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ure 12. '로봇 드림' 이별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글 입력 2024.06.1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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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INTRO


 

요즘 AI의 발전 속도를 보면 이젠 진짜로 로봇에게 사람과 같은 감정이 정말로 생길 것 같기도 합니다. 인간도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화를 통해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배우고 컨트롤해 나가잖아요? 로봇에게도 인간과 같은 데이터를 주입시키면, 왠지 생길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가 아는 챗GPT도 웹상의 방대한 문서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추론하고 결괏값을 내려주고 있으니까요. 물론 인간이 느끼는 생각과 감정의 영역은 데이터화하기에 어렵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조금 더 먼 미래로 나아가서- 고도화된 발전이 이루어져 이미 감정이 탑재된 로봇을 마주하게 된 인간은 로봇에게 과연 어떤 마음이 들까요? 무서울까요, 아니면 마음 맞는 친구라고 느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우리와 같은 듯 다른 듯한 로봇을 인간처럼 대할 수 있을까요?


이번에 제가 가지고 온 작품은 이러한 의문을 품게 해주는 애니메이션 영화 <로봇 드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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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뉴욕 맨해튼에서 홀로 외롭게 살던 ‘도그’는 TV를 보다 홀린 듯 반려 로봇을 주문하고 그와 둘도 없는 단짝이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해수욕장에 놀러 간 ‘도그’와 ‘로봇’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휩쓸려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데··· “기다려, 내가 꼭 다시 데리러 올게!”
 

 

주인공 도그(Dog)는 1인 가구입니다. 한가로운 저녁 시간, 냉장고에서 도시락을 꺼내와 TV를 보며 먹으려던 도그의 눈에 창 밖 건너편에서 서로를 꼭 끌어안으며 TV를 시청하는 커플이 보입니다. 도그는 씁쓸한 표정을 한 번 짓고 다시 밥을 먹기 시작하는데요, 때마침 틀어놓은 TV에서 이런 광고가 송출됩니다.

 

 
"당신의 반려 로봇을 들이세요!"
 


며칠 후 초인종 소리와 함께 도그의 집 앞으로 커다란 박스가 도착합니다. 바로 이전에 광고를 보고 구매한 반려 로봇이 든 박스가요. 도그는 설명서를 보며 열심히 로봇을 조립하고,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로봇이 작동됩니다. 도그를 처음 마주하는 걸 텐데 마치 오랜 친구라도 되는 마냥 씨익 웃어주는 로봇. 그렇게 둘은 함께 맛있는 것도 먹고, 스케이트도 타고, 놀이공원에도 가고, 외롭지 않은 나날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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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CGV)

 

 

하루는 도그와 로봇이 여름을 맞이해 해수욕장에 놀러 갑니다. 재밌게 물놀이를 즐기고 집에 가려는 순간, 로봇이 꼼짝도 않게 돼요. 도그는 어떻게든 로봇을 데리고 가고 싶었지만 혼자의 힘만으론 역부족입니다. 어쩔 수 없이 로봇을 그냥 두고 먼저 집으로 돌아간 도그는 날이 밝자마자 해변가로 달려갔으나, 해수욕장은 바로 그날을 마지막으로 임시 폐장에 들어가는데...


도그는 과연 로봇과 다시 재회할 수 있을까요?

 

 


COMMENT


 

애니메이션 영화 《로봇 드림》은 "흠"과 같은 의성어를 제외하곤 극 중 단 한 마디의 대사도 없습니다. 처음 영화가 시작되었을 때도 너무 조용한 나머지 볼륨이 잘못된 줄 알았어요. 잠시 후에 작게나마 작중 내 TV 소리가 들려서 원래 이런 영화더라고요.


하지만 이게 더 작품에 몰입하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해외 작품을 볼 때는 영상 보랴, 자막 보랴, 사운드 들으랴 바쁜데 여기는 화면에만 집중하면 됐거든요. 초반의 적막함은 도그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정말 극대화해서 보여줬고, 이후 도그의 세상에 로봇이 들어서면서 배경 음악도 추가되니 단조로웠던 삶이 점차 다채로워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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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CGV)

 

 

여기서 미리 영화 결말을 스포일러 하자면, 도그는 결국 로봇과 재회하지 못합니다. 재회할 뻔했다는 게 더 정확하겠네요. 둘 사이에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계속 발생하거든요. 도그는 로봇을 데려가기 위해 시청에 가 해변 출입 신청서도 작성하지만 거절당하고, 몰래 잠입을 시도하다 경비에게 들켜 머그샷까지 찍히게 됩니다. 방도가 없어진 도그는 그저 해수욕장이 다시 재게 되는 6월 1일 만을 기다립니다.


그러는 사이 홀로 해변에 남은 로봇에게도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는데요. 자신을 구해주려는 줄 알았던 세 마리의 토끼는 노로 로봇의 다리 하나를 잘라 갔고, 나중에는 해변에 불법 침입한 고철 수집가에게 납치 아닌 납치를 당해요. 잠시간 새들의 둥지를 마련해 주는 즐거운 일도 있었지만, 결국 고물상에 팔려간 로봇은 몸과 꿈 모두 산산조각 나버리고 맙니다.


