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요계를 더럽힌 댄스 음악 Part.1 - 아이돌 음악, 편견과 혐오의 시선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05.0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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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엔 <복면가왕>이라는 음악 프로그램을 본다. 이 프로그램 내 익숙한 연출 중 하나는 ‘가면을 벗어주세요!’라는 엠씨의 멘트와 함께 앳된 얼굴의 출연자가 얼굴을 드러내고, ‘모그룹의 멤버 뫄뫄입니다!’라는 멘트가 뒤따르면 감동에 눈물을 훔치던 판정단 패널들은 ‘사실 전 아이돌그룹에 편견이 있었거든요. 근데 오늘 그게 깨진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훈훈한 드라마식의 연출이다.

그리고 <복면가왕>이 정규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은 지는 5년, 한국의 연간 차트 상위권의 절반을 아이돌 음악이 차지하게 된 지는 10년이 넘었다. K-POP이라는 장르가 선두에서 한류 문화를 이끌기 시작한 건 더 오래전의 일이다.


아이돌 음악이 ‘가요계를 더럽힌 댄스음악’ 정도로 취급받던 건 무려 20년도 더 된 일인데, 2020년 현재까지도 여전히 부정적 의미가 함의되어 쓰이는 ‘아이돌’ 이라는 꼬리표는 어디에나 붙는다. 보컬이면 그냥 보컬, 래퍼면 그냥 래퍼, 밴드면 그냥 밴드, 댄서면 그냥 댄서인걸, ‘아이돌 보컬’, ‘아이돌 래퍼’, ‘아이돌 밴드’, ‘아이돌 댄서’로 불려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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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가 온라인 인터넷방송 도중 타 아이돌그룹들을 비하 발언하며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자신의 온라인 인터넷방송 1주년을 기념하며 음주 방송을 했고, 그 과정에서 타그룹의 음악에 ‘누가 밴드 음악에 이딴 아이돌 음악을 끼얹어, 허접하게’, ‘너무 아이돌스럽다’ 등의 발언을 서슴치 않으면서 폭주하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날 사과방송과 사과문을 연이어 게시했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자학개그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이돌 음악의 문제점에 대한 객관적인 고찰도 아닌, 내 얼굴에 침 뱉기식으로 그치고 마는 여러 해프닝들을 보며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아이돌’이 요즘 아이돌을 낮잡아 부르며 조롱하고, ‘이딴 아이돌 음악’을 만드는 당사자가 자신의 본업을 허접하다 깎아내리는 일들은 비극적으로 와 닿았다.


아이돌들은 왜 ‘아이돌’이라는 자신의 주된 정체성과 억지스럽게라도 분리되려 애쓰는 걸까. 그렇게 해야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게 된 데는 어떠한 사회적 분위기가 전제로 작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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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급을 나누는 걸 참 좋아한다. 고품격의 예술과 저품격의 싸구려 예술, 쓸모 있는 예술과 무용한 예술, 이러한 구분이 실질적으로는 모호한 경계를 지니는 무의미한 구분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선을 긋고 구분을 지음으로써 문화예술을 계급화하려 한다. 고급문화는 그보다 열등한 하급의 문화가 있다는 걸 전제로 한다. 그렇게라도 증명하고 싶은 건 자신이 남들보다 우월한 문화를 향유하는 교양 있는 문화인이라는 것일 테다.

과거엔 높은 계급이 향유하는 문화를 고급문화라 이름 지어 분리하고, 전유물처럼 하위의 계급이 진입할 수 없도록 철저히 분리하는 등 계급화의 수단으로써 문화예술을 이용하곤 했다. 그러나 그 폐해는 현대까지도 이어져 시대착오적인 현상을 만들었다. 현대의 우리는 동등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많은 문화를 동시에 향유할 수 있게 됐고, 이로써 한 사람이 다양한 취향을 지니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됐다. 이제 어떤 문화를 향유한다는 개념은 자신의 입맛에 따라 취향을 선택한다는 의미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우리의 인식 수준은 여전히 몇백 년 전에 머물러 있다. 그 방식이 교묘해졌을 뿐이지, 여전히 권력과 계급이 깃든 차별과 편견, 혐오가 존재한다.

