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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어떤 꿈은 같이 꿔야 완성된다

너바나 더 밴드... (중략)에 대한 리뷰

by 조수빈 에디터
2026.06.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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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뭐냐는 질문은 외롭다. 보통은 혼자 꾸는 것이니까.

 

나는 주기적으로 꿈의 어원을 찾는다. 어느 언어도 완벽한 어원을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대부분 꿈이 '보다'와 연결되거나 '하다'는 동사와 병행되는데 한국어만 꿈을 '꾸다'라는 동사와 함께 쓴다고 한다. 꾸다라는 동사가 먼저 생겨났고 이후 '꿈'이라는 명사가 만들어진 것이다. '꾸는' 행위가 없으면 '꿈'도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내게 꿈이란 움직여야 만들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 영화를 더 기대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 이름은 너바나 더 밴드... (중략).

 

지금 내 뒤에서 재생되고 있는 너바나의 노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너바나 더 밴드와 타임머신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까진 스포일러가 아니다. 왜냐하면 제목에 이미 다 적혀 있기 때문...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영화 제목: 너바나 더 밴드 : 전설적 밴드 '너바나'와는 별 관련 없는 '너바나 더 밴드'의 콤비 맷과 제이. 어느 날 공연을 위해 타임머신을 만드는 황당한 작전을 세우고 처음 만났던 17년 전으로 돌...


주인공 맷과 제이는 누가 봐도 실패한 예술가들이다. 공연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계속 새로운 프로젝트만 벌이는 아무도 모르는 밴드. 이들이 이루고 싶은 꿈도 거창하지 않다. 슈퍼스타가 되거나 엄청난 앨범을 만드는 게 아니라 고작 공연 하나라는 게 헛웃음이 난다.

 

근데 영화를 보면서 손가락질하거나 한심하다고 생각할 엄두가 안 난다. 자그마치 17년이다. 17년을 한 우물을 팠으면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의 성과잖아. 누가 손가락질할 수 있겠어.

 

(하지도 않는) 공연을 알리기 위해 돔 경기장 위로 스카이다이빙해서 뛰어내리자는 황당한 계획에 흔쾌히 합류하던 제이가 '누'가 된 것은 어느 순간이다. 제이는 집에 돌아와 무려 17년 동안 구름 위를 둥둥 뜨듯 하나도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마주하기 시작한다. 집 안에 허락 없이 하숙 중인 쥐라든가, 사진 속에만 있는 젊은 우리라든가, 널브러진 빨래와 밀린 집세 같은 것들. 현실은 아프고 매워서 순식간에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든다.

 

그래서 제이는 도망치기로 한다. 과거와 가장 친한 친구로부터, 갑자기 마주한 자신의 현실로부터. 여기까지는 평범한 실패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슬퍼지거나 비극적으로 전개되기 전 영화는 갑자기 타임머신을 꺼내든다. 뭐, 돌아가서 과거라도 바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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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이 영화 속 타임머신의 자애로움이다. 보통 타임머신 영화에는 패러독스가 따라붙는다. 과거 하나를 바꾸면 미래 전체가 흔들린다. '백 투 더 퓨처'에서 마티가 아빠를 구해줬다가 자기 자신이 사라질 뻔했던 것처럼. 이 정도 우연으로 만들어진 타임머신이라면 제이는 대통령이 되거나, 최소한 불의의 사고로 죽거나, 뭐든 극적인 변화 하나쯤은 생겨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맷이 홧김에 바꿔버린 목표, '리볼리에서 공연하기'를 '리볼리에서 공연하지 않기'로 바꾼 결과는 세계 멸망도 엄청난 비극도 아니다. 그저 제이를 성공한 가수로 만든다. 

 

단지 맷 없이 솔로로.

 

무념무상 발랄해 보이는 맷의 얼굴은 그때 처음 금이 간다. 내가 바보여도, 내가 아무것도 없어도 괜찮은 건 너와 함께였기 때문인데. 너 없으면 난 그냥 맷이잖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냥 그렇게 느껴진다. 이 꿈은 너와 함께여서 꾸고 싶었던 거야.

 

무모해 보이는 도전도 관중이 있으면 어쩐지 운 좋게 성공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응원이 있으면 여태 어디 있는지도 몰랐던 초인적인 힘이 나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고래가 괜히 칭찬에 춤을 췄겠는가. 어떤 꿈은 같이 꿔야 완성된다.

 

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늦게 온 사람은 못 보겠지만 이 영화는 시작 전에 빠더너스 채널의 로고가 나온다. 10분 전엔 심지어 문상훈이 직접 나와 굿즈를 홍보하기도 한다. 문상훈이 운영하는 빠더너스 채널은 그린나래미디어와 함께 칸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수입했다. 우리는 영화 자체가 누군가의 거대한 프로젝트라는 것이나 영화를 수입하고 배급하기까지의 시간과 마음 역시 또 다른 영화가 될 수 있다는 걸 자주 잊는다. 보통은 손익분기점 같은 단어로 정리해버리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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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영화는 문상훈의 꿈이자 맷과 제이의 꿈이자 그린나래미디어의 꿈이자... 여러 사람의 염원이 잘 보이는 영화인 것이다. 그래서 난 일단 이 영화를 응원할 수 밖에 없어진다. 칸 영화제를 가기 전 싱글벙글 준비물을 소개하던 문상훈의 얼굴은 이상하게 무언가를 기대하게 되는 순간마다 선명하게 떠오른다. 나도 좋아하는 것을 얘기할 때 저런 얼굴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에서다.

 

100분 동안 같은 꿈을 꿨는데 꿈이 깨고 나니까 멀미가 났다. 핸드헬드 때문인지 시간여행 때문인지 현실 때문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이렇게 썼지만 100% 핸드헬드 때문일 것임) 혹시나 땅이 벌떡 일어날까 봐서 팍팍 밟아가며 극장 밖으로 나왔다. 혜정언니는 눈물이 났다고 했다. 이유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았다. 오랜만에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게 뭐든 간에.

 

꿈의 정의를 다시 찾아보자

 

1. 잘 때 꾸는 꿈 

2. 실현하고 싶은 이상 

3. 망상 

 

어떤 꿈이든 각주를 달아 설명하지 않는 이상 내가 말하는 꿈이 이상인지 망상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걸 완벽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끝까지 해보는 것밖에 없다.

 

나는 잘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계속 뭔가를 만드는 사람들, 남들이 뭐라든 끝내 자기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 세상 수많은 맷과 제이에 대해 관중들이 멋대로 단 각주를 뽀득뽀득 지운다. 공평하게 바보일 때만 실현 가능한 꿈, 한 명이 기울면 곧장 깨져버리는 꿈을 잠깐 같이 꾸게 해준 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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