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숄 - 결코 평범한 단추가 아니라는 것

신시아 오직 - '숄'
글 입력 2024.01.03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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숄은 매서운 추위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을 주는 동시에 로사가 마그다를 숨길 수 있는 공간이 되었고, 마그다가 굶주림을 해소할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

 

스텔라가 마그다에게서 숄을 빼앗은 순간, 태어난 내내 침묵 속에 살던 마그다는 처음으로 울부짖는다. 마그다가 처음으로 내뱉은 생명의 증거는 일순간 죽음으로 그를 데려갔다. 이러한 상황 앞에서 로사는 숄을 입에 쑤셔 넣으며 자신의 울음을 참는다. 침묵이 그들을 지킬 것이고, 침묵을 깨트린 자는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마그다의 부재를 받아들일 수 없는 로사는 비극적인 사건에 머물러 살고 있다. 작가는 로사를 통해 '아픔'과 '상실'을 겪은 이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하나의 사건이 종결되었을 때, 과정 속에 있던 사람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씻어낼 수 없는 강한 트라우마가 되어 평생을 그 속에 살 수도 있고, 꽤 오랜 시간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방황할 수 있다. 이러한 이들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할 수 있을까. 그들의 억겁의 시간을 어떻게 희미해지게 할 것인가.

 

"한 줄기 감사의 마음이 그녀의 목구멍을 조여왔다. 그는 그녀가 어떤 존재인지 거의 이해한 것이다. 결코 평범한 단추가 아니라는 것을." (91p)

 

"다 지난 일이다. 그 이후가 중요하다. 스텔라가 신경 쓰는 건 그것뿐이에요. 하지만 나한테는 오직 하나의 시간뿐이에요. 그 이후 같은 건 없어요" (92p)

 

로사는 자신을 안아 줄 사람이 그리웠을지도 모른다. 동정의 시선이 아닌 포용의 시선. 모든 것이 마땅하다는 따뜻한 마음. 더 이상 숄을 덮지 않고도 느낄 수 있는 따스함을.

 

 

신시아 오직Cynthia Ozick(1928~ )

 

1928년 미국 뉴욕의 러시아계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기독교인들에게 '예수를 죽인 자'라는 비난을 들으며 돌을 맞은 적도 있다. 뉴욕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1년 소설집 [이교도 랍비와 단편들The Pagan Rabbi and Other Stories]로 에드워드 루이스 월런트 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1986년에는 단편소설에 주어지는 리어 상의 최초 수상자가 되었고, 2000년에는 에세이 [언쟁과 곤경Quarrel & Quandary]으로 전미 도서 비평가협회 상을 수상했다. 1997년 에세이 [명성과 어리석음Fame & Folly]이 퓰리처 상 일반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에, 2005년에는 소설 [베어 보이The Bear Boy]가 부커 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 책에 실린 [숄]과 [로사]를 포함해 네 편의 작품이 단편소설에 주어지는 가장 권위 있는 상인 오헨리 상을 받았으며, 특히 단편 [숄]은 현대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뉴욕 타임스] 등 주요 언론이 현존하는 미국 최고의 작가라는 찬사를 보냈으며, '브롱크스의 에밀리 디킨슨' '이 시대의 가장 우아한 문학 스타일리스트'로도 불린다. 현재 뉴욕에서 살고 있다.

 

 

[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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