언젠가는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 우연히 오페라나 뮤지컬을 좋아한다는 취향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에 나도 공연을 좋아하는데 오페라는 자주 즐기지는 못하는 장르라 궁금하다는 리액션과 함께 후기를 들려달라고 얘기하려던 찰나 ‘너는 아이돌 콘서트 따라다니는 거잖아’라는 비웃음 섞인 대답을 듣고, 후기 얘기는 넣어뒀다. 그날 ‘사실 나는 아이돌 빠돌이 빠순이들 별로 안 좋아해’라는 이야기까지 내 면전에 쏟아붓는 지인에, 벙찐 상태로 집에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우쭐대며 쉬는 날엔 예술의 전당에 간다고 으스대는 지인에게, ‘최애 있는 곳이 루브르고 예술의전당인데 굳이 왜 가’라는 꼬인 생각을 잠깐 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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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일화까지 가지 않더라도, 아이돌 음악은 대개 진지한 취향으로써 존중되지 않는다. 인디나 팝 또는 재즈 같은 음악 취향에 대한 얘기를 하면 진지한 태도로 듣다가도 아이돌 음악 취향을 공유하기 시작하면 ‘나는 그런 음악 들을 일 절대 없겠지만’의 전제를 깔고 ‘내가 네 덕질 스토리 들어나 줄게’식의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곤 한다. 또는 BTS의 음악은 저급한 ‘요즘 아이돌’의 음악과는 다르다며 전반적인 아이돌 문화를 후려치는 방식으로 음악적 지식인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한다.

아이돌 음악과 문화가 진지하게 논의되는 건 한류를 선도하는 K-POP의 산업적 측면 정도의 논의가 대부분이다. 이마저도 ‘K-POP은 BTS가 전부’식의 피상적인 논의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BTS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수준급의 보컬과 퍼포먼스 실력을 갖추고 있다. <복면가왕>과 같은 프로그램이 이를 증명하고, 아이돌의 안무 또한 전문적인 스트릿 댄스과 그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있는 추세다. ‘탈아이돌’, ‘탈케이팝’ 또는 ‘아이돌 아닌 아티스트’식의 논리는 모순적으로 통하는 시대다.

또 기계음 가득한 시끄러운 음악이나 후크송이 넓디 넓은 아이돌 음악세계의 전부라는 듯, ‘내 취향은 아니야’가 아닌 ‘저급한 음악이야’라는 주관적인 평가를 단언하듯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이돌 음악을 진지하게 들어보려고 한 적은 있는지 묻고 싶어진다. 한 앨범에 수록된 다섯 곡 가까이의 다채로운 음악들 중 타이틀곡의 한 단면만 들어보고 전부를 알 수 있을까. 쉽게 많은 이들의 소중한 작업물에 무례한 낙인을 찍고 편견의 시선으로 비난할 권리가 생기는가. 20년도 더 된 오명 ‘가요계를 더럽힌 댄스음악’, 이 산업이 20년 동안 키워온 규모가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대중들이 이 문화를 바라보는 인식은 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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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아티스트를 칭할 때 꼬박꼬박 존칭을 사용하던 친구는, 내가 모 아이돌 밴드에 입덕했던 즈음의 어느 날 그 밴드를 ‘걔들’이라는 이름으로 언급하며 ‘노래 좋더라’라는 말로 칭찬했고, ‘근데 아이돌이라서 난 별로’라는 문장으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난 멍청하게 ‘아, 그렇구나’하며 화제를 돌렸고, 그 이후론 먼저 아이돌 음악에 대한 얘기를 꺼낸 적이 없다.

내 모든 취향을 애정한다. 그 크기의 차이는 있어도 소중하지 않은 취향은 없다. 게다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 음악 취향 가운데 아이돌 음악, 즉 K-POP만큼 내게 견고하고 소중한 취향은 없는데 나는 그걸 매번 부정당한 꼴이다.

취향을 온전한 형태로 존중받기를 원한다. 또 다른 음악들과 마찬가지로 피땀 흘려 음악과 문화를 만들어가는 많은 이들의 노고와 정신이 무조건적으로 비난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예술엔 높고 낮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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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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