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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영국 웨스트엔드 투어 (1) 마틸다 & 위키드 편 [공연]

공연 천국인 런던 웨스트엔드 탐방기 (1)

by 한우림 에디터
2025.07.13 12:32

 

 

공연예술의 본고장, 영국 런던


 

영국 런던 여행이 좋았던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단연 웨스트엔드(Westend)이다. 웨스트엔드란 영국의 대표적인 뮤지컬 극장이 모여 있는 런던의 지역을 뜻한다. 이 곳은 세계적인 공연예술의 본고장이라 불릴 만큼 분위기가 남다르다. 이 곳은 마치 뮤지컬이 ‘주류’인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웨스트엔드 거리를 걷다보면, 계속해서 새로운 극장과 작품을 끊임없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TV 프로그램이 아닌 ‘공연’이 주류가 되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공연예술을 사랑하는 내게 천국처럼 느껴졌다. 밤이 되어 더욱 반짝거리는 극장을 돌아다니며, 뮤지컬 넘버를 들어주면 굉장히 행복한 순간이 된다. 나 같은 경우는 ‘하데스 타운’ 극장 앞에서 ‘Road to hell’을 들었는데, 공연을 보지 않아도 그 전율과 감동을 느끼는 것은 같았다.


나는 오직 공연을 보기 위해 영국 런던에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에 한 개씩은 공연을 보려고 했고, 한 번 간 걸로 모자라서 두 번이나 비행기 표를 끊었다. 그만큼 웨스트엔드의 매력은 강렬했고, 직접 극장을 체험하면서 얻은 인사이트를 이 글을 통해 나누고자 한다. 1편에서는 우선 ‘마틸다’ 공연이 진행됐던 캠브릿지 극장, ‘위키드’ 공연이 진행됐던 빅토리아 극장, 이렇게 총 2개의 극장과 작품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2편에서는 영국의 국립극장에 대해 다룰 것이다.

 

 

 

캠브릿지 씨어터, 동심이 가득한 마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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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틸다(Matilda)’는 런던의 캠브릿지 씨어터(Cambridge Theatre)에서 관람했다. 이 작품은 학생 할인을 적용받아 단돈 10파운드에 볼 수 있었는데, 웨스트엔드 공연을 이렇게 저렴하게 보는 기회는 정말 놓칠 수 없었다. 아침 일찍 매표소에 줄을 서면, 선착순으로 당일 남은 좌석을 구매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서 운 좋게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학생이라면 꼭 놓치지 않길 바란다.

 

다만, 런던 여행을 준비하면서 망원경(오페라 글래스)을 깜빡했다. 그래서 세상을 다 잃은 기분이었는데, 다행히도 극장 직원분께 부탁드려 귀여운 빨간 망원경을 빌릴 수 있었다. 짧은 영어 실력으로 조심스럽게 요청했지만, 하우스 매니저분이 친절하게 도와주셔서 더욱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다. 덕분에 더욱 선명하게 배우들의 연기를 볼 수 있었다.

 

어린이와 청소년 관객이 많은 작품답게, 좌석 배치도에도 섬세한 배려가 느껴졌다. 열 번호를 단순한 숫자가 아닌 색깔로 표시해 보다 쉽게 구분할 수 있게 만든 점이 인상 깊었다. 디자인과 기능을 동시에 고려한 창의적인 아이디어였다.


'마틸다' 극장에서는 확실히 어린 친구들이 많았고, 단체 관람을 온 이들도 있었다. 그래서 귀여운 청소년들도 많았다. 어떤 장면에서는 배우가 수직에서 떨어지는 연출이 있었다. 나도 깜짝 놀랐지만, 단순 흥미로운 기술이라고만 생각했다. 근데 앞자리에 앉은 어린아이가 "Is she okay...?"라며 엄마에게 걱정스레 묻는 소리를 들었다. 그 순간, 공연에 몰입한 아이의 순수함이 전해져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관람 전에 ‘마틸다’ 영화 버전도 줄거리 이해를 위해 미리 보고 갔다. 덕분에 “영화에서 가능했던 장면들이 과연 무대에서는 어떻게 표현될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예를 들면, 트런치불 교장이 학생의 머리채를 잡고 휘두르거나, 학생이 큰 케이크를 와구와구 다 먹어버리는 장면 같은 것들이다. 그런 장면들이 무대에서 창의적으로 구현되는 모습을 보고 공연 기술에 대한 흥미도 더욱 커졌다.


