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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니멀 킹덤’의
내용 및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모두 다른 우리는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며 따로 또 같이 잘 살 수 있을까.
영화 ‘애니멀 킹덤’은 공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차이에서 기인한 배척과 차별을 흔히 목격할 수 있는 현 사회에 꼭 필요한 논의다. 다수와 다른 소수 혹은 본인과 다른 견해를 지닌 집단의 일원을 비정상으로 치부하는 현상이 주변에 만연하다. 신체, 인종, 성별, 세대, 이념 등 각자가 가진 특성은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존재 간 차이가 당연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겠지만, 나와 다른 상대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이해하는 일은 어쩌면 다른 차원의 문제인 듯 보인다.
영화가 현실 속 존재 간의 다름을 투영하기 위해 소재로 차용한 것은 변이 바이러스와 동물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돌연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이 동물로 변해가는 세상을 가정한다. 변이의 대상은 무작위다. 수인으로 변이하고 있는 아내 라나가 실종된 후, 그녀를 찾아 나서는 프랑수아와 아들 에밀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과정에서 신체의 이상 징후를 느끼기 시작하는 에밀이 겪는 변화를 통해 인간과 수인의 경계를 탐구한다. 인간의 외형을 하고 여전히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는 상태인데 변이가 시작되었다고 해서 바로 비인간으로 취급할 수 있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또한, 모든 수인이 공격성을 지니는 것이 아닐 텐데도 그들을 혐오하고 무작정 격리시키는 인간의 모습이 공포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수인들이 어느 시점부터 공격성을 지니게 되고 인간에게 실제로 위협을 가하게 되는지는 파악하지 않은 채 우선 그들을 속박하는 모습이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어디서부터 인간이고 어디서부터 비인간인지, 수인들을 가두고 억압하는 것이 과연 최선의 해답일지, 이상적인 공존의 방법은 존재할 수 있을지 수많은 쟁점이 떠오르며 몰입을 더한다. 인간성과 비인간성의 경계, 정상성과 비정상성의 실재 여부로부터 시작해 인간과 동물이라는 이종 간의 공존, 더 나아가 서로 다른 인간들끼리의 공존까지 고민하게 만든다.
인간과 수인의 공존 가능성을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동시에, 인간과 수인의 경계에서 혼란을 겪는 에밀과 그를 지켜보는 프랑수아의 감정까지 파고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변이 초기, 에밀은 주변 모든 소리에 예민해지기 시작하는 귀와 피부를 뚫고 나오는 발톱을 보며 극심한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러나 자연에서 살아가는 다른 수인들의 모습을 목격하고 공동체를 배워가면서 변이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에밀의 변화와 함께 프랑수아 역시 성장하는 모습이 비친다. 에밀을 속박하던 프랑수아는 아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 무엇일지 고민하다, 종국에는 그가 그대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존중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영화의 마지막, 차 문을 열어 에밀을 떠나보낸 후 프랑수아가 짓는 표정에서 형용할 수 없는 크기의 사랑이 읽힌다. 에밀을 보호하려는 라나의 몸짓 역시 마찬가지다. 차별과 공존에 대한 동시대적 고민을 거쳐 가족 간의 사랑으로 귀결되는 이 아름다운 성장담이 마음에 깊이 박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