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글쓰기 속에서 한층 더 자유로워지기를 - 윤희지 컬쳐리스트

시와 문학,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윤희지님과의 인터뷰
글 입력 2020.09.0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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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서 컬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윤희지님과 인터뷰 약속을 잡고 나서 며칠 간 코로나 상황이 점점 악화되었고, 일정을 그대로 진행해도 될지 모종의 고민들이 있었다. 약속 전날 희지님에게 다시 연락을 했고, 약속 일정을 진행할지 함께 고민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예정대로 만나기로 하였다. 이는 나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것이었는데, 화상이나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고 또 공간을 공유하지 않는 만남은 필연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개인위생을 철저히 관리한 가운데 가까스로 만남을 진행하였다. 코로나로 인해 위축된 분위기를 무릅쓰고 집밖으로 나오게 만들고, 또 마스크를 내내 쓰고 있어야 하는 불편한 환경에서 만남을 감행한 데에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미안한 마음이 무색하게 희지님은 밝은 표정과 명랑한 목소리로 우리의 만남을 환하게 밝혀주었다. 어설프게 준비해온 나의 질문에 성심껏 답변을 해주고, 또 한편으로는 도리어 나에게 질문해주기도 해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접선에 성공한 우리는 한낮의 거리를 지나며 우리는 인터뷰를 진행할 만한 조용한 카페를 모색하였다. 끝내 찾아들어간 곳은 서너 개의 테이블로 이루어진 작은 카페였다. 주문을 마치고선 젊은 사장님의 부탁에 전자출입명부를 작성하고 자리에 앉았다. 이내 바닐라 라떼와 쑥 라떼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아담한 테이블 위, 색이 선명하게 대비되는 두 잔의 음료. 그리고 마스크를 쓰고 멀뚱멀뚱 앉아있는 나와 희지님. 손님 없는 카페에서 이런 모습으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태풍의 영향으로 인한 빗줄기는 한바탕 가시고 공기가 적당히 물기를 머금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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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지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음, 막상 말을 하려니까 생각 정리가 잘 안되네요. (웃음) 저는 삶을 좀 페스티벌처럼 살고 싶은 그런 사람인데요. 다양한 제 취향을 온전하게 즐기고 또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해서 그래서 마지막에는 자유라는 것으로 나아가고 싶은, 그런 사람입니다. (웃음) 그래서 제가 자유로 가는 방법은, 음, 그 다양한 취향 안에는 다양한 문화예술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고민해서 마지막에는 자유로 나아가는...... 그 자유로 나아가는 것은 깨달음이 될 수도 있고,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것은 글을 쓰는 것이라서, 네, 그렇게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웃음) 자유로 나아가는 글, 그래서 내일은 오늘보다 좀 더 나아진 문장을 하나 정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넘어갈까요? (웃음) 문화예술에 대해서, 결국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로 나아가는 길에 문화예술이 있는 건데, 그래서 아트인사이트 활동을 하는 것이 희지님에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네 맞아요. 아트인사이트를 딱 찾았을 때는 정말 내가 찾던 데를 찾은 느낌? (웃음) 왜냐하면 제가 너무 다양한 데로 뻗쳐 있는 게, 어떻게 보면 그게 고민이었거든요? 근데 그걸 다 담을 수 있고 거기에 내가 향유하고 전하고 싶은 다양한 글을 쓰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서 오랜 시간 고민해서 지원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게, 사람 카테고리가 있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단순히 이 플랫폼이 문화예술을 감상하는 것에 국한 된 게 아니라 어떤 얘기도 괜찮은 것이 참 좋았어요. 그리고 아트인사이트의 모토가 ‘소통’이랑 관련이 있는데, 그런 모토도 참 좋았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시인이 꿈이었다고 들었는데, 시라는 장르와 오래 함께 해 오셨을 것 같아요. 시라는 장르의 매력에 대해서, 희지님이 생각하시기에 어떤지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 전공 수업 교수님 한 분이 시인이셨어요. 한때 방송국 피디로 일하셨는데, 그때 인터뷰를 많이 하셨대요. 시인과 소설가를 인터뷰를 하셨는데, 소설가와 시인의 차이가, 소설가들은 논리정연하게 말을 잘해서 말하는 걸 옮겨 적기만 하면 되는데, 시인들은 말을 많이 생략해서 교수님이 그걸 일일이 하나씩 재배치해야 했던 적이 많았다고 해요. 저는 그 말을 듣고 제가 왜 시를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어요. 시는 연마다 공백이 있잖아요. 그리고 전체적으로도 운문이니까 엄청 짧고 함축돼 있는 거잖아요.


