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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기부는 늘 ‘언젠가’의 일이었다. 기부를 하고자 하는 마음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늘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직장인이 되면 시작하겠다며 차일피일 미뤄왔다. 그러나 막상 직장인이 되고 나서도 기부는 여전히 나의 일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다 작년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둔 청계천에서 우연히 국내 기부 단체의 이벤트 부스를 지나쳤다.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한 이벤트였는데, 어쩌다 보니 그 자리에서 나는 처음으로 정기 기부 신청서를 작성하게 되었다. 거창한 결심은 아니었다. ‘어차피 원래 하려던 일이었으니까’라는 생각으로 첫 정기 기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 이후 읽게 된 <기부트렌드 2026>은 이제 막 기부를 시작한, 특히 AI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나에게 개인적 관심을 넘어 직업적 의식의 차원으로 다가왔다.

 

 

 

더 이상 감성에 연연하지 않는 기부


 

기부의 가장 큰 흐름은 더 이상 내가 기부를 시작하게 된 방식처럼 ‘연말의 온정’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부는 점점 더 전략화되고, 데이터 기반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과거의 기부가 주로 감정적 공감에 기반했다면, 이제는 임팩트와 효율성이 중요한 지표가 된다. 기부자는 ‘얼마나 안타까운가’보다 ‘어떤 구조적 변화를 만들 수 있는가’를 묻기 시작하고, 이는 나눔을 보다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진화의 과정처럼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내가 몸담고 있는 AI 산업과도 닮아 있다. 우리는 AI 모델을 고도화할 때, 직관이나 감이 아니라 데이터와 지표를 본다. 전환율, 유지율, 활성 사용자 수와 같은 지표가 의사결정을 좌우한다. 기부 역시 점점 선의만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성과를 측정하고, 전략을 세우고, 반복적으로 개선한다.


이 지점에서 나는 놀라움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꼈다. 기부가 비즈니스처럼 변해간다는 것이 자칫 차갑게 보일 수 있겠지만, 오히려 그것이 기부를 지속 가능한 구조로 만들 수 있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AI가 기부 영역에서 보여주는 역할


 

책은 AI가 단순히 모금 효율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서 사회 문제 해결의 설계자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행정 업무의 역량이 다소 부족한 조직에게 AI는 ‘맞춤형 컨설팅 업체’이자 ‘숙련된 동료’가 되고 있다. 이미 해외에는 AI가 사회 문제 해결의 도구로서 적극 활용되고 있는 사례가 많고, 국내에서도 스타트업, 소셜 벤처에서 이런 흐름이 발견되고 있다.


AI는 본질적으로 중립적인 기술이다. 이제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으며, 어떤 목적에도 사용될 수 있다. 물론 위험을 통제하기 위한 윤리적 가이드라인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 책은 AI 기술이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마무리하며


 

정기 기부를 시작한 뒤, 당연하게도 나의 일상에 무언가 극적인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다. 매달 일정 금액이 자동이체로 빠져나갈 뿐이다. 그러나 묘하게 자의식이 달라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기부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얘기가 되었고, 어느새 관찰자가 아닌 참여자가 되어 있었다.


내가 보내는 작은 금액이 구조적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적어도 그 흐름의 일부로서 포함되어 있다.


<기부트렌드 2026>은 앞으로의 기부가 단순히 금전적 지원을 넘어, 참여와 경험 중심으로 확장될 것이라 말한다. 나는 이 지점에서 약간의 기대를 품게 되었다. 기부가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방식이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보다 자연스럽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기부의 미래는 더욱 정교해질 것이다. AI는 더 정확히 예측하고, 플랫폼은 더 치밀하게 설계될 것이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어야 한다. 데이터가 방향을 제시하면, 그것에 맞게 움직일 수 있는 인간이 있어야 한다.


이 책은 단순히 기부 시장의 전망을 예측하는 보고서가 아니다. <기부트렌드 2026>은 우리가 어떤 사회적 선택을 할 것인지, 그리고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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