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칵테일 사랑 [음식]

마음 울적한 날엔 거리를 걸어 보고 향기로운 칵테일에 취해도 보고~♫
글 입력 2024.05.0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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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술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달콤한 칵테일을 가장 좋아한다.


뜬금없는 용기를 주는 것도, 예상치 못한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도, 광대가 아플 만큼 환한 웃음을 안겨 주는 것도 모두 술이기 때문이다. 술의 쓴맛은 이상하게도 나를 달콤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한때는 술이 좋아 바텐더가 되고 싶기도 했다. 내가 술을 통해 느끼는 기쁨과 행복을 나눈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지 고민하는 것조차 술이 주는 즐거움이 되곤 했다.


술은 성탄절 산타클로스 같은 것이다. 어떤 선물을 줄지 알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그가 주는 선물 속에는 종종 말실수나 흑역사와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이 담겨있기도 한다담겨있기도 하다. 하지만 술, 그리고 술과 함께하는 시간이 주는 기쁨들은 그 부작용을 상쇄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진솔한 대화도, 처음 보는 사람들과 반가움도 술이 주는 큰 기쁨이자 선물 중 하나이다.


나의 공간에서 나의 기쁨을 담은 술을 내놓는 것은 아직도 내 마음속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꿈이다. 술은 참 신기한 존재인 것 같다. 술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마시던 예전과 달리, 나이가 들어가며 좋은 술과 나쁜 술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술을 마시는 빈도는 줄었지만, 그 깊이는 더 깊어졌다. 지금의 나에게 술은 유희의 수단보다는 나를 변화시키고, 배우게 하고, 꿈을 가지게 하는 마법 같은 존재에 가까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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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있어서 ‘적당함’이라는 건 중요하다.

술에 있어서도 '적당히'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적당히 사랑하고, 적당히 즐기고, 적당히 먹고, 적당히 행복하고. 나이가 들어가며 무엇인가를 ‘적당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매번 느끼곤 한다. 그렇지만 가끔은 적당함의 기준에서 벗어나 과해지고 싶어질 때도 있는 법이다.


최근 들어 도수에 상관없이 다양한 술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40도의 독한 양주와 3도의 쌉싸름한 맥주. 적당함이라는 틀을 깬 술은 끝과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다. 누군가에게는 사랑받고 누군가에게는 거부당한다. 그렇지만 모두가 사랑받는다는 점은 같다.


코끝을 스치는 위스키의 향과 가볍게 마실 수 있는 과일맥주 모두 누군가의 '최애'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주류 업계의 도수 양극화가 심해지는 지금, 술은 적당함을 잊은적당함을 잃은 대신 자유로움을 얻게 되었다. 함께 있어도 누군가는 위스키를 마시고, 누군가는 하이볼을 마신다. 14도의 적당함에서 벗어나 40도와 3도의 아슬아슬함을 나눈다. 하지만 즐거움의 도수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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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애(愛)의 존재일까?

증(憎)의존재일까?


무던한 하루들 속에도 견딜 수 없이 힘든 날들이 있다. 그런 날엔 ‘다시는 안 마셔!’라는 다짐이 무색하게 다시 술을 마시게 되곤 한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은 술을 사랑하는 것 같다.


술은 사랑 속에서 애정 속에서 무럭무럭 자란다. 변화하는 술 문화 속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정체성과 콘셉트를 가지고 등장하는 술에, 패키지는 물론 다양한 형태로 꾸며진 팝업스토어부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섞어 마시는 여러 레시피가 등장하고 있다.


술에 대한 애정은 술을 미워하는 마음을 이기고 있다. 더 맛있고, 더 쉽고, 더 새롭게 모두에게 접근하고 있으니 말이다. 덕분에 술을 좋아하지 않던 사람들도 술을 더 편안하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랑은 승리한다는 진리를 증명하듯 사람들은 미워도 다시 한번 술을 마신다.


결론적으로 술은 애(愛)의 존재에 더 가까운 것 같다는 뜻이다. 마시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해도 항상 찾게 되는 게 술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아니면 무엇일까? 적어도 나에게 술은 애정의 존재인 것 같다.


*

 

나는 술을 사랑한다. 면밀히 말하자면 '술'보다는 술과 함께,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 좋다. 함께 거나하게 취하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 내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내 성격상 유일하게 나를 해방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일까? 나에게 있어 술에 취한 사람은 길거리의 망나니가 아니라 가면을 벗은 진짜 사람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술은 어떤 존재일까? 다시 한번 묻는다. 술을 좋아하는 당신도, 술을 싫어하는 당신도 언젠가는 모두가 웃으며 같은 즐거움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다린다. 마음 울적한 날 향기로운 술 한 잔에 마음을 기댈 수 있길 바라며, 당신에게도 언젠가 술이 ‘의미 있는’ 존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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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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