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북유럽의 빛을 탐미하다 - 새벽부터 황혼까지, 스웨덴국립박물관 컬렉션

글 입력 2024.04.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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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라고 이야기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 대부분이 클로드 모네, 에두아르 마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등 프랑스 화가들의 작품을 떠올릴 것이다. 필자 또한 이러한 프랑스의 인상주의가 익숙한 사람이었다. <새벽부터 황혼까지 – 스웨덴국립박물관 컬렉션>은 기존에 국한되었던 프랑스의 인상주의에서 벗어나 북유럽의 인상주의를 조명하는 전시로, 인상주의에 대한 인상을 확장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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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셀 융스테트의 <스위스의 채석장에서>(1886)

 

 

당대 스웨덴 화가들은 프랑스의 자연주의와 인상주의의 영향을 수용하면서, 자국의 일상과 노동 장면을 그리면서 진정한 북유럽의 현실과 풍경을 묘사하고자 했다. 더불어 북유럽 예술가들은 프랑스 회화로부터 배운 빛과 분위기를 표현하면서도, 회색빛 안개가 감도는 풍경으로 스카겐 정경과 지역민을 그려냄으로써 북유럽 특유의 화풍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에 이번 전시에서는 프랑스의 인상주의와 자연주의와 비슷한 기법이 사용되었지만, 북유럽 특유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악셀 융스테트의 <스위스의 채석장에서>(1886), 이바르 뉘베르그 <피엘바카 쿵스클리프탄의 우아한 산책자들>(1889) 등의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하층민의 고달픈 삶이 작품에 그대로 묻어났다. 그러나 그들의 고되고 힘든 일상의 느낌만을 담은 것이 아닌, 어딘가 따뜻함이 느껴졌다. 이들을 바라보던 화가의 따뜻한 시선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스웨덴의 화가들은 프랑스의 인상주의와 다르게, 초기 인상주의 시기에 세밀함과 부드러운 붓 터치를 이용하여 따뜻하고 인간적인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번 전시에서 눈길이 갔던 것은 여성 화가와 그림 속 여성의 모습이었다. 대체로 유명한 작품들이 걸린 전시에 가면 대부분의 작가가 남성이고, 그 속에서 여성 화가의 작품을 발견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 전시는 여러 장(chapter) 중에서 제2장에 “자유로운 정오, 북유럽 여성 화가들의 활약”이라는 제목을 붙여 하나의 장에 걸쳐 여성 화가들에게 집중했다. 한나 파울리와 같은 여성 화가들의 작품을 보며, 앞서 살펴보았던 남성 화가들과 동일한 시간과 공간을 영위하더라도 어떻게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그리고 구도를 잡아서 그림으로 표현해 냈는지 그 차이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다.

 


Bertha Wegmann_Young Mother with a Child in a Garden (frame)_low.jpg

베르타 베그만의 <정원에 있는 젊은 어머니와 아이>(1883)

 

 

더불어 그림 속에 묘사된 여성의 모습에도 눈길이 갔다. 모자(母子)가 등장하는 그림의 경우 대체로 엄마와 아이의 시선이 맞닿아 있고, 성모 마리아의 자세를 하고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베르타 베그만의 <정원에 있는 젊은 어머니와 아이>(1883)의 그림에서 엄마와 아이 모두 정확하게 정면을 쳐다보고 있었고 자애로운 미소가 아닌 자연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이 그림은 상당히 충격으로 다가왔는데, 자애로움과 성스러움을 표현하는 모자의 그림보다 훨씬 더 인간적이고 자연스럽게 다가와 이 그림 속 모자의 시선에 붙잡혀 상당히 오랜 시간 그림 앞에 서 있었다.

 


Viggo Johansen_An Artist’s Gathering_low.jpg

비고 요한센의 <예술가들의 모임>(1903)

 

 

그리고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또 하나의 그림이 있었다. 비고 요한센의 <예술가들의 모임>(1903)이다. 1890년대 덴마크 미술계의 저명한 화가 중 한 명이었던 비고 요한센은 이 작품에서 화가 본인과 아내 마르샤 몰러, 그리고 세 명의 자녀를 비롯해 건축가, 미술사학자, 의사 등 11명의 인물을 등장시킨다. 물론 여기서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남성들과는 다른 색을 띠고 있는 의상을 입고 등장하고 아내는 남성들과 함께 테이블에 앉아 있지만, 세 딸은 마치 시중을 들 듯 서 있는 모습이기는 하다. 이 점에서 여성과 남성을 ‘함께’ 그렸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으나, 남성과 여성의 거리감이 매우 가깝다는 점, 그리고 아내가 마치 테이블에서 남성들과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라는 점에서 이 작가가, 그리고 당대 여성의 지위는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을 일으켰다. 이외 스웨덴의 국민화가인 칼 라르손의 그림에서는 르누와르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여성의 모습과 화풍이 엿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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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마지막 부분에는 18세기부터 21세기까지의 세계 미술사와 스칸디나비아 미술사, 그리고 북유럽과 주요 사회사를 비교해 놓은 연표가 한눈에 들어오게끔 정리가 되어 있었다. 이에 우리에게 익숙한 미술사와 북유럽의 미술사의 발전 양상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볼 수 있었고, 그 반대 쪽에 그려진 각 지역에 따른 대표적인 그림 예시를 통해 지역에 따른 사조의 다른 양상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처럼 본 전시는 프랑스와는 다른 북유럽만의 인상주의와 자연주의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제공해 주었으며, 미술사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있어 중심이 되던 지역이 아닌, 그 외의 지역에도 주의를 기울여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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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전시 공간 이외의 공간에 관해서도 잠시 언급하고자 한다. 전시를 보고 밖으로 나오자, 기념품 샵에서 다양한 굿즈들이 판매되고 있어 전시를 보며 느꼈던 감정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며, 전시된 작품을 프레임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전시를 오랫동안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관람자를 위한 전시 기획자들의 세심한 배려가 엿보였다.

 

본 전시는 2024년 3월 21일부터 8월 25일까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개최한다. 스웨덴-대한민국 수교 65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전시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79점의 명작을 만나볼 수 있다.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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