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간의 불완전함을 탐구하다. [도서/문학]

『이야기의 탄생』 (윌 스토, 2020)
글 입력 2024.05.1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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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청조를 보면 결핍의 끝판왕이야. 걔는 진짜 결핍이 너무 많았어. 근데 우리가 저번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결핍을 어떻게 잘 전환하느냐에 따라서 히어로가 될 수 있고, 빌런이 될 수도 있다고 했잖아. 걔는 너무 큰 빌런이 되어버렸어.

 

- 드로우앤드류 영상 中

 


사이드 프로젝트로 함께하게 된 매거진에서 한 프로그램을 준비했었다. 주제는 자아 결함. 결함 있는 자아를 공부하고 다루어보고 싶었다. 이러한 결심은 인상 깊었던 드라마에서 비롯되었다. 더 자세하게는 그 드라마의 등장인물이 맞을 테다. 등장인물은 어릴 적에 부모님이 키 크라고 마시게 한 우유를 성인이 되어서도 마시고는 했다. 그러다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람이 심한 배신을 해도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로 평생을 사랑하고 만다. 사람들은 두 인물 다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필자는 그 인물을 좋아하고 아끼는 팬심에서 ‘아니, 그 사람은 완벽해. 잘못된 건 걔 하나지.’ 하면서 몇 개월을 부정했다. 지금 생각하면, 역사도 아니고 ‘드라마’라는 허구이니 아무렇게나 받아들여도 맞는 말이었을 텐데 말이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결함은 에너지로 치환될 수 있음을 알게 되고 길었던 세월을 정리하고자 해당 주제를 택하게 되었다. 정확히는 그 인물의 희로애락을 같이 느끼고, 몇 번 그만두다가도 그 인물을 봐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마지막까지 보고야 말았던, 그 세월을 보내주면서 해당 인물을 연기한 배우의 새로운 인물을 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하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이야기의 탄생』을 읽어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자 한다.

 

 

 

『이야기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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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함’은 질병이 아니다. 외동으로 태어나 어렸을 적부터 외로움을 느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라디오 진행자가 된 경우도, 본인을 옭매는 가난이 싫어 성공한 사업가가 되는 경우도 모두 ‘결함’에서 비롯되었다. ‘결함’은 인간을 구성하는 하나의 특징일 뿐이다. 그러나 성격은 사람마다 약점이 되기도, 강점이 되기도 한다. 살아가는 세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세상’이 정말로 ‘현실’을 살아가는 것일까.


서른이 되어서야 자신이 살아온 ‘세상’이 ‘거짓’임을 깨달은 남자가 있다. 심지어 그 남자는 결혼도 했고, 직장도 다니며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어느 날, 사실은 이 모든 것이 ‘리얼리티 쇼’에 불과했다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피터 위어 감독의 ‘트루먼 쇼’에서 트루먼이 겪는 이야기다. 진실을 깨닫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느냐는 질문에 제작진은 이리 대답한다.


 

사람들은 주어진 세계의 현실을 그냥 받아들입니다. 그렇게 단순합니다.

 

- P.92

 

 

‘진실’과 ‘진실’로 믿고 싶은 것은 엄연히 다르다. 거짓이 정상인 세계에서는 진실이 이물질이 된다. 거짓은 가장 쉬운 대응책이 된다. 하지만 거짓을 ‘진실’로 믿고자 몰두하면, 경계는 흐릿해지고 만다. 그렇게 살아가는 세상 또한 변한다. ‘세상’도 변했는데 변하지 않을 것은 없다. 그렇게 설사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이 거짓이라고 하더라도 ‘현실’로 인식하므로 거의 의문을 품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진실’일까, ‘거짓’일까. 트루먼은 당신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경계를 물을 것이다.

 

 

 

현실을 이야기로 풀어내다.



 

조지프 캠벨은 “한 인간을 진실로 전달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 사람의 결함을 기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이야기와 현실에서 만나는 인간은 이처럼 불완전한 존재다. 하지만 현실의 삶과 달리 이야기에서는 그 인물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를 이해할 수 있다.

 

- P.96

 


이야기와 현실에서 만나는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하지만 현실과 달리, 이야기에서는 인물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를 이해할 수 있다. 이야기 속 인물은 작가에 의해서 탄생한 존재이자 문장을 읽으며 캐릭터가 왜 그러는지 시선을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과 이야기의 차이는 ‘글’로 표현했느냐 아니냐 차이다. 즉,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면 이야기에 함께 몰입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글’은 자신을 솔직하게 마주하여 자신을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 된다.


현실과 이야기는 서로를 이끈다. 사람이 집필한 이야기는 다시금 사람들에게 판매된다. 현실은 이야기를, 이야기는 현실로 전파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실과 이야기의 괴리는 마치 두 개의 세계가 어긋난 듯하다. 하지만 이 둘 사이에는 통하는 것이 분명히 있다. 현실에서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를 품은 채 살아가고,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고 그 속에서 유래한다. 살아가는 현실과 이야기의 세계는 서로 뒤얽혀 있으며, 이를 통해 불완전한 존재로서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로 태어난다. 그 불완전함이 서로를 이해하고 이야기 속에서 공감하게 만든다. 따라서 우리는 자아의 결함을 탐구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인간’이 된다. ‘인간’은 사람의 됨됨이를 뜻하기도 한다. 결함은 특색을 위한 훌륭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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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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