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뉴진스'라는 장르 [음악]

복합성과 개성이 만드는 유일무이함
글 입력 2024.05.05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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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찾게 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리지 않는 청바지(jeans)처럼 시대의 아이콘, 그리고 동시에 대중음악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New Genes’(새로운 유전자)가 되겠다는 포부와 함께 등장한 뉴진스(NewJeans)는 데뷔와 동시에 이지리스닝 장르를 급부상시키며 K-pop 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4월 27일 뉴진스의 새로운 더블 싱글 ‘How Sweet’의 수록곡 ‘Bubble Gum’의 뮤직비디오가 선공개되었다. 해당 뮤직비디오는 뉴진스를 둘러싼 각종 잡음에도 불구하고 공개 8일만에 24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2022년 가을 ‘Ditto’로 뉴진스만의 아날로그 ‘디토 감성’ 붐을 일으킨 뉴진스인 만큼, 5월 말 발매될 앨범을 통해 뉴진스가 표현해 낼 그들만의 ‘여름 감성'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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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R

 

 

 

New Jeans: 질리지 않는 편안함


 

데뷔 이래 꾸준히 강렬하고 자극적인 사운드가 아닌, 질리지 않고 편안하게 여러 번 들을 수 있는 이지리스닝 음악을 표방해 온 뉴진스답게, 신곡 ‘Bubble Gum’ 또한 시티팝적인 요소를 가미한 이지리스닝 곡이다. 가성 위주의 창법과 자극적이지 않은 멜로디와 악기 소리, 그리고 심플한 드럼 리듬으로 보편적인 편안함을 가져가면서도, 뉴진스 멤버들의 개성 있는 음색과 잘게 쪼개져 경쾌한 느낌을 주는 리듬이 어우러져 뻔하지 않다.


뉴진스가 가진 편안함과 보편성은 비단 음악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누구나 살면서 거쳐갔을 학창 시절과 청춘의 장면들을 재현하며 대중들에게 인생의 찬란했던 한 시점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서로 장난치며 뛰어노는 그들의 뮤직비디오 속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모습은 아이돌이 아닌 청춘의 표상으로서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러나 사실 뉴진스의 뮤직비디오 속 학생들(뉴진스)의 모습은 그 시절을 건너온 사람들의 실제 기억과는 다를 것이다. 그들은 학교를 자유롭게 뛰놀며 춤을 추기보다는 수능 공부를 했을 것이고, 풀숲에 누워 낮잠을 청하기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학교 앞에서 간식을 사 먹었을 것이다. 결국 뉴진스가 진짜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들이 학창 시절 동경했던 세계, 어찌 보면 일종의 ‘환상’에 대한 향수인 것이다. 때문에 뉴진스의 음악과 콘텐츠가 학창시절 ‘기억 조작'을 한다는 장난스러운 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뉴진스의 음악과 콘텐츠들은 계속해서 ‘아련함'이라는 키워드를 중점적으로 풀어나간다. X세대가 10대 시절 동경하던 세계, 실제 기억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있음직한 학창시절의 푸르고 자유로운 모습을 재현해냄으로써, 사실은 환상에 가까운 이 모습들에 대한 향수와, 최종적으로는 각 개인이 지나 온, 돌아가고 싶은 청춘의 장면들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New Genes: 뉴진스라는 새로운 장르


 

뉴진스는 이렇듯 다소 힘을 뺀 보편적인 음악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한편, 그들만의 ‘한끗 차이’를 기반으로 독보적인 ‘뉴진스 감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런 뉴진스만의 감성은 복합성과 솔직한 개성에서 나온다.


특히 뉴진스라는 아티스트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대중문화 콘텐츠가 가진 복합성은 크게 음악 장르의 복합성과 매체의 복합성으로 나누어 접근해 볼 수 있다.


일렉트로니카를 기반으로 힙합, 트로트, 신스팝 등 다양한 장르를 믹스하며 한국형 뉴트로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받는 프로듀서 250이 메인 프로듀싱을 맡은 뉴진스의 음악은 이지리스닝을 강조하면서도 단조롭지 않다. 그들의 음악은 R&B, 댄스 팝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가 혼합되어 한 가지 장르로 구분하기 어렵다.