로봇과 떨어져 있는 동안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이런저런 일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도그가 결국에는 로봇을 잊고 살아가나 싶었는데, 6월 1일이 되자마자 해변가로 달려가더라고요. 여기서 감동했지만 안타까움도 함께 밀려왔습니다. 그 자리에 로봇이 없단 걸 관객인 저는 아니까요. 도그는 여기저기 수소문 해보지만 결국에는 로봇을 찾지 못하고, 로봇 매장에 가서 '또 다른 로봇'을 구입합니다. 새로운 인연을 찾아 나선 거죠.


공중분해 되었던 로봇은 우연히 고물상에 방문했던 라스칼이라는 라쿤에 의해 발견되고, 라디오를 매개로 한 새로운 몸으로 탄생합니다. 로봇도 자신을 구해준 라스칼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요. 그러던 어느 날 건물 옥상에서 라스칼과 점심 파티를 즐기려던 로봇은 도그가 새로운 로봇과 함께 거리를 걷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저는 여기가 불행의 시작이라고 느꼈어요. 서로가 싫어서 헤어진 것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서로의 곁에 다른 사람이 있는 상태로 마주하게 될 상황이 되었으니까요. 과연 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짐작을 할 수 없었는데요. 도그를 먼저 발견한 로봇은, 인간인 저보다도 더 인간다운 행동을 취합니다. 로봇은 서로의 이별과 새로운 인연을 받아들입니다. 조금 전에 당장에라도 도그에게 뛰어가는 상상까지 했으면서 말예요.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밀려오는 이 먹먹한 감정이 대체 뭐 때문인지 알 수가 없어 다른 분들의 리뷰를 많이 찾아보았어요. 도그나 다른 동물이 사람이고 로봇이 반려동물이라는 이야기도 있었고, 반대로 로봇이 사람이고 도그가 정말 그대로 반려 동물이라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오히려 저는 로봇도 사실은 사람이고, 둘의 관계는 사랑으로 보였어요. 그래서 이런 느낌을 받은 것 같아요. 도그가 로봇에게 대하는 태도는 우정이라고 보기엔 농도가 짙습니다. 같은 집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손도 잡고 서로를 의지하는 모습은 연인 그 자체였어요. 그렇기에 도그가 해변가에서 잠시 로봇과 헤어질 때도 그렇게 애틋하게 멀어질 수가 없을 거 같고요.


헤어진 후에는 자신의 과거를 반성 삼아 새로운 연인에게 더 잘해주는 모습도 보여주고요. 로봇은 길거리의 연인들이 손 잡는 모습을 보고 무작정 도그의 손을, 기계의 힘을 담아 세게 잡아서 도그를 아프게 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후 라스칼의 손을 잡을 땐 상대가 아프지 않도록 살짝 잡아줍니다. 아무 준비 없이 로봇을 바다에 데려갔다가 로봇을 잃게 되는 쓰라린 경험을 가진 도그는, 새로운 로봇과 해수욕장에 갈 땐 만반의 준비를 합니다. 인간보다 더 사랑에 진심 같아요.


그렇지만 결국엔 한쪽이 로봇이라는 설정 때문에 이별을 마주한 게 아닌가 싶어요. 로봇은 도그를 확실하게 보았지만, 도그는 확실치 않거든요. 분명 그 로봇이 맞는 것 같은데, 100% 장담하는 표정은 아니었어요. (한 95% 정도?) 그런 상황에서 로봇이 기계답게 정말 빠른 두뇌 회전으로(..) 이런 이별의 결론을 내린 게 아닐까요? 로봇은 지금 자신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정답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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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CGV)

 

 

만약 둘 다 사람이었다면, 서로의 이별을 이렇게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요? 의도치 않게 헤어짐을 당했는데, 결국에는 지금 인연과 함께 하더라도 얼굴 한 번 맞대고 이야기 정도는 나눠보려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라면 아마 헤어졌던 연인을 향해 달려갈 것 같거든요. 로봇이 처음 했던 상상처럼요.


그렇게 도그와 로봇은 이별을, 그리고 새로운 만남을 이어갑니다. 이별에 담담해 보이는 둘 때문에 보는 제가 괜히 아팠지만요.

 

 

 

OUTRO


 

저는 이 영화가 굉장히 잘 만들어졌단 건 알지만, 개인적으로는 별점 5점 만점을 줄 순 없었어요. 왜냐하면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이런 가슴 아픈 스토리 잘 못 보겠더라고요. 왜 도그와 로봇이 행복할 수 없는 건데!


그것과는 별개로 이 영화는 우리에게 관계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어서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사랑을 느끼는 대상이 사람이든, 반려 동물이든 간에 누군가를 만나고, 재회하고, 이별하는 그 과정에 대해서 많은 걸 느끼게 해 줬거든요. 재회가 저렇게 아플 수도 있고, 이별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는 거구나-하고요.


오늘 하루 센치함에 젖어보고 싶은 분들께 애니메이션 영화 <로봇 드림>을 추천합니다. 'Remember me'를 들을 때마다 픽사의 코코가 생각나듯이, 이제 'Do you remember'를 들을 때마다 이 영화가 생각날 거예요.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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