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채로운 페르소나의 향연, 창작의 고통 속에서 피어나다 – 선미 ‘STRANGER’ [음악]

내 안의 낯선 존재에 대한 수용을 팬들의 사랑으로 완성해가는, 선미의 싱글 [STRANGER]
글 입력 2023.11.1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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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어둠이 드리운 숲속으로 사라져버린 소녀.

 

그리고 여기, 자신과 똑 닮은 그녀에게 돌아오라 소리치는 한 여성이 있다.

 

과연 이들의 관계는 무엇일까? 또 그녀는 사라져버린 또 다른 ‘그녀’를 찾을 수 있을까?

 

 

 


선미 싱글 [STRANGER]


 

1. 선미 'STRANGER' 자켓.png

 

 

K-POP 아티스트 선미가 10월 17일, 싱글 [STRANGER]로 돌아왔다. 이는 2021년 발매한 싱글 [꼬리(TAIL)] 이후 약 2년 만에 선미가 전곡의 작사, 작곡, 그리고 프로듀싱 과정까지 모두 참여한 두 번째 앨범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기대를 더욱 고조시켰다.

 

매 앨범마다 새롭고 다채로운 컨셉으로 팬들을 사로잡아온 선미는 새 싱글 [STRANGER]에서 창작자로서 느끼는 고뇌를 다룬다. 이때, 동명의 타이틀곡 ‘STRANGER’는 세 가지 다른 무드로 곡을 구성해 단절되어 있는 듯한 마디들을 하나의 곡으로 연결시키고 있으며 이는 곡의 주제인 ‘낯선 존재와의 사랑’을 효과적으로 부각하는 멜로디적 요소로 작용한다.

 

 

 


선미, 'STRANGER' (2023.10.17.)


 

선미의 타이틀곡 ‘STRANGER’의 주제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뮤직비디오의 배경을 설명해주는 Short Film 2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Who is STRANGER #1 - Writer's block



 

 

다양한 컨셉과 캐릭터를 담은 앨범으로 매번 K-POP 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선미의 이면에는 창작의 고통에 허우적대며 영감을 갈구하는 그녀의 고통과 노력이 존재한다.

 

텅 빈 머릿속을 채워줄 영감은 마치 번개와 같이 번쩍이는 것, 이에 반드시 번뜩이는 영감을 얻어내야만 하는 그녀는 이리저리 앞마당을 뛰어다니다 이내 번개를 맞고 쓰러진다. 그리고 불현듯 깨어난 그녀가 새로운 영감에 눈을 뜨며 첫 번째 필름은 마무리된다.

 

 

 

2. Who is STRANGER #2 - Screwless



 

 

선미에게 창작이란, 새로운 자기 자신을 창조하는 일, 즉 또 다른 페르소나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앞서 첫 번째 필름에서 한순간 영감을 얻은 그녀는 이제 상세한 설명서를 토대로 완벽한 자신을 만들어간다. 그렇게 드디어 새로운 ‘선미’를 완성했나 싶던 그 때, 그녀는 책상 위에 빠져 있는 나사 하나를 발견하고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낀다.

 

이내 번개가 치는 소리와 함께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본 그녀는 또 다른 ‘선미’가 도망친 뒤 비어 있는 실험대만을 발견하고는 이를 황망하게 바라본다. 이내 활짝 열린 창문 밖으로 어둠이 드리워진 숲을 바라보자, 비상식적으로 큰 키와 괴상한 외형을 지닌 검은 존재와 함께 서있는 또 다른 ‘선미’가 보인다.

 

창작자 선미는 자신의 창조물에게 그녀는 아직 완벽하지 않기에 얼른 돌아오라 소리치지만 또 다른 ‘선미’는 그저 춤을 추며 숲속으로 사라져버리고 만다.

 

 

Mr. Stranger

Running into danger

Gotta get to know you

 

 

이어서 공개된 정식 뮤직비디오에서는 또 다른 ‘선미’가 창작자 선미에게서 도망치기까지의 과정이 압축적으로 다뤄진 뒤, 사라져버린 그녀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창작자 선미의 시점으로 스토리를 전개해간다. 그렇다면, 과연 뮤직비디오의 결말은 어떠할지, 그리고 그녀가 이러한 스토리를 통해 청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지에 관한 개인적인 견해를 다음 문단에서부터 자세히 설명해보고자 한다.

 

 

 

1.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괴물: 그들을 넘어선 창작자 선미와 또 다른 ‘선미’의 상호발전적 관계


 

3. 선미 'STRANGER' MV 캡처본 모음.jpg

 

 

뮤직비디오의 short film에서부터 사용되는 ‘번개’와 ‘실험실,’ 그리고 ‘생명 창조’라는 주요 소재는 한 영국 문학 작품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는데, 바로 Mary Shelley의 고딕 소설 [Frankenstein]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에 굉장한 두각을 나타내는 천재로 생명 창조에 대한 열의가 가득한 열정 넘치는 학자로 등장한다. 다만, 그의 열망은 곧 과도한 집착으로 변질되어 모든 사회적 관계를 단절한 채, 오직 실험에만 몰두하는 폐쇄적인 모습으로 이어진다.