또한, 캠브릿지 씨어터에는 1층과 2층뿐만 아니라 양옆에 사이드석도 배치되어 있었다. 이 사이드석은 무대 옆 통로와 연결되어 있어 배우들이 직접 등장하거나 퇴장하는 루트로도 활용되었다. 무대를 훨씬 더 입체적이고 가까이 느끼게 해주는 독특한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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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씨어터, 위키드


 

뮤지컬 ‘위키드(Wicked)’는 ‘러시 티켓’을 통해 저렴하게 관람한 작품이다. 웨스트엔드 공연은 일반적으로 티켓 가격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좋은 자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TodayTix와 같은 앱을 활용하면, 당일 남은 좌석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위키드’를 꼭 보고 싶었기 때문에 오전 10시, 러시 티켓이 열리자마자 앱에 접속해 빠르게 좌석 시야까지 확인한 뒤 결제를 마쳤다. 그 결과, 일반 VIP 좌석에 해당하는 좋은 자리를 약 5만 원에 예매할 수 있었다.

 

내가 영국에서 이 작품을 보면서, 한국과 공연장 문화가 다르다는 걸 참 많이 느끼게 됐다. 총 4가지의 차이점 포인트가 있었다.

 

첫 번째는, 공연장에서 공연을 보며 음식을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한국에서 공연장 안내원으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음식물 반입과 섭취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라는 말이다. 하지만 영국의 공연장은 정반대인 점이 흥미로웠다. 관객들은 공연을 보면서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와인을 즐기는 것이 자연스럽다. 심지어 자리에 앉아 QR 코드로 와인, 아이스크림 배달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QR 코드를 찍고, 원하는 드링크나 아이스크림을 선택하고 결제하면, 3분 정도 뒤에 안내원분이 잘 포장된 가방에 아이스크림을 가져다 주신다. 영국에서는 하우스 어셔라는 직업이 마치 식당에서 일하는 서버의 역할이 더 강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 같다. 그래서 한국보다 자유롭게 공연 중에도 와인을 홀짝일 수 있다. 한 편으로는, 이것이 공연장이 티켓 수익 외에도 자생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 같아서 긍정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극장 내 좌석이 일반적인 계단 구조가 아니라 완만한 경사로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휠체어 이용자나 거동이 불편한 관객도 불편 없이 입장할 수 있을 듯했다. 한국에는 많은 공연장들의 좌석이 거의 계단이 져있다. 그로 인해서 단차도 높아진다. 근데 이 극장은 부드러운 내리막길로 공연장 내에 좌석을 찾아가는 길이 완만한 경사로 되어있다. 나는 이것이 휠체어 관객을 위한 섬세한 접근성 배려처럼 느껴졌다. 왜냐면 내가 여태까지 경험한 영국의 극장이나 미술관은 소외계층을 위한 접근성 배려를 굉장히 잘해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또한 하나의 예시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더불어 극장 내 화장실이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마지막은, 다인종 캐스팅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는 영국과 한국이라는 나라의 지리적,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다. 한국은 아무래도 단일 민족이다보니 캐스팅이 한 인종에 한정되어 있는데, 영국은 그렇지 않았다. 다 백인 배우를 쓰지도 않았고,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인 남자 주인공 '피에로'는 흑인 배우가 맡았다. 이러한 다인종 캐스팅을 보니 새로운 캐릭터의 매력을 보게 되어 더욱 흥미로웠던 것 같다. 또한, 한국에는 캐스팅 보드가 있는 것이 너무 당연한데 영국에는 캐스팅보드가 없는 것도 신선했다. 캐스팅은 당일 구매하는 팜플렛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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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위키드'는 화려한 무대 장치가 가득한 작품이었다. 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많은 무대 장치들과 기술들이 이용되었다. 나는 이 전에 영화 버전의 '위키드'를 본 적이 있었는데, "과연 그 때 표현했던 것들이 무대 위에서는 어떻게 표현될까?"라는 의문과 기대를 갖고 있었다. 예를 들면, 원숭이들이 갑자기 몰려나오는 웅장한 장면이라든지, 주인공이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으는 장면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걱정과 달리 너무 잘 표현됐고, 심지어 '에메랄드 시티' 가 나오는 장면은 영화보다 공연이 더 좋게 느껴질 정도였다. 모든 공연장이 다 에메랄 빛으로 물드는 게, 진짜 에메랄드 시티에 있는 듯 했다.

 

이 공연이 진행된 '빅토리아 씨어터'는 극장 전체가 위키드 풍이었다. 극장 전체가 위키드의 세계관에 맞춰 초록과 분홍색으로 꾸며져 있었고, 바에서는 글린다와 엘파바를 테마로 한 초록, 분홍의 테마 칵테일까지 판매되고 있었다.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미 ‘위키드’ 속 세계에 들어간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위키드의 원조인 영국에서 작품을 본 기억은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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