근데 저는 시를 읽으면서, 소설은 내가 내 눈으로 따라가야 한다면, 시는 함축된 것, 연마다의 공백 사이에 내가 오래오래 머물 수 있는, 그러한 점이 굉장히 편안했어요. 저는 말을 할 때도 뭔갈 요약하거나 정리해서 핵심적인 말을 하는 걸 잘 못하는데 ― 그리고 예전에 글에도 쓴 적이 있는데 ― 저는 구구절절 말하는, 그런 말하기를 하는 편인데, 시라는 장르는 그걸 기다려준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Opinion] 슬픔이 어려운 날에 -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도서]).


저도 굉장히 동의하는 데요?


그쵸?


네네. (웃음)


그래서 이걸 제가 머무른다고 표현했는데, 그게 한 줄에 내가 상상하는 어떤 이야기든 담길 수 있는 거니까. 내가 아무리 길게 말해도, 내가 아무리 길게 상상해도 그게 다 담길 수 있는 거니까 그 점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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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은의 『Lo-fi』. 강성은 시인은 희지님이 좋아하는 시인이다.

 


희지님께서 쓰신 글에서도 그런 문구를 봤던 것 같아요([Opinion] 진지충 받고 설명충하겠습니다 [문화 전반]). 언어는 사고와 연결이 돼있어서. 언어의 부정적인 표현은 사고와도 연결이 된다는 문구를 본거 같아요. 근데 시라는 게 비정규적 문법을 쓰는 거잖아요. 정상 문법이 아닌, 어법을 충분히 파괴할 수 있는 그런 형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반대로 글이 명확하지 않지만 글에 담길 수 있는 건 더 많은 것 같아요. 명확하면 거기에 담길 수 있는 사고가 글의 틀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시에는 매력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말하자면 ‘헛소리’를 말해도 그걸 알아들을 수 있게 되는 거 같아요.


맞아요. 내가 그 시를 읽고. 그 ‘헛소리’를 알아듣는다는 건 주관적인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물론 다른 문학이 다르다는 건 아니지만, 뭔가 시가 읽는 사람에게 상황을 열어주는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방금 말씀하신 글([Opinion] 슬픔이 어려운 날에 -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도서])에서도 그렇고, 희지님께서 쓰신 글은 문장들이 감각적이라서 인상적이었어요. 글을 쓸 때 어떻게 이런 표현들을 가져오시게 되는지, 그리고 본인이 글을 쓸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는지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상상하는 풍경을 끝까지 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글을 쓴다는 건 그걸 묘사해가는 과정, 문장을 하나씩 더듬더듬 써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걸 생각하면 떠오르는 김영하 작가의 말이 있어요. 김영하 작가는 아무리 좋은 감각이라도 그걸 문장으로 써내는 건 또 다른 문제라서 그걸 써내야 진짜 문장인 거라고 했는데, 그 말이 인상깊었어요. 그래서 저는 저한테 떠오르는 감각을 끝까지 상상을 해서 생각했던 그걸 딱 써내서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그런 문장을 쓰려고 하는 거 같아요 매번.


그리고 이건 김영하 작가가 『여행의 이유』라는 책에 대해서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 말했던 건데, 우리가 여행을 가면 사진을 찍잖아요. 근데 사진 말고도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는데, 내가 보려는 풍경을 내가 글로 써서 나중에 내가 읽었을 때 그걸 볼 수 있게, 예를 들어 성당이라고 하면 성당의 각 부분을 구석구석 묘사하는 거에요. 저는 그 말이 인상깊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쓰는 글들은 구석구석 놓치는 부분 없게 상상을 하는...... 혹시 이해가 되시나요..?


네 이해 잘 돼요. (웃음)


다행이다. (웃음) 그래서 제가 쓰고 싶은 풍경이 있다면 그 풍경의 구석구석을 상상해보는 것 같아요. 거기 어떤 인물이 있다면 그 인물의 마음은 어떨까, 아니면 거기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걸 한줄한줄 쓰다보면 문장이 되고 글이 완성되는 것 같아요


제가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리뷰 글에서 가수 송창식의 ‘밤눈’이라는 곡의 한 대목을 그 책에서 읽고 썼거든요([Review] 구구절절한 기록과 삶의 힘 -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도서]). 근데 그 때 썼던 한 문단도 그런 식으로 썼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는 겨울이랑 눈이랑 절을 진짜 좋아하는데, 마침 그 얘기가 나와서 너무 좋았어 가지고, 정말 상상할 수 있는 대로 끝까지 상상해보고 하나하나 다 적어본 것 같아요. 과정 하나하나를.


