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들 잘들 있었나? 하루의 무게는 잘들 버티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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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때부터 보고싶었던 매력적인 작품
‘멤피스’를 간절히 기다려온 데에는 세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첫째, 휴이 DJ에게 고단한 삶 속 위로를 받고 싶었다.우연히 SNS 알고리즘을 통해 본 박강현 배우의 대사, “돌멩이들 잘들 있었나? 하루의 무게는 잘들 버티셨어?”는 내 삶에 위로를 건넸다. 그 한 장면만으로도 ‘멤피스’는 내게 힐링극으로 자리 잡았고, 언젠가 꼭 보겠다는 결심이 생겼다.
둘째, 내가 유튜브로 지겹도록 들었던 넘버를 극 속에서 직접 듣고 싶었다. ‘Steal Your Rock ‘n’ Roll’을 유튜브로 수없이 들으며, 언젠가 이 곡을 실제 공연장에서 듣고 싶다는 바람을 키웠다. 나는 비극적인 스토리보다 긍정적인 분위기의 작품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렇듯 밝은 분위기의 넘버라면 극도 내 취향일 것 같았다.
셋째는, 차별을 다룬 이야기라서다. 나는 소외자, 차별 이러한 키워드에 마음이 간다. 아무래도 세계에서 동양인 여성이라는 소외자로 살아 본 경험이 있어서일 수도 있고, 어렸을 적 소외자의 경험이 여전히 기억나서. 그런데 이 작품은 미국의 인종차별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이러한 민감한 사회 이슈를 예술을 통해 부드럽게 풀어내고,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식의 작품을 참 좋아한다. 그렇기에 영감을 받을 부분도 많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번 공연에서 박강현 배우를 꼭 보고싶었다. 팬텀싱어 때부터 팬이었는데, 한 번도 공연장에서 실제로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박강현 배우님이 나오는 날짜 중에 선별하기로 했다. 많은 서치 후 박강현 배우님과 유리아 배우님의 극 중 케미가 좋다는 이야기를 봐서, 그 둘의 페어로 2층을 예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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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피스 4[포맷변환[회전].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8/20250803153854_pnxxegpr.jpg)
극 시작 30분 전에 도착한 공연장은 붐볐다. 엠디 부스와 포토존에는 줄이 길었고, 나는 캐스팅보드 줄만 서서 빠르게 사진을 건졌다. 충무아트센터는 처음이었는데, 예매 티켓을 받는 부분이 매우 신세계였다. 마치 영화 티켓을 받듯이, 키오스크 기계에 예매 번호만 입력하면 ‘띡‘ 하고 티켓이 나오는 시스템이었다. 이렇듯 공연계에서도 모바일 티켓, 키오스크 발권과 같이 편리한 문화들이 등장하고 있는 게 긍정적이어 보였다.
하카두(Hockadoo)!
뜨거운 리듬과 음악이 살아있는 곳, 멤피스. 세상으로 퍼져 나갈 영혼의 음악 로큰롤!
차별과 갈등이 만연하던 1950년대 미국 남부 테네시주 멤피스. '흑인 음악'으로 여겨진 로큰롤에 심취해 있던 백인 청년 휴이는 어느 날 흑인 구역의 언더그라운드 클럽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클럽 주인인 델레이의 여동생, 펠리샤의 노래를 듣고 그녀와 그들의 노래를 널리 알리겠다고 결심한다. 이후 휴이는 방송국 DJ로 지원하기 시작하지만 모두 거절당한다. 그러던 중 백인 전용 라디오 방송국 WHDZ를 방문한 휴이는 DJ가 잠시 떠난 사이 부스에 잠입하여 로큰롤을 전파시킨다.
대형사고였지만 음악에 매료된 10대들의 전화가 방송국으로 빗발치고 WHDZ 사장 시몬스는 휴이에게 2주 간의 트라이아웃 기간을 주는데...
라디오 DJ가 된 휴이! 더 큰 무대에서 노래하고 싶은 펠리샤!
둘의 사랑과 음악은 어떻게 될까?
![멤피스 4[포맷변환].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8/20250803153759_eqoctyvn.jpg)
<기억에 남는 넘버>
- Underground : 시작할 때 흥을 돋구고, 펠리샤의 성대 차력쇼를 볼 수 있었던 넘버
- The music of my soul : '내 영혼의 음악'이라는 뜻으로 휴이의 가치관이 잘 드러나는 넘버
- Scratch my Itch : 휴이가 처음 백인들에게 소개해 준 중독성 있는 흑인 음악 (빡빡 긁어줘!)
- Radio : 1막 후반부에 나오는 휴이의 넘버. 능글스러운 휴이의 매력이 더 잘 드러난다.
- Crazy little huey : '그냥 하는거지 하카두!'
- Love Will Stand When All Else Falls : 펠리샤 넘버 중에 제일 좋은 넘버
- Memphis lives in me : '흙냄새 나는 영혼이 나의 멤피스 이 곳에 영원히 숨 쉬네!'
- Steal Your Rock 'n' Roll : 신나는데 마음 한 켠이 찡해서 더 기억에 남는 넘버
무대 위 배우들이 박수와 ‘하카두’를 유도하며 관객과 직접 호흡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덕분에 진지함에만 머무르지 않고, 웃고 놀라며 함께 호흡하는 공연이 된 것이 이 극의 특징같다. 개인적으로 휴이와 펠리샤가 갑자기 입을 맞추는 키스신이 나왔을 때, 내 주변 사람들이 ‘헉!’ 하고 놀랐던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귀엽고 흐뭇했던 시간이었다. 이러한 현장성이 공연을 보는 이유를 다시금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극을 보기 전에, 주변 리뷰를 듣다보면 몰입이 안 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왜냐면, 원래 이 극은 백인과 흑인을 캐스팅하여 스토리를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흑인인 펠리샤 역도 한국인이, 백인인 휴이 역도 한국인이 하니까 아무래도 완전한 몰입이 되긴 어려운 환경이라고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덕션 측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노력들이 보이긴 했다. 예를 들면, 머리색을 구별하는 것이다. 백인 아이들과 흑인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노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백인은 노란색으로, 흑인은 검정색 머리로 구분한 것이 인상깊었다.
