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제77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화제를 모은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신작이다. 1950년 나폴리에서 태어난 완벽한 미모의 여성 '파르테노페'의 삶을 따라가며, 젊음, 아름다움, 그리고 그 명과 암을 품은 도시 나폴리에 대한 탐미적이고 철학적인 성찰을 담아낸다. 감독 특유의 황홀한 미장센과 상징으로 가득 찬 서사 속에서 나는 이 영화를 깊이 이해할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1950년, 나폴리의 푸른 바다를 품고 태어난 ‘파르테노페’
자신의 완벽한 아름다움을 오롯이 관망하며
자유를 느끼고 젊음을 누비고 사랑을 탐하는 그녀는
세상의 답을 찾고 있을 뿐, 누구에게도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는다.
열정과 낭만의 도시 나폴리에서 ‘파르테노페’의 미스터리한 인생이 끝없이 펼쳐진다.
모든 사랑의 얼굴, 그녀의 이름은 ‘파르테노페’
1. 젊음과 아름다움, 사랑에 대하여
이 영화는 주인공이 나폴리의 바다에서 수중분만으로 태어나면서, '파르테노페'라고 이름이 지어지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주인공의 이름인 '파르테노페'는 신화 속 세이렌의 이름이자 나폴리의 옛 이름이다. 그녀의 미모의 아름다움은 마치 나폴리의 바다처럼 아름답다. 영화는 그녀의 젊은 시절부터 노년까지, 그녀를 향한 세상의 시선과 그녀가 탐구하는 자유, 젊음, 사랑의 여정을 보여준다.
젊음과 아름다움은 파르테노페에게 모든 문을 열어주는 무기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어딜가나 주목받고, 그 속에서 사랑과 철학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젊음의 관능적인 유혹에 빠진 새 크나 큰 상실을 경험하기도 한다. 소렌티노 감독은 파르테노페가 겪는 '깨달음의 시간'을 통해, 휘황찬란했던 젊음과 미모도 결국 늙고 허망해진다는 진솔하고 진지한 인생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 했다. 노년의 파르테노페의 모습은 아름다움과 나이 듦이라는 소렌티노의 오랜 주제 의식을 다시금 드러내며, 탐미적인 이미지 뒤에 숨겨진 인간 보편의 감정을 자극했다.
"나는 당신의 젊음을 1분도 낭비하고 싶지가 않네"
2.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고향, 나폴리
파올로 소렌티노에게 나폴리는 단순한 배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이다. 그의 전작 '신의 손'(2021)에서도 자전적 서사의 중심이었던 나폴리는, '파르테노페'에 이르러 아예 도시의 상징이자 옛 이름을 제목으로 가져올 만큼 강렬한 애정이 보인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 곳곳에도 나폴리의 흔적이 가득하다.
파르테노페라는 인물 자체가 '나폴리'의 상징이다. 그리스 신화 속 세이렌이자 나폴리의 옛 이름인 그녀는 도시의 푸르고 예측 불가능하며 넓고 깊은 특징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 하다. 나폴리의 햇살 가득한 풍광, 지중해의 빛과 색감, 그리고 카프리 섬의 매혹적인 바다 등은 소렌티노 특유의 탐미적이고 감각적인 영상미를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감독은 나폴리를 향한 가치관과 애정을 바탕으로 이 도시를 낭만과 열정의 공간인 동시에, 부조리와 미스터리가 공존하는 입체적인 삶의 터전으로 묘사한다는 것이다. 이는 도시의 복잡한 정체성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에는 '나폴리' 이야기가 정말 많이 언급된다. 영화 감독 '파르테 소렌티노'는 본인의 고향인 나폴리를 얼마나 사랑하는 것일까? 얼마나 사랑하고 한 편으로는 증오하면, 나폴리를 배경으로 한 여러 영화를 내는지 궁금해졌다. 이 작품에서 나는 감독의 나폴리를 향한 애증이 느껴졌으니 말이다.
3. 알면 더 흥미로운 이탈리아 남북갈등의 그림자
이탈리아는 19세기 '리소르지멘토(Risorgimento, 통일 운동)' 이전까지 도시국가 체제로 이어져 왔으며,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이탈리아 사람들의 정체성에는 '지역'이 생각보다 중요한 축을 형성한다. 즉, 이탈리아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시칠리아, 나폴리, 밀라노와 같은 도시들이 다 다른 나라였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현재까지도 이탈리인들은 본인을 '이탈리아인'이라고 소개하기보다 '나폴리인'이나 '밀라노인'처럼 도시로서 소개하기를 선호한다. 특히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차이에서 비롯된 이탈리아 북부와 남부의 갈등은 오랜 역사적 배경을 지니고 있고, 현재까지도 큰 화두이다.
남부의 대표 도시인 나폴리를 배경으로 하는 '파르테노페'에서도 이러한 남북 갈등의 그림자가 포착된다. 영화 속 한 여배우는 "나폴리는 망했다"며 더 나은 삶을 찾아 북부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남부 지역의 오랜 경제적 어려움과 그로 인한 이주 현상을 반영하는 대사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영화의 중심이 되는 아름다운 여인 파르테노페가 '남부' 나폴리를 상징하는 가운데, 그녀를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삶의 선택과 도시를 향한 태도는 이탈리아 내부의 미묘한 지역적 정체성과 갈등의 맥락을 이해하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소렌티노가 표현해내는 나폴리는 극단적인 아름다움과 그 이면에 존재하는 부패, 혼돈, 그리고 덧없는 슬픔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는 한때 번성했으나 통일 후 빈곤, 범죄 등 사회적 문제가 응축된 도시로 변모한 나폴리의 복잡한 역사를 은유하는 듯 했다. 엔딩 크레딧 장면에서 '나폴리 103주년'을 언급하며 '나폴리' 정체성을 굳건히 하는 감독의 태도는, 국가 통일 이후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남부의 영혼, 즉 이탈리아의 완전한 문화적 통합에 대해 우리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결국 '파르테노페'는 한 여성의 인생을 나폴리라는 거대한 상징에 투영한 작품같다.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사랑하는 도시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모든 존재의 젊음과 늙음, 아름다움과 허무, 소유와 상실을 특유의 시선으로 포착했다. 나폴리 해변가에서 태어난 신비로운 여인처럼, 이 영화는 관객에게 삶의 본질과 미스터리,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고 증오하는 고향의 복잡한 얼굴에 대한 사색을 던져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