 

선공개곡 ‘Bubble Gum’ 또한 시티팝과 소울 R&B, 펑크 등 여러 장르가 함께 믹싱되어 있으며, 여기에 잘게 쪼개진 경쾌한 비트를 곁들이며 뉴진스의 통통 튀는 매력을 강조하였다. 또한 가성과 랩, 엇박과 정박을 조화롭게 혼용하는 개성 있는 창법을 통해 전형성을 탈피하고자 했다. 바로 이 지점이 최근의  이지리스닝 붐에도 불구하고 뉴진스가 그들만의 음악적 정체성과 오리지널리티를 지킬 수 있는 차별점이다.


대중들은 뉴진스가 가진 이런 분위기와 미감을 ‘뉴진스 감성'이라는 말로 정의함으로써 아이돌 그룹인 ‘뉴진스'를 하나의 장르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뉴진스의 콘텐츠가 가진 매체의 복합성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련함과 아날로그, 자연스러운 무드를 핵심으로 하는 ‘뉴진스 감성'은 단순히 음악적인 스타일을 넘어 뮤직비디오와 사진 등 다양한 매체에 걸쳐 복합적으로 이어진다. 음악, 영상, 공연, 사진, 스타일링 등 뉴진스의 모든 콘텐츠가 일관성을 가진 하나의 컨셉으로 관통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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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R

 

 

미국의 애니메이션 ‘파워 퍼프 걸’과 협업해 각 멤버를파워퍼프걸 캐릭터화한 시도도 인상적이다. 이로써 멤버 개인의 개성을 함축한 캐릭터를 구축하였을 뿐 아니라, 기존 ‘파워퍼프걸' 애니메이션의 세계관을 공유하며 뉴진스의 세계관을 확장할 수 있었다. 이는 동시에, 파워퍼프걸의 에너제틱함과 순수함이 가진 클래식하고 스테디한 이미지와 뉴진스의 이미지를 연결시키며 해외에서 뉴진스가 더욱 친숙하게 인식될 수 있도록 하는 시도이기도 했다.

 

 

 

컨셉과 실제의 경계를 허무는 진솔함


 

뉴진스가 데뷔 초부터 강조해 온 또 다른 키워드는 ‘솔직함'이다. 그 나이대의 아이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있는 그대로의 진솔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데뷔 초 수수하고 자연스러운 메이크업과 블록코어 스타일링 등이 이러한 기획의 일환이었다.


사실 이러한 ‘진솔함’은 가사보다도 뮤직비디오와 같은 영상콘텐츠, 그리고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더 잘 포착된다. 뉴진스의 다양한 콘텐츠는 각 멤버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 안무 창작에 참여하거나 뮤직비디오에 멤버들의 평소 모습을 자연스럽게 반영하는 등의 방식으로 건강한 10대 아이들의 솔직함을 표현한다.


얼마 전 선공개된 ‘Bubble Gum’ 뮤직비디오에는 각 뉴진스 멤버들의 개성과 이야기가 잘 드러나 있다. 비하인드 영상에서 ‘최근 상황극에 빠져 있다'고 밝힌 멤버 혜인이 친구에게 비눗방울 부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대사를 하는 장면, 자체 컨텐츠에서 ‘송아지가 있는 곳에 가보고 싶다'고 했던 멤버 하니가 송아지를 바라보며 웃는 장면부터, 특정 멤버가 연기하는 것을 바라보며 웃음을 참는 나머지 멤버들의 모습과 서로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며 노는 이들의 모습이 뮤직비디오에 담겨, 돌아가고 싶은 학창 시절의 어느 여름날을 아름답게 표현한다.


이렇게 각 멤버들이 가진 개성을 앨범 컨셉에 녹여내는 시도는 결국 이들이 추구하는 ‘자연스러움'을 다른 어떤 꾸며낸 이미지보다 효과적으로 진정성 있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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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R

 

 

‘Bubble Gum’이 보여준 뉴진스의 여름은 아련하고, 또 청량하다. 단순히 아이돌 그룹을 넘어 하나의 트렌드 장르로 자리잡은 뉴진스가 새로운 앨범을 통해 보여줄 뉴진스만의 새로운 여름 감성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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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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