작품이 던진 질문들
문화예술의 힘에 대해 다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결국에는, 인종차별이라는 심각한 사회 이슈를 음악이라는 부드러운 매체로 해결해준 것이니 말이다. 백인과 흑인을 잇게 만드는 그 연결 다리가 '음악'이 된다는 점에서, 예술의 소프트 파워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더 많은 사회 이슈들이 예술을 통해 부드럽게 해결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빌었다.
인종차별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볼 수 있었다. 특히, 흑인들의 블랙 뮤직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봤다. 흑인 역할을 맡은 양준모 배우가 "블랙 뮤직은 우리 흑인의 정신으로 만든거니, 백인인 너는 그걸로 뭘 해서는 안 돼!" 라는 대사가 마음에 오래 남았다. 나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 대사였다. 우리 지역에도 블랙 뮤직을 컨셉으로 한 도서관이 있는데, 이것이 그들이 보기에는 단순히 수익을 얻기 위해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의 정체성을 건들 때는, 그 정체성에 대한 심도깊은 이해와 공감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말한 것처럼, 흑인 음악이 흑인 내에서만 고이면 안된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외부인의 관심과 외부인의 소개가 그 경계를 훨씬 모호하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외부인이 그 결속된 커뮤니티를 건드려줘야지, 그 밖에 있는 사람들도 더 쉽게 그 커뮤니티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지 않는가. 그래서 휴이라는 사람이 있어서 백인과 흑인의 경계가 모호해졌을 거고, 인종차별이 점차 사라지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 얘기를 들으며 국제교류 매개자로서의 나의 꿈도 고민해보게 됐다. 문화 간의 경계를 넘는다는 것이 때로는 조심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식민적 시선은 아니지만, 외부인이 특정 문화를 다룰 때 필요한 태도와 이해의 깊이에 대해 더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멤피스 6[포맷변환].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8/20250803153819_iydmgnsg.jpg)
예술경영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멤피스'
공연을 만드는 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그 작품성만 보게 되는 게 아니라 매번 극의 속사정을 다 관찰하게 된다. 예를 들면 마케팅 같은 것이나, 백스테이지, 하우스, 그리고 이 작품이 어떻게 런던에서 건너오게 되었는지 수입 과정 같은 것들 말이다.
이 작품은 ‘쇼노트’에서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쇼노트’에 갖는 인식은 티켓 할인은 잘 안 해주지만, 극의 박제나 마케팅은 잘 하는 똑똑한 브랜드라는 것이다. 이번 ‘멤피스’ 마케팅 중에 흥미로웠던 걸 얘기해보자면, 전화 마케팅과 릴스 챌린지이다. 관객과의 쌍방향 소통에 중점을 두는 전략을 택했다.
전화 마케팅은 특정 번호로 전화를 걸면, 극 중 주인공이 받는 것이다. 그래서 캐릭터에 몰입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내 기분을 묻고 그 기분에 맞는 번호를 선택하면, 그 기분에 맞는 넘버를 불러준다. 물론 다 녹음해둔 거지만, 내가 원하는 캐스트가 나올 때까지 전화를 걸어보는 그 재미도 있다. 그리고 수집한 번호로 통화가 끝난 후 메세지를 보내서 작품 설명과 홍보를 놓치지 않는 것도 인상깊었다.
댄스 챌린지는 아이돌이 컴백하면 노래를 홍보하기 위해 많이 택하는 마케팅 방식이다. 릴스나 숏츠와 같은 매체가 사람들에게 더욱 노출이 많이 되는 시대에서, 효과적인 마케팅이라고 본다. 그리고 한국 뮤지컬 시장의 ‘팬덤 중심 소비 구조’에 주목하여, 아이돌 산업에서 흔히 사용하는 숏폼 챌린지와 같은 마케팅 전략을 과감히 도입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또한 ‘멤피스’는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즉, 해외에서 제작된 오리지널 뮤지컬의 공연 권리를 정식으로 구매해 국내에서 재연하는 방식이다. 공연 업계에서는 흔히 사용되는 형태로,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그 비중이 커지고 있다.
나는 해외 공연을 국내에 들여오는 일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이 작품이 어떤 과정을 통해 한국에 오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자료를 찾아보며 알게 된 사실은 한국 뮤지컬 시장은 이미 상당히 많은 라이선스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킹키부츠》, 《디어 에반 한슨》, 《하데스타운》, 《맘마미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이 모두 외국에서 들여온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이처럼 국내 제작사들 사이에서는 인기 판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이는 단순히 '들여오는 일'을 넘어, 관객의 정서와 시장 흐름까지 읽어야 하는 고도의 기획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멤피스’를 계기로 나는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됐다. 한국 관객에게 어떤 작품이 통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해외 작품을 수입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라이선스 뮤지컬의 제작 과정을 깊이 들여다보며, 앞으로 더 많은 작품들을 비교 분석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멤피스 3[회전].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8/20250803153922_cmpmloqy.jpg)
"휴이, 뭘 알고 하는거야?"
"그냥 하는거지~ 하카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