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오늘도 해내는 삶

구르고 또 굴러!
글 입력 2024.03.3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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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걸 시작했다.

 

재작년부턴가, 한 해를 시작하면 꼭 새로운 걸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용기 있는 도전이라고 포장하기엔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대판 실수하고 와장창 엎지르는 시작이랄까. 그런 것들 말이다. 자존감이 후두둑 떨어지다가도 차츰차츰 고쳐나가며 성장하는 과정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요 근래, 길진 않았지만 또 몸과 마음이 축 처지는 날씨 속에 있었다. 말 그대로 우중충한 "날씨"인지라 금세 지나가긴 했지만, 버티는 입장에서는 그 시기가 소나기처럼 거셌다.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걸까, 고민하기도 하고.

난 왜 하나의 사안에 열중할 수 없는 걸까, 속상하기도 하고.

 

온통 머릿속에 먹구름뿐이라 앞이 막막했다. 막막한 와중에 돌풍은 멈추질 않아서 맨틀이 너덜너덜해졌다. 멘탈(mental) 말고, 맨틀(mantle).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안 보이는데 나만 느낄 수 있는 내 입지. 앞에서 그런 시기가 지나갔다고 표현한 것치고, 아직 물컹한 나는 휴지 조각 위에 서 있다. 중요한 시험대가 아직 다가오지도 않았다. 다가오는 커다란 산들 앞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나는 한 번 더 나를 돌아보기로 했다.

 

 

 

하던 것만 하는 걸 못 견디는 사람


 

하던 걸 다 완성해서 넘어가는 사람이냐?

하던 게 너무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고, 다음 걸 제안받아 시작하게 되는 사람이냐?

 

단호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하던 걸 '잘'하게 되어서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는 사람이 아니다. 당장 글만 봐도 느껴지지 않나. 여러 사람들이 보는 공간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도, 피드백을 받기 시작한 지도 이제 겨우 1년이다. 아직까지 나는 '말이 많은 사람'이지,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다른 걸 또 시작했다.


최근 들어 더 느낀다. 지나간 시간들 중 정확히 언젠지 기억 안 나는 어느 순간에, '나 글 좀 쓰나 본데'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절망했었다. 언제나 '잘한다는 감각'은 상대적이다. 잔인할 정도로 말이다. 압도적인 재능, 또는 노력 앞에서, 깔짝대는 누군가의 발버둥은 잘 봐줘야 귀여운 수준이다.

 

'시작'도 마찬가지다. 그것만큼은 잘한다고 생각했을 적이 있었지만 이만큼 와서 보니 실은 잘해서 하는 게 아니었다. 못하는데도 한 거다. 그 상태에 머무르기 싫어서.


새로운 곳에 와서 만난 사람들은 지금껏 함께 했던 사람들 중에 가장, 뭐랄까, '자기 것'이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처음으로, '사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덩어리'에 더 집중하게 된달까. 그만한 덩어리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작은 것부터 시작했을지, 어떻게 그 작은 것을 굴려서 그만큼 크게 만들었을지 궁금해지게 하는 사람들이다. 아직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곧 그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라고 옆구리를 쿡쿡 찔러볼 생각이다. 아무튼.


나도 옛날엔 정확한 목표가 있고 꿈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분명 이 사람들과 같은 걸 굴려오던 사람이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옮겨 다니는 삶을 살게 되었을까, 내 건 어디로 갔을까 생각하게 된다. 방향성을 잃었다기보단, 너무 많은 방향을 가지게 되어서 좁히기 어렵달까. 길과 길 사이를 뚫어서 대로를 만들 순 없는 걸까, 실 없는 생각만 내내 하고 말이다.


이번에는 멈춰 선 시작선 앞에, 각자의 특색이 가득 담긴 보따리를 든 사람들이 함께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외롭지도 않겠고, 뻘쭘하지도 않겠고. 긴 긴 공부를 함께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도 이곳에 오래 머무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당탕 입성해서 조용히 적응하는 사람


 

독특한 사람들이 많은 곳에 왔는데, 첫날부터 너무 튀어 버렸다. 좋은 쪽으로 말고, 나쁜 쪽으로. 원래 했던 거, 그러니까 적응이 된 거 말고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서 무작정 뛰어들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시행착오 아닌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평생 와 본적도 없던 곳에 집을 얻고, 가본 적 없던 곳에 가고, 접해본 적 없었던 분야를 공부한다는 것. 그리고 그 세 가지가 동시에 진행이 되고 있는 지금 상황은, 늘 새로운 걸 추구하고자 해왔다고 자부하는 나로서도 생소할 만큼 버겁다. 대학을 다닐 때 자취하는 친구들을 보면 내심 부럽기만 했지,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다들 어떻게 그리 어린 나이에 타지 생활을 해냈을까 싶다. 그것도 보는 입장에서 아주 부러울 정도로 잘.


지금의 나는 허둥대고 허우적거리고 우당탕 넘어지기도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눈엔 어찌 보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불과 몇 년 전까지 친구들을 보며 느꼈던 것처럼 힘들어하는 모습 대신 열심히 해내고 있는 모습만 부각되었으면 좋겠다. 아직은 자신 없지만, 조용히, 차근차근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정말 잘 하고 있지 않을까 기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늘도 해내는 삶


 

아침에 일어나 침구를 정리하고, 500ml 생수를 한 병 마시고 전날 계획해뒀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생애 처음으로 생긴 보금자리에서 시작한 나만의 루틴이다. 아직까지 어긴 적은 없다. 불안하고 어렵기만 한 일들 사이에서 마냥 속상해하기보다, 내가 일상에서 지켜나가는 '내 것'에 대한 애착을 더 가져보기로 했다. 그것만으로도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늘도 해냈다. 어제 그랬던 것처럼. 내일도 꼭 해낼 것이다.

 

 

오늘도 해냈다!.jpg

 

 

[유서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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