 

결국 그는 시체 조각을 부위별로 모아 끔찍한 외형을 지닌 존재를 만들고 번개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여 신경 조직을 되살리는, 말 그대로 죽은 자를 산 자로 바꾸는 기이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존재가 바로 ‘the creature,’ 괴물이다.

  

 

달리 표현할 수 없어

우린 마치 처음부터

알아온 것 같이 딱 맞지

Do you feel the same?

...

뭐에 홀린 것처럼

마치 늘 옆에 있던 것 같이 굴지

 

 

그런 의미에서 뮤직비디오의 선미와 그녀가 창조해낸 또 다른 ‘선미’는 마치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그의 창조물인 괴물의 관계를 본뜬 것처럼 보인다. 단, 창작자 선미와 또 다른 ‘선미’의 관계는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의 관계보다 상호 발전적이고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소설 [Frankenstein]에서 빅터는 자신이 만들어낸 괴물이 깨어나는 모습을 보고서야 해서는 안 될 금기를 저질렀음을 깨달으며 두려움에 휩싸인다. 이에 그는 괴물을 버리고 도망친다는 최악의 선택을 하는데, 그 결과로 괴물은 빅터에 의해 원치 않는 생을 얻은 채 인간들에게 쫓기고 배척당하며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다.

 

이후 소설의 중반부를 조금 넘어서면, 자신을 창조한 인물이 빅터임을 알게 된 괴물이 피의 복수를 행한다는 매우 비극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I don’t’ know you, stranger

But I do love you, boy

 

 

그러나 소설의 흐름과 달리 창작자 선미는 자신이 창조해낸 또 다른 ‘선미’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한다. 아직 자아가 온전치 않은 또 다른 ‘선미’가 자신에게서 도망칠 때, 창작자 선미는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또 다른 ‘선미’를 찾아다닌다. 결국 그들은 대저택의 거대한 중앙 홀로 비유되는 선미의 머릿속에서 마주하며 비로소 서로가 같은 공간, 즉 나라는 존재 안에 공존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수용한다.


이제 창작자 선미는 타이틀곡 ‘STRANGER’의 컨셉과 캐릭터, 그리고 뮤직비디오의 주연 자리까지 모두 또 다른 ‘선미’에게 넘겨주며 자신은 디렉터로서 그녀를 돕기 시작한다. 이는 새롭게 탄생시킨 낯선 자, ‘STRANGER’가 드디어 선미의 안에서 또 다른 그녀만의 독보적인 페르소나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해볼 수 있겠다. 이에 창작자 선미에게 인정받은 또 다른 ‘선미’는 대저택과 주위의 숲을 화려하게 불태우며 자신의 열정과 아티스트로서 지닌 음악적 능력을 파격적으로 표출해 곡을 완성하게 된다.

 

위와 같은 스토리는 아버지와 자식으로 살펴볼 수 있는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의 단방향 권력 관계를 넘어서서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무관심과 애증의 문제까지 극복해낸다. 나와 또 다른 나, 즉 나와 낯선 존재를 ‘내 안의 나’로 일치시키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나의 발견 가능성’을 짚어내면서도 더 나아가 ‘자신에 대한 사랑’의 중요성까지 함께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2. ‘나’의 부족함을 완성해주는 ‘타인’의 사랑: K-POP 아티스트와 팬의 상호보완적 관계


 

4. 선미 'STRANGER' 컨포 (선미 12호 ver.).jpg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뮤직비디오가 끝나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는 장면에 관한 해석이다. 타이틀곡 ‘STRANGER’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또 다른 ‘선미’는 이후 원상 복구된 대저택의 구성원으로서 남게 되는데, 그녀는 앞마당을 쓸던 중 우연히 나사 하나를 줍게 된다. 그것이 창작자 선미가 자신을 만들 때 빠뜨린 마지막 조각임을 알고 유심히 나사를 바라보던 또 다른 ‘선미’는 이내 그 나사를 자신의 귀 안에 꽂아 넣는다.

 

이때, 마치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았을 때 블루투스가 연동되며 나는 듯한 기계음이 들리면서 무심히 걸어가는 또 다른 ‘선미’의 모습을 보여주며 뮤직비디오가 마무리된다. 따라서, 이 부분이 바로 선미가 ‘자신에 대한 사랑’과 함께 강조하고 싶었던 '팬들의 사랑'이라는 또 다른 핵심 주제를 상징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K-POP 아티스트는 자신이 작업한 음악을 들어주고 자신의 부족함마저 존재의 일부로 인정하고 사랑해주는 팬들이 있을 때, 비로소 하나의 완벽한 존재로서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팬들 역시도 음악으로 자신들의 사랑에 적극 보답하는 아티스트들을 보며 애정의 크기를 더욱 키워가므로 아티스트와 팬은 서로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이번 곡은 창작의 고통을 이겨내고 또 다시 새롭고 매력적인 컨셉으로 찾아온 선미가 자신에게 관심과 사랑을 전하는 팬들을 향해 고마움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상으로 수많은 K-POP 아티스트들을 대표해 새로움을 향한 끝없는 도전과 노력, 그리고 팬들의 소중함을 함께 다룬 선미의 다음 행보가 어떨지 기대하게 해준 싱글 [STRANGER]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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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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