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자 “짹짹” 소리가 뾰족하게 귀를 뚫고 들어왔다. 귓속이 먹먹해질 정도로 높은 톤이었다. ‘무슨 새인지는 모르겠으나 높고 여리고 짱짱한 걸로 보아 새끼로 추정됨. 아무튼 어른은 아님’ 하고 초보 탐조인의 레이더는 빠르게 작동했다. 문을 엶과 동시에 어미 새가 내 앞을 빠르게 스쳐갔고 그제서야 나는 천장 위를 올려다보았다.
둥지였다. 우리집 현관 천장에 제비 둥지가 붙어 있었다. 그리고 둥지 안에는 아주 작은 새끼 제비들이 살고 있었다. 얼굴만 뿅 내밀고 있는 아기 제비 세 마리와 눈이 처음 마주친 순간, 나는 있는 대로 호들갑을 떨며 소리를 질러 댔다. 뒷북도 한참 뒷북이었다. 알에서 부화한지 벌써 일주일이나 됐다는 사실도 그때 알았다.
천장 아래 달려 있는 상자 뚜껑의 정체는 둥지 받침이었다. 이틀 동안 흙집을 짓다가 잘 안돼서 애를 먹는 제비를 보고 엄마는 좀 도와주라며 아빠에게 주문을 넣었다고 한다. 엄마의 착한 성정과 아빠의 기술력 콜라보로 인해 제비 집은 이중으로 튼튼해졌다. 빤빤한 상자 뚜껑 옆으로 금속 부품까지 덧대 연결했으니 둥지가 추락하는 불상사는 원천 봉쇄한 셈이다.
여름 손님의 정착 이후로 매일이 자연 다큐를 시청하는 기분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거실 방충망을 열어 제비들의 일상을 구경하느라 바빴다. 엄마 아빠 제비는 언제 나타나나, 먹이는 어떻게 주나, 새끼들은 어제보다 얼만큼 더 자랐나 등을 궁금해하며 제비 가족을 관찰했다. 우리집 고양이들이 왜 그렇게 목을 빼고 창문 앞에 붙어 있었는지 조금은 헤아려졌다.
아기 새들이 밥 달라고 합창하듯 입을 앙 벌리는 모습은 정말이지 사랑스럽고 깜찍하다. 부리가 샛노래서 꼭 노란 동그라미 고무줄처럼 보인다. 그 짹짹거리는 입에다 엄마 제비가 사냥한 먹이를 호다닥 넣어 주고는 다시 잽싸게 돌아선다. 이어서 아빠 제비도 어디선가 튀어나와 먹이를 물리고 사라진다. 오매불망 기다렸던 부모 제비의 움직임은 심령사진처럼 찍혀 있다. 삼형제 입에 밥을 밀어 넣느라 정신없어 보였다. 비가 오고 날이 습한 것은 장애물이 될 수 없는 듯했다. 작은 가족의 삶은 그렇게 굴러가고 있었다.
제비 식구를 보고 있으면 늘 생경한 마음이 들었다. 한 식구가 부지런히 삶을 꾸리는 모습은 거짓 없이 정직했으며 불같이 뜨거웠다. 먹고 사는 게 참 무섭고 그래서 더 숭고하게 느껴졌다. 보이지 않는 어느 소홀한 귀퉁이에서도 무언가가 뜨겁게 피어난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새기게 됐다. 약동하는 에너지가 우리집 전체를 감쌌다.
7월이 찰나 같다고 느낀 건 새끼들이 한 달 만에 방을 빼서다. 둥지에 들어갈 수 없을 만큼 훌쩍 커버린 아기 제비의 성장 속도는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통통한 몸매에 짤막한 꼬리깃을 가진 아가들이 차양 아래 쪼르르 앉아 도망가지도 않고 엄마와 나와 동생을 갸웃거리며 쳐다봤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집안에 새로운 생명이 있으면 웃음이 끊이질 않나 보다. 귀여운 녀석들을 사진에 담기 위해 잼잼과 까꿍을 시전하며 다 큰 우리가 재롱을 떨었다.
어렴풋이 예상했으나 작별은 한순간이었다. 새끼 제비들이 어느덧 엄마 아빠와 함께 비행 연습을 하고 있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웃 담벼락 정도까지 새끼들을 데리고 나갔다가 다시 우리집 차양 기둥으로 돌아오는 루트 같아 보였다. 단거리 훈련을 착실히 하다가 조만간 남쪽으로 장거리 비행을 떠날 것이다. 다섯 마리 제비 식구가 한곳에 잠시 모여 있는 걸 보며 이 순간이 마지막일 거란 예감이 들었다.
여름 철새는 그렇게 내 곁을 떠났다. 괜히 서운하고 가끔씩 적적하다. 집 근처 건물 사이로 아직까지는 제비들이 날아다닌다. 개중에 우리집 애들이 섞여 있는 건 아닐까 한 번 더 유심히 보게 된다. 인간은 왜 이리 질척거리는지 모르겠다. 잘하면 10월경까지는 제비들의 활동을 목격할 수 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기로 했다.
지금으로서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유일한 염려다. 짧게 퍼붓는 비와 살인적인 폭염이 교차하는 이 심술궂은 날씨가 어린 새들의 비행을 망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간 중간 처마가 있는 집도 잘 발견해서 쉬어갔으면 좋겠다. 먹이도 그냥 수월하게 구했으면 좋겠다. 그럼 그렇지... 걱정이 끝이 없다.
곁을 내어줌으로써 제비와 함께 공존했던 7월. 작은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간다는 그 당연한 진리를 오랜만에 실감하고 있다. 제비들 덕에 이 계절이 더욱 뜨겁게 감각될 것 같다. 인기 순위에서 한참 벗어난 콘텐츠를 시청한 기분이다. 물어뜯고 피 튀기게 싸우고 배신하고 복수하는 그런 진흙탕 얘기가 아닌 누구 하나 상처 받는 일 없이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선한 이야기. 유행과는 멀지만 꿈 같은 이야기. 내가 가장 재밌게 본 7월의 OTT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