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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이 햇빛만이 존재를 드러냈던 4월의 마지막 주말, 친구들과 함께 ‘2024 KT&G 상상실현 페스티벌’을 즐기러 춘천으로 향했다. 내 인생 첫 춘천 방문이자 첫 뮤직 페스티벌이었다.


아침 일찍 춘천으로 가는 경춘선을 탔고, 예상치 못하게 지하철에 사람이 많아 꽤 오랜 시간 동안 서서 갔지만, 첫 뮤직 페스티벌에 대한 설렘과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대화로 인한 즐거운 마음이 힘들다는 생각을 이겼다.


춘천 하면 ‘닭갈비‘가 빠질 수 없다는 생각에 도착하자마자 들린 닭갈비집에서 마주한 아주머니의 정겨운 말들과 푸짐하고도 맛 좋은 닭갈비는 페스티벌에 대한 설렘을 극대화했다.


닭갈비를 배불리 먹은 후 우리는 아주머니의 추천대로 페스티벌 장소까지 셔틀을 타는 대신 두 다리로 걸어가기를 선택했다. 초반에 몇 걸음까지는 마냥 신났지만, 곧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생각보다 걸어가기 좀 먼 거리였다. 심지어 주변이 온통 나무와 꽃들로 가득해서였는지 벌이 너무 많아 도망치기 바빴다. 심하게 흩날리는 꽃가루는 덤이었다.


기차 대신 지하철, 셔틀 대신 두 다리. 모두 우리가 자처한 일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들에 당황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할 걸‘하고 후회하기보다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즐겼다.


황당한 상황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걸어가는 길에 아주 커다란 새가 강으로 뛰어들기를 반복하며 날아다니는 광경도 목격했고, 신기한 모양의 다리를 보면서 한참을 웃기도 했다. 오히려 우리의 선택은 페스티벌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배가 되게 했다.


이렇게 우리의 축제는 페스티벌 장소에 도착하기도 전에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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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실현 페스티벌은 M-STAGE, S-STAGE, L-STAGE라는 총 3개의 무대에서 각각 5팀씩 공연이 이루어졌다. M-STAGE는 가장 큰 야외무대, S-STAGE는 실내, L-STAGE는 작은 야외무대였다.


시간이 겹치는 공연도 있고, 겹치지 않더라도 미리 가 있지 않으면 무대를 못 보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에 신중한 선택이 요구되었다. 후반에 가서는 약간 눈치 게임을 하는 기분도 들었지만, 이것 역시 페스티벌의 묘미라고 생각하며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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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선 가장 큰 야외 공연장에서 두 가수의 무대를 봤다. 첫 무대를 장식한 ’오존‘은 이번 페스티벌로 처음 알게 된 가수였는데,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원래부터 좋아하던 ’김수영‘의 무대 역시 특유의 몽환적인 목소리, 라이브 실력 모두 나무랄 데 없이 완벽했다.


거의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로 인해 더위에 지쳐 온전히 무대를 즐겼다고 하긴 어렵지만, 불쾌한 더위를 기분 좋은 열기로 바꾸는 수많은 관객과 햇빛을 조명으로 삼고 특유의 분위기를 뽐내며 열창한 두 가수의 무대는 그 더운 날씨가 미화될 정도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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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친구가 보고 싶었던 가수를 보기 위해 작은 야외 공연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미 작은 공연장은 사람들로 가득 차서 겨우 까치발을 하고 멀리서 조그마해진 가수의 모습과 라이브를 감상했다.


우리의 눈에 조그마해진 가수는 ’다린‘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들어보는 가수여서 큰 관심이 없었는데, 첫 소절을 듣자마자 큰 관심이 생겨버렸다. 오히려 요정처럼 작아진 가수의 모습은 뒤에 있는 물가와 울창한 나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무대까지 한눈에 어우러지게 볼 수 있었으며, 목소리도 한층 더 신비롭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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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떠나갈까 말까 밀당을 할 때쯤 실내 공연장으로 향했다.

 

공연장에 들어서자 바깥에서는 상상조차 못 하던 시원한 에어컨 바람으로 쾌적한 기분을 만끽했다. 그렇게 시원한 실내에서 땀을 식히면서 무대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이때 미리 땀을 식혀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원했던 실내가 열기로 가득한 실내가 된 것은 한순간이었으니까.


실내에서 우리가 처음 마주한 밴드는 ’신인류‘였다. 이 밴드 역시 처음 들어보는 밴드였지만, 원래부터 알고 있던 밴드였던 것처럼 신나게 리듬을 타면서 즐기는 나를 발견했다. 올해 단독공연을 한다는 소식에 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신인류‘만의 감성과 연약한 듯하면서 단단한 목소리는 나를 매료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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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마주한 밴드는 ’너드커넥션‘이었다. 나는 물론 친구들 모두 너무 보고 싶었던 밴드였다.

 

운 좋게 가까운 자리에서 그들의 무대를 즐길 수 있었다. 감미로우면서도 강렬한 보컬의 목소리와 화려한 밴드의 연주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온전히 무대에 몰입하도록 만들었다. 심지어 관객들의 요청에 앵콜을 두 곡이나 더 부르고 나서야 실내 공연이 겨우 마무리되었다.


실내 공연장은 야외 공연장과 달리 유일한 스탠딩석이었는데, 두 밴드의 무대를 즐기면서 밴드의 노래는 관객이 다 함께 서서 리듬을 타는 방식이 훨씬 무대를 온전히 후회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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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잔나비’의 무대만이 남아 있었고, 우리는 실내 공연장에서 벗어나 큰 야외 공연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우리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야외 공연장이 사람들로 빼곡했다. 아무리 돌아다니면서 자리를 찾아봐도 무대가 온전히 보이는 곳은 없었다.


해는 저물고 어두워진 저녁, 멀리서 반짝이는 조명과 ‘잔나비‘의 센스 넘치는 무대, 그로 인해 선선해진 저녁을 다시 열기로 가득 채우는 수많은 관객의 떼창까지. 비록 무대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는 열정과 청춘이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춤도 추고 리듬도 타면서 우리만의 방식대로 관객석에 있는 사람들 못지않게 마지막 공연을 뜨겁게 즐겼다.


세 개의 스테이지가 각각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공연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색다르게 느껴지도록 했다. 모든 공연을 보지 못하는 점이 아쉽긴 했지만, 나름 알차게 즐겼기에 아쉬움보다는 만족감이 컸다. 더불어 그동안 몰랐던 보석 같은 가수들을 발견하여 다채로워진 플레이리스트를 보면서 향유할 수 있는 음악의 범위가 넓어진 것 같아 괜히 뿌듯함도 느꼈다.


그리고 처음 마주한 밴드의 강렬한 라이브 연주는 내 심장 소리로 착각할 정도로 심장을 쿵쿵 울렸고, 마치 나의 설렘을 대신 연주해 주는 듯했다.


춘천으로 향하면서 겪었던 황당했던 상황들, 한여름보다도 더 뜨겁게 느껴졌던 봄날까지. 잊을 수 없는 순간이 한가득 생겼다.


아주 성공적인 첫 뮤직 페스티벌이었다.


’2024 KT&G 상상실현 페스티벌’은 나에게 콘서트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과는 확연히 다른 뮤직 페스티벌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끼는 기회를 선물해주었다. 벌써 언젠가 또 즐길 페스티벌에 대한 기대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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