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상에 철학 한 줌 심어보기 - 나를 채우는 일상 철학

시작은 가볍게 연결해 보는 것부터
글 입력 2024.01.1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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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깨지지 않은 사실을 고백한다.

 

나는 알랭 드 보통의 소설과 에세이 몇 권을 몇 번 시도했다가 그 몇 번 다 실패했다. 이유는 굳이 찾지 않았다. 그냥 나와는 결이 맞지 않는 작가들 중 한 명인 것일 뿐이니까.

 

그러다가 어느 날 그의 소설 하나에 갑자기 또 관심이 가서 인터넷으로 리뷰를 찾아보다가, 그를 중심으로 만든 프로젝트 ‘인생학교’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결국 그때도 그 소설을 읽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대신 인생학교에서 만든 ‘사유 식탁’을 읽어보았다. 식재료와 음식으로 여러 고민을 생각해 보고, 레시피로 실천해 보며 또 치유해 보는 방법을 제시해 주는 책이었다. 레시피가 담겨있지만 요리 레시피북이라기보다는 생각 레시피북이랄까?

 

인생학교는 지금까지 관계, 돈, 정신, 일 등 우리가 일상에서 숨 쉬듯 고민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배움을 다시 삶의 한가운데로’라는 모토를 가진 만큼, 일상 속에서 우리가 자주 하는 고민을 생각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이 세상에서 아무쪼록 잘, 괜찮게, 건강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번에 출간된 <나를 채우는 일상 철학>은 40가지의 질문과 고민을 놓고, 각각의 상황에 생각해 보면 좋을 여러 철학자 또는 사상을 이야기한다.

 

 

[표1] 나를 채우는 일상 철학.jpg

 

 

철학이라고 하면 무겁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아무래도 우리가 평소에 수시로 사유하지는 않는, 인생의 근본적인 것들에 대해, 옛날 사람들의 말들을 깊게 생각해 보는 것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이 책은 그런 어려움을 가볍게 만들어주기 위해 만들어진듯하다.

 

책의 서문에서 말한 것처럼 ‘이제 철학은 다시 공공 의제가 되었’다. 물론 지금 우리 주변의 사람, 사물, 또는 예술 작품 등 우리에게 뭔가를 생각하게 하고 그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넘쳐나지만, 가끔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 있다. 우리는 그럴 때 철학을 찾는다. 동서양의 철학자들의 저서를 찾아보고, 그중에서 지금과 다를 것 없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으려 한다. 

 

다만, 너무나 다른 사람들인 우리가 각각의 가치관이나 취향, 그리고 각각의 상황에 따라 생각하고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 다를 것이다. 그래서 각자가 생각하기에 지금의 자신에게 잘 맞는 철학이 필요하다. 또, 철학을 배우지 않았거나 관심이 없었다면 어떤 것부터, 어떤 철학자부터 시작할지 더 어렵기 마련이다. 아마 이런 상황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여느 철학서처럼 두껍거나 어렵지 않다. 반대로, 오히려 생각보다 더 얇고 쉽다. ‘40가지의 철학의 순간들’과 어울리는 사진을 먼저 보여주고, 다음 페이지에 그 순간들에 어울리는 철학을 소개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40가지 순간들은 각 열 가지씩,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법’, 2장 ‘불안에 흔들리지 않는 법’, 3장 ‘관계에서 중심을 잡는 법’, 4장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법’이라는 각 장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우리 자신의 존재와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뻗어나가는 일상 속 여러 고민의 순간들을 제시한다.

 

즉, ‘결점은 꼭 숨겨야 할까?’, ‘꼭 행복해야만 할까?’, ‘다른 사람 앞에 서면 왜 주눅 들까?’,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은 순간’ 등, 우리가 마주하는 여러 순간들을 놓고 동서양의 여러 철학자들이 생각했던 것들을 이야기해 주기 때문에, 페이지를 가볍게 넘기다가 지금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나 상황에 잘 맞을 것 같은 철학이나 철학자를 찾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철학을 사유하는 것이 삶이나 사람에 관한 근본적인 걱정과 고민들로 가득한 자신의 일상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그 철학을 어떻게 일상과 연관 지어 생각해 봐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예시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앉은 자리에서 한꺼번에 다 읽었는데, 그렇게 읽고 나니 그것보다는 하루에 몇 가지씩만 짧은 호흡으로 읽어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빠르게 여러 철학을 훑어보고 싶다면 휘리릭 책장을 넘겨보며 읽어도 괜찮을 것이다. 

  

*

 

나는 여전히 알랭 드 보통의 수많은 책들 가운데, (인생 학교 책을 제외한다면) 단 한 권의 소설만 읽어 본 상태이다. 사실 그마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자신에게 잘 맞는 작가가 있다면 잘 맞지 않는 작가도 있다. 한 작가의 에세이는 잘 맞는데 소설은 또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다행히 세상에 우리가 향유할 수 있는 작품들은 많고, 우리는 이 수많은 것들 중 우리에게 맞는 것을 찾아 즐긴다. 그리고 또 다른 것들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그런 것처럼, 철학 또한 각자에게 맞는 철학을 찾아 생각해 보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 역시 어떤 사람들에게는 내용이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여러 사상을 맛보고 일상 속 다른 상황들에 적용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길잡이를 찾은 느낌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하는 고민들 중 대부분은 말끔히 없어질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럴 때 우리는 그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거나, 영화나 책 같은 예술을 통해 배우거나 해소하거나, 혼자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그 고민을 끌어안고 있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럴 때면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서 잠시 동안 우리 일상 속 그 순간들을 철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자신과의 대화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자신과 잘 맞는 것이 없을 수도 있고, 있을 수도 있다. 그냥, 씨앗 한 줌을 심고 어느 날 그 씨앗에서 식물이 작게 자라있는 걸 보게 되는 것처럼, 가볍게 조금씩 읽다 보면 어느새 철학에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있을 수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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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xels

 

 

[강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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