한 번 쉴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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