재밌네요. (웃음) 결국에 글을 쓰는 게 자유로 나아가는 거라 했잖아요. 제가 얘기를 들어보니까 제가 받은 인상은, 희지님이 그 사유를 밀어붙이는 것 같아요 글을 통해서. 그 방향으로 갈 수 있게 궁극적으로 사유를 밀어붙이는 도구가 되는 것 같아서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맞아요. 그래서 저는 상상하는 게 자유로 가는 길이에요. 그래서 아까 말했던 시도, 제가 시를 좋아하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시에 있는 빈 공간이 저에게는 자유가 있는 공간이고 저는 그런 공간을 필요로 하면서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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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지님이 글을 쓰는 공간

 


희지님께서 스스로 아이돌 팬이라고 밝히신 글이 서너 편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가수 이예린을 다룬 글을 보면 마냥 아이돌 음악만 들으시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돌을 애호하는 과정에는 해명을 하셔야 될 게 많으신 것처럼 보여요. 앞에서 말한 다른 글들은 굉장히 감각적으로 쓰고 사유를 쫓아가는데, 아이돌을 이야기할 때 있어서는 주장이 있는, 발언을 하는 글을 쓰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음악이라는 예술이 희지님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아이돌 음악이라는 게 어떤 차별성을 가지는지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Opinion] 가요계를 더럽힌 댄스 음악 Part.1 - 아이돌 음악, 편견과 혐오의 시선 [문화 전반]

[Opinion] 가요계를 더럽힌 댄스 음악 Part.2 - 덕후씨 당신의 행복을 빕니다 [문화 전반]

[Opinion] 걸그룹에게 더 많은 목소리를 Part.1 - (여자)아이들 [음악]

[Opinion] 찰나와 순간을 노래하는 가수, 이예린 [음악]


음 저도 듣다보니까, 제가 원래 좋아하는 감각적인 글들과 다른 글이잖아요 아이돌에 대해 쓴 글은. 근데 그런 글이 저한테는 새로운 결의 자유인 거죠. 그렇게 저는 느끼면서 썼거든요. 실제로 아이돌 편견에 관한 1편을 썼던 게, 저는 쓰면서 너무 즐거웠어요. 상상하는 결의 자유가 있다면 또 한편으로는 ― 제가 맨 처음에 말했던 ― 내 취향을 온전히 즐기고 싶은,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싶은 그런 마음도 들었어요. 내 취향이 편견으로 인해 구속받고 있다면 그걸 논리적으로 잘 설명해서 내가 내 취향을 인정받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희지님 글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앞에서 말씀하신 글들은 독자가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아도 되는 글들인데, 내가 똑같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쓰는 건데도 아이돌을 이야기 할 때 있어서만큼은 부조리한 시선들이 있잖아요. 희지님 글이 그런 것에 대해 대결하는 느낌이 들어요.


맞아요. 원래 제가 잘 그럴 수 있는 성격이 아닌데, (웃음) 제가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행위가 저에게 있어서 굉장히 의미가 있었고. 은연중에 취급을 해주지 않는 느낌?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꼭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음악을 좋아하는 거는, 제가 문화예술을 이해하는 데 조금 더 깊은 통찰력을 줬다고 생각하는 게, 제가 취미로 가사를 썼었어요. 처음에는 이것도 완성된 글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해보니까 글이 전부가 아니라 가사와 멜로디와 리듬과 부르는 사람의 감정선이 합쳐져서 감동을 주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가사 이외의 것은 싹 다 무시하고 음절만 맞춰서 가사만을 좋은 내용으로 쓰려고 했던 거죠. 생각해보면 한 파트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도 필요했고, 결국 총체적인 합인 건데...... 그런 것에 대한 반성도 하면서 예술을 감상할 때 더 깊고 넓게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웃음) 원래는 글로서의 가사에만 관심이 있었다면, 그 이후로는 음악을 들을 때 멜로디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가수가 어떤 감정선으로 노래하는지, 그런 것도 보게 되었고, 그런 게 또 음악의 매력인 것 같아요. 원래 가사가 좋은 노래가 취향인데, 그게 가사만 있다면 그만큼의 울림을 저에게 안 줬을 거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까, 진짜로 음악은 멜로디도 중요하고 총체적인 합이 감동을 주는 거구나,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다른 종류의 문화예술을 감상할 때도 더 풍부하게 감상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희지님께서 앞으로 어떤 글을 계속 쓰게 되실지, 더 나아가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생각해보면 아까 말했던 자유랑 계속 연결이 되는 이야긴데, 저는 제가 자유로울 수 있는 글인 동시에 다른 사람도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저는 일상의 어떤 교묘한 힘이나 억압? 그런 게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아이들 음악만 해도 10년 넘게 좋아했는데도 어디 가서 숨기게 되는 거라든가, 그런 부분들. (웃음) 그리고 이걸 진지하게 좋아한다고 인정을 나 스스로도 안하고...... 이건 취미 이상이어서는 안된다고 제가 저 스스로를 검열하게 된다든가 하는 거 같아요. 결국 일상에 있어서 억압적인 분위기가 교묘하게 많은 부분들을 제한하는 거 같아요.


