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을 처음 접하고 보고 느낀, 순전한 나의 감상문이다. DMZ 페스티벌을 일 년 내내 기다려 온 사람들도 많겠지만, 간혹 나처럼 새롭게 유입되는 사람도 있을 테다. 이처럼 모든 것을 새롭게 접한 뉴비의 시선으로 이번 페스티벌을 바라보고자 한다.
3달 전쯤, 친구에게서 DMZ 페스티벌에 가자는 연락이 왔다. 저 땅끝, 철원까지 가서 하는 음악 페스티벌이라니, 구미가 당겨왔다. 누가 오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선뜻 승낙했다. 직장을 다니다 보면 일상의 변주가 중요한 법이다.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평일이 끝나면 주말만큼은 나만의 시간이다. 이틀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틈을 이용하여 모르던 세계에 한 발짝 나아가 보는 것이 요즘들어 삶을 살아가는 낙이었다. 그렇게 토요일 1일권 예매를 하고 일상을 살다 보니, 어느새 DMZ 페스티벌이 시작되는 대망의 주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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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탄지 어연 4시간 째, 드디어 정차한 셔틀 버스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과도 같은 주차장에서 승객들을 토해냈고, 페스티벌을 향하는 사람들은 일제히 한 줄로 뙤약볕 속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더위 속에서 흙먼지는 피어오르고,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강렬한 햇볕에 일행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줄줄이 소시지처럼 앞사람을 따라가기 10여 분, 드디어 DMZ 페스티벌을 알리는 천막과 무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사운드 체크를 하기 위해 켜놓은 세팅 장비에서 지면을 울리는 저음과 진동이 울리니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그러자 음악을 즐기기 위해 철원까지 온 것이 실감 났다. 이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마음으로 대한민국의 가장 끝자락에 모였다니!
일행과 만나 들어선 페스티벌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Land stage와 Peace stage라는 이름의 무대가 부지의 가장자리에 위치하여 두 무대를 번갈아 공연이 진행되었고, 사람들은 취향에 맞는 무대를 찾아다니며 자리를 옮기기 바빴다.
그리고 그 중간에는 Boonbiza(분수+이비자)라고 불리는 Fountain stage가 있다. 낮부터 밤까지 계속해서 비트가 흘러나오는 분수대에서는 사람들이 잔을 하나씩 든 채 땅에서 솟아오르는 물을 맞으며 춤을 췄다. 1시 남짓하게 도착한 나는 붐비자를 보자마자 곧장 물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들끓었다. 저렇게 천진한 웃음을 하고 물을 맞으며 비트에 몸을 맡긴 사람들은 마치 아이와도 같았고, 세상에서 모든 걱정을 잊어버린 것만 같았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내년에도 DMZ 페스티벌에 오고 싶을 것 같다는 예감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아직 본 공연은 시작도 되지 않았고, 아직 즐길 콘텐츠가 많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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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토)에 처음 포문을 연 무대는 Land stage에서 진행되는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무대였다. DMZ 페스티벌에 온 이후로 처음 경험해 보는 제대로 된 공연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첫 번째 무대를 기다렸을 테다. 공연이 시작되길 바라는 염원과 설렘과 기대의 폭포 속을 뚫고 그들이 등장하자 무대는 곧이어 열광으로 채워졌다. 구름 하나, 그늘 하나 없는 공터에서 흥이 오른 사람들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춤을 추었고, 흙먼지가 뭉게뭉게 모여들었다.
관객석 한편에서는 깃발을 일제히 흔드는 사람들이 보였다. 누구 하나 짜여진 각본 없이도 행 열을 맞춰 하늘을 수놓는 깃발에는 저마다의 소원이 담겨있었다. 그 소원을 담는 깃발 하나하나가 얼마나 무겁고 가볍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깃발을 흔드는 주체가 신이 나고, 그걸로 하여금 보는 이들이 기쁘면 다였다.
흥미로웠던 것은 초등학생 같아 보이는 어린아이들도 깃발을 들고 흔드는 모습이었다. 저렇게 부모님과 함께 즐기는 아이들을 보고 있다 보면, 페스티벌에 대해 조기교육을 받은 어린이들이 부러워졌다. 나도 어렸을 때부터 이런 곳을 자주 오갔다면, 나의 세상은 얼마나 일찍이 넓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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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정에 오면 먹어보고 싶은 것이 2가지가 있었다. 바로 도토리로 만든 수제비 ‘임자탕’과 더위를 날려줄 ‘막걸리 슬러시’가 그 주인공이다.
DMZ 페스티벌로 향하는 버스에서 벼락치기로 찾아본 리뷰에서는 도토리 임자탕에 관한 내용이 한 번씩은 꼭 들어가 있었다. 원래 타지에 오면 그 지역의 맛집에 가봐야 하지 않겠는가. 배가 고파지자, 철원군 문화관광 페이지에 맛집으로 소개된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 본 임자탕의 겉모습은 조금 생소했다. 들깨 칼국수 같기도 하고, 다소 맹해 보이는 국물은 보기와는 다르게 엄청난 고소함을 뿜어댔다. 한 입을 먹자, 탁한 국물에서 풍겨 나오는 진한 풍미가 매력적이었다. 시원한 것만을 찾다가 탈 나기 쉬운 여름에 먹어야 하는 보양식이었다.
