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지친 이 시대의 관심종자들을 위해 - 존재하기 위해 사라지는 법

존재적 불안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글 입력 2024.03.0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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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기 위해 사라지는 법> × 박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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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필자의 자문자답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Q. 안녕하세요. 다소 피곤해 보이시네요. 잠을 못 주무셨나요?


A. 요즘 도통 잠들기가 어려워서요. 눈을 감고 밤을 지새울 때면 외로움이 덮쳐 누르는 느낌이라,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책 읽기는 제게 일종의 경청 행위라서, 오히려 새벽녘엔 책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리는 것 같아 나름 즐기고 있어요.

 

 

Q. 최근에 읽고 있는 책 <존재하기 위해 사라지는 법>이라는 책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하는데요. 먼저 소개를 해주시겠어요?


A. 만약 요즘 시대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뭐라고 표현하시겠어요? 저는 속된 말로 ‘관종’, 그러니까 ‘관심종자의 시대’라고 할 것 같아요. 관심종자란,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뜻인데요.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임’이라는 뜻을 가진 ‘관심’이라는 말과 아마, ‘식물에서 나온 씨 또는 씨앗’이라는 뜻의 ‘종자’가 합해져서 만들어진 말 같아요.

 

저는 모든 것을 드러내고 보여주려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이 단어가 딱 떠오르더라고요. 관종. 되게 속되고 비하하는 말이죠. 실제로 좋아하는 단어는 아니에요.

 

 

Q. 좋아하지 않는 단어를 사용해서 표현한다는 건,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뜻 같아요.


A. 음, 사실 긍정과 부정으로 딱 나누어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이만큼 적확한 단어가 없을 것 같거든요. 사실 저도 은은한 ‘관심종자’예요. 관심을 바라는 사람이죠. 현재를 관심종자의 시대,라고 말하기엔 좀 고민되긴 해요. 우리 모두 관심을 받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잖아요. 또 관심을 끄는 방법은 학문화되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표현한 건 아무래도 요즘 자기상품화를 위한 노력이 어느 순간부터 미덕으로 여겨지고, 또 스마트폰이나 SNS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즉각적으로 소비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자는 사실 ‘투명성’의 시대라고 표현하지만, 저는 드러냄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이 시선에 더 주목해서.

 

‘관종’의 시대라고 하고 싶었어요.

 

 

Q. 그런데 이 책은 표현하신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인 것 같아요. ‘존재하기 위해 사라지는 법.’이라는 제목이 독특하네요.


A. 네. 이 책은 모든 것이 드러나고 보이며, 심지어 스스로 보여주려고 하는 투명한 시대에, ‘보이지 않는 상태’의 의미나 근원 등을 살펴보고 있어요. 작가는 생물학자, 물리학자, 심리학자, 예술가, 작가들과 만나고 그랜드케이먼 섬 바닷속, 아이슬란드 항구 도시에서 물리학 실험실과 가상현실 스튜디오까지 여러 곳을 오가며 다양한 사례와 경험을 엮어 ‘보이지 않음’에 대해 고찰하고 있어요.

 

 

Q. 보이지 않음, 사라짐에 대한 고찰이라니 흥미롭네요. 존재하기 위해 사라지는 법. 사실 제목만 보면, 존재와 사라짐이 연결이 좀 어려운 것 같아요. 둘이 정반대의 이미지잖아요. 이 책을 읽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A. 사실 저는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단번에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어요. 조금 부끄러운데, 유치원 계단을 어린 제가 절뚝이며 내려오고 있어요. 사실 그렇게 아픈 건 아니구요. 그냥, 엄마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서였어요. 저는 외로움을 되게 많이 탔고, 관심을 많이 받고 싶었거든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런데 이 외로움이라는 게 잘 해갈되지 않더라고요. 저에게 ‘사라짐’, 그러니까 ‘눈에 보이지 않음’은 항상 수치스러움과 연결되어요. 원하는 관심을 얻는 데 실패했을 때, 수치스러움이나 부끄러움이 항상 따라붙었거든요.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음’, ‘사라짐’은 제게 원하지 않는 것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늘 원하는 것이기도 했어요. 전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싶었거든요.

 

사람은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야 하잖아요. 그렇다면, 어떻게 이 외로움을 다룰 수 있을지 오래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가 결론 내렸죠.

 

결국 보이지 않는 상태나 홀로 있는 것에 대해 다르게 의미를 부여해야 이 외로움이 좀 해결이 될 것 같다고.

 


Q. ‘사라지기’에 대한 고찰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A. 작가는 이렇게 말해요. “눈에 띄지 않으려는 노력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시작되지만 금방 홀로서기로 확장되고, 우리가 누구이고,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42쪽) 또 “우리 인간성의 척도는 세상에 우리를 얼마나 드러내느냐가 아니라 우아하고 조화롭게 우리 자리를 찾는 것에서 비롯될지 모른다.” (140쪽)

 

 

Q. 작가의 생각에 더하여,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저는 항상 궁금했던 거 같아요. 왜 우리는 타자와의 구획이나 분리를 통해서만 ‘나’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지. 그건 좀 외롭지 않나요? 그리고 단절감도 들고요. 당연히 나 자신은 나만이 오롯이 알아줄 수 있겠지만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사라지기, 그러니까 풍경과 하나가 된다거나, 위장한다거나 하는 식의 ‘스며들기’는, 나와 세상의 연결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고 느꼈어요. 공동체로서의 사유할 수 있게 하고요. 앞서 인용한 문장처럼, 다정함이나 이타심을 더 발휘할 수 있게 해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일체감, 그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연대해서 다 같이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걸 더 깨우치게 해준다고 느껴요.

 

다시 말해, ‘우리’로서의 감각이 선명해지는 거죠.

 

 

Q. 어느덧 이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왔는데요. 이 인터뷰에 제목을 붙인다면, 어떻게 붙이실 건가요?


A. 사실 되게 피로하고 피곤한 사회라고 생각해요. 자신을 드러내야 이길 수 있으니까, 애쓰는. 여유가 없는. 그래서, ‘지친 이 시대의 관심종자들을 위해’라고 이름을 붙이고 싶네요.

 

저는 이 책이 존재적 불안에 시달리는 소위 우리 ‘관심종자’들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자신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게 하고,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그래서 우리의 위치를 확인시켜주고 존재적으로 안정감을 부여해 준다고 느껴요.

 

 

Q. 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으신 말이 있으실까요?


A. 이 문장을 꼭 인용하고 싶네요. “내 존재는 그들에게 아무 의미 없다.” (163쪽)

 

이 문장은 저에게 해방감을 줬어요. 피로한 우리 모두, ‘쓸모’와 ‘노출’의 피로에서 해방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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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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