그런 걸 모르는 채로 고통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저는 제가 경험했듯이, 제 글로 사람들의 고통을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치유해줄 수 있는, 그래서 그들이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글을 쓰고 싶고. 또 한편으로는 내 자유를 위한 글을 쓰다 보면 또 그렇게 가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글들을 쓰고 싶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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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지님의 글쓰기가 시작되는 공책. 희지님은 인터뷰를 위해 만났을 때도 중간중간 이 공책을 꺼내기도 하였다.

 

 

*

 

여기까지가 그날 대화들 중에서 녹음한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녹음이 끝난 후에도 우리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공부를 하고 있는 우리는, 곧 대학생활을 마무리하게 되는 대학생으로서의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하였는데, “대화란 항상 의외의 방향으로 나가버리”(김승옥의 「무진기행」 中)는 것이라 그런 이야기들은 다시 일상이나 취미에 관한 이야기, 문화예술의 관한 이야기로 돌아오기도 했다.


희지님은 어린이문학, 청소년문학, 그리고 청소년 문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동문학과 청소년문학의 상상력 반대편에는 아동과 청소년을 주체적인 인격으로 존중하지 않은 권위적인 시선들이 놓여 있다고, 동심과 순수함의 이야기 뒤에 숨겨진 그런 의미들이 와닿는다고, 희지님은 말했다. 또 두 웹드라마 《연플리》와 《에이틴》을 바라보는 시선을 비교했을 때, 어쩐지 《에이틴》에서 펼쳐지는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는 청소년 문화라는 이유로 《연플리》에서 펼쳐지는 것에 비해 은연중에 폄하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 이와 관련된 내용은 [Opinion] 모자란 어른들에게 건넵니다 - 우리들 / 우리집 [영화]에서도 다룬 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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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타 신지의 그림책 『틀려도 괜찮아』의 한 구절. 희지님의 기억에 남은 구절이다.

 

 

한편 희지님은 소설가로는 최은영 작가를, 시인으로는 강성은 시인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우리는 황인찬 시인의 시집 『희지의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타인의 시집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는 기분에 대한 소감도 들을 수 있었다. 상기된 표정으로 이러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희지님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글이 틀림없이 세상 모든 이들을 더 자유롭게 해주게 될 거라 나는 생각했다. 세상과 자유라는 단어는 한 사람이 짊어지기엔 너무 무거운 것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희지님은 이런 글쓰기를 잘 해낼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글이 널리 읽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글을 통해 스스로의 자유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져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는 무엇보다도 희지님이 글을 계속 쓰면서 어떻게 자신의 자유를 찾아가게 될지 기대가 된다. 다른 사람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의 자유에 도달함으로써 글쓰기의 과정이 희지님에게 행복한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앞으로의 여정에는 또 다른 편견의 세력들, 또 다른 고민거리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새로운 고민들은 글의 양분이 되어 더 좋은 글쓰기로 이어져 궁극적인 자유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이제는 한 명의 독자로서 감각적으로 섬세한 그녀의 문장들을 향유하며 그녀의 여정을 응원하고 싶다.


아직도 희지님의 명랑한 목소리가 귀에 울리고 있는 것만 같다. 녹음 중간중간 멋쩍어 하던 그녀의 웃음들과 커피머신의 갑작스러운 소음에 당황한 희지님의 반응도 떠오른다. 쑥 라떼의 부드러운 우유 거품, 신선하고 풍부한 쑥의 향미 같은 것돌도 떠오른다. 바닐라 라떼의 맛은 어땠는지 희지님에게 미처 물어보지 못했던 것이 지금 와서 아쉽다. 그 작은 카페와 희지님의 쾌활한 에너지를 떠올리다보면, 그 장면이 이제는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희지님의 밝은 에너지는 앞으로도 희지님에게 있어서 글쓰기의 추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이 밝은 에너지로 그날의 만남을 밝혀 주었듯이, 자유의 사각지대에 놓인 수많은 사람들을 양지바른 곳으로 이끌어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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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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