반면 막걸리 슬러시는 나의 유년기 시절 향수를 자극했다. 열심히 뛰어논 다음, 문방구에서 500원을 주고 사 먹던 슬러시가 어른이 된 나에게 막걸리라는 정수로 재탄생한 듯했다. 정수리 끝이 짜릿해질 정도로 살얼음이 맺힌 막걸리 슬러시를 먹다 보면 더위도 한물가시는 듯했다. 혹여나, 막걸리 슬러시를 먹고자 하는 계획이 있다면 무조건 텀블러를 가져와야 한다. 보냉이 되는 용기에 막걸리 슬러시를 담는다면 1시간 동안 지속되는 무대를 시원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내년의 페스티벌에서도 이 두 가지를 꼭 다시 맛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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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은 무엇보다도 정치적인 무대가 아닐까 싶다. 남한의 맨 끝, 철원 고석정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무대는 북한에서도 우리의 신나는 비트가 전달될 것만 같은 곳이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의 역사는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미국과 북한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던 2017년 가을, 홍대에서 음악 축제인 ‘잔다리페스타’가 개최되었고, 일부 해외 인사들은 축제가 끝난 후 파주 임진각 인근의 DMZ 투어에 나섰다. 이들 중 영국 글라스톤베리 페스티벌의 메인 부커 ‘마틴엘본’이 접경 지역을 경험한 후, 냉전 시대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음악 페스티벌을 제안한다. 이를 계기로 분단의 역사를 지닌 동시에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철원이 페스티벌의 장소로 선정되며 시작된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과 남북 정상 회담으로 만들어진 평화의 분위기 속에서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이 막을 올리며 본격적인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한 철원에서의 음악 페스티벌은 1년 중 단 3일, 남한의 가장 끝자락에서 개최되며 ‘음악을 통해 정치, 경제, 이념을 초월하고 자유와 평화를 경험하자.’라는 취지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한국 전쟁 이후, 남한과 북한에 귀속되어 반으로 갈라져 있는 철원은 분단의 상흔을 담고 있으며, 평화의 구역으로 규정해 놓은 비무장지대(DMZ)를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아픔의 역사를 간직한 이곳에서는 누구나 차별과 선입견, 세대와 성별에 규제받지 않고 춤을 추며 서로가 이어질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가진 아픔은 흐려지고 퇴색되어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분단”이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를 실감하지 못할 때가 많다. 전쟁의 아픔을 겪은 세대와 시대적으로 멀어질수록, 우리는 그들이 가진 상처를 헤아리지 못할 때가 많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살아내기 바쁜 요즈음, 뉴스에서나 간혹 나올법한 단어에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한마음 한뜻을 가지던 민족이 나뉘어져 이제는 서로가 다른 꼭짓점을 향해 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어릴 때와는 달리, 이제는 그 끝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때도 많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들수록, 의식적으로라도 우리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기억해야 한다. 적어도 우리에게는 평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그 가느다란 틈 사이로 밀어 넣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뛰어놀고 있는 이곳은 가장 정치적인 공간이다. 차승우와 사촌들의 '차승우'는 무대를 열며 이렇게 말했다. “수십 년간 정치적 서사로 소비되어 오던 그 단어, 우리는 놀면서 '평화'를 구합시다!”
음악으로 하나가 될 때 우리는 몸을 부대끼며 팔과 다리를 흔들고, 노래를 부르며 다 함께 함성을 지른다. 모두가 자유롭고 평화로운 바로 지금, 서로에게 그어놓은 선은 사라지고 오로지 춤사위만이 존재한다.
올해로 9년 차를 맞이한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은 2026년의 키 메시지인 “인간 활동”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삶은,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로 이미 그 가치를 증명합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매 순간 다음의 시간을 살아내며, 매번 미래를 맞이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본능처럼 생명과 미래를 추구합니다. ‘잘 살아 있음’이야말로 평화이자 행복이고 인류가 추구해야 할 가장 단순한 명제입니다.
그러나,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정쟁과 분쟁, 혐오와 배척은 생명을 위협하고 미래를 지웁니다. 특정 국가에 산다는 이유로, 특정 인종이기 때문에, 혹은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조건들로 인해 ‘잘 살아 있음’을 누리지 못하는 삶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축제가 매번의 미래 앞에서 여전히 잘 살아 있음을 서로에게 확인하는 시간이며 공간이라고 믿습니다. 심장의 움직임으로부터 출발하는 신체의 모든 감각을 곤두세워 함께 만든 세계에 머물며 매 순간 미래로부터 다가오는 생명력을 온전히 경험하는 공동체의 활동이기도 합니다.
올해에도 피스트레인을 통해, 지금 인류가 처한 현실 앞에서 ‘잘 살아 있음’이 모두에게 당연한 상태는 아니라는 사실을 함께 인식하고, 다시 한번 생명과 미래가 지구 위 한 명 한 명이 마땅히 누려야 할 가치라는 믿음을 되새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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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의 첫 DMZ 페스티벌 여정기는 끝이 났다. 올해에는 당일치기로 다녀와 즐길 거리가 한정되었지만, 내년에는 꼭 2박 3일을 계획하여 축제를 온전하게 모두 즐길 테다. 한탄강 협곡을 배경으로 통통배도 타고 싶고, 시원한 강물에 발도 담그고 싶다. 밤새도록 달리는 철원의 꽃밭 피스트레인에도 탑승하여 유한하고 젊은 나날을 즐기고 싶다. 그쯤이면 되지 않을까.
여름 날, 철원에서 열리는 짧고도 강렬한 이 축제가 앞으로도 끝없이 계속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