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작가랑 절대 만나지 않을 내가 '작가처럼 읽는 걸' 읽은 사건 - 도서 '작가처럼 읽는 법'

글 입력 2024.03.0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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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야기해 보자면, 난 글을 쓰는 방법을 배우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떤 대단한 개똥철학이 있어서 이렇게 말하는 건 아니다. 생각해보라. 우리는 우리의 언어를 통해 일상생활을 이어나가고, 어려운 문제도 곧잘 해결해나간다. 우리는 말하는 법을 따로 배우지 않는다.

 

물론 멋진 연설을 위해서 그 방법론을 공부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으로 잘 읽히는 방식을 공부하게 할 뿐, 콘텐츠의 질을 결정하지 않는다. 능변가가 멋있지만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우리는 그의 말에서 인간을 감동을 주는 어떤 부분을 탐구해볼 수 있지만, 그가 그 안에 담긴 내용에 대해 어떤 것도 진지하게 고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속았다는 느낌이 든다.

 

제 아무리 멋들어지게 이야기를 해도, 거기에서 어떤 생산적인 아이디어나 감동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그 글 멋진 글이 아니다. 세상에는 철자나 논리적 흐름이 매끄럽지 않아도 멋진 글이 있다. 기본기를 무시하자는 급진적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를 감동을 주는 모든 작품의 정수는 세련된 기술이 아니라 언어에 담긴 어떤 아이디어라는 것이다. 나는 예술에 있어서 세련된 기술을 부정하는 쪽에 가깝다. 제련되지 않은 거친 표면에 중독된걸 수도 있고.

 

이러한 나의 처지에서 보았을 때, 진정한 의미의 '좋은 글 수업'이란 철자, 글의 논리적 구조를 약간 가르치는 것이 지나지 않는다. 그 이상을 담을 수는 있다. 가르치는 사람의 독특한 사유법, 글에 대한 방식, 하다못해 그가 어떻게 케이크를 자르는 법. 뭐 그런 것들이 우리에게 어떤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는 좋은 '글' 수업이 아니라, 좋은 '사고'의 수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과 세상을 향하지 않은, 아이디어를 향하지 않은 예술을 위한 예술을 나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솔직히 이야기하면, 난 글을 쓰는 방법을 배우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오늘 말하는 건 <작가처럼 읽는 법>을 읽기 전까진 말이다.

 

이 글에서 느껴지는 나에 대한 감상이 어떨지 모르지만, 내가 나의 글을 읽었다면 나 같은 사람은 절대 '작가처럼 읽는 법'이라는 이름의 책을 들지 않을 것이라고 상상할 것이다. '쓰는 법'이 아니라 '읽는 법'으로 인해 나의 손길을 타게 되었다 하더라도, '작가처럼'에서 멈칫거렸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나는 독자들이 크고 작게 나에게서 받은 그 인상이 꽤 옳았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나는 그리고 그 사람에게 고백할 것이다. 나는 언제나 위계서열에 대한 고질적인 반항, 순수성에 대해 순수하지 않은 탐미에 대한 혐오를 고질병처럼 달고 있으며, 담백한 기술이나 아련한 향수 이상의 어떤 마법적인 포장처럼 묘사되는 '작가'에는 늘 반문하는 심술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사람의 언어는 언제나 인간이라는 주관적 현실을 표현하기 때문에 언제나 완성되어 있다. 그것을 어떻게 배열하는가를 학문적으로 탐구할 수는 있지만, 그 말들 속에서 어떤 '잘', 어떤 '프로정신'이 들어간 순간, 발을 밟힌 것처럼 바짝 열이 오르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외치고 싶다. "당신의 언어가 다른 사람의 언어보다 아름답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 저기 누워서 중얼거리는 노숙자의 말이, 술주정이 아니라 디오게네스의 술주정거림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당신은 귀를 기울여 줄 건가? 나나 당신이나, 우리 모두에겐 겸손함이 필요해. 언제나 모든 인간의 정신적 산물들은 계몽이 아니라 하찮은 확장에 있다는걸 알아야 한다고! "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최근 나의 이런 왜곡된 인식에 대한 반성이 있었다. 최근에 어떤 여자를 만났다. 그녀는 많이 읽히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한 사람에게 읽히길 원하는 마음으로 글자를 눌러쓴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글도 자기에게 쓴 편지를 받은 것처럼 읽었다. 그게 우연히 내 글이었다. 그건 상당히 (나에게는) 말하는 건 (그녀에게는) 고상하게 느껴지는 일이었다. 누군가에게 주는 글이 나처럼 '지껄이는 것'이상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면, 언어는 얼마든지 제련될 수 있다. 잘 제련된 언어에 맞춰 마무리하면 어떤가, 거기에는 어떤 애정으로 담겨있다. 최소한 내가 그 여자의 글에서 느낀 것은 계몽의 종이 아니었다. 그 글은 누군가를 위해 울리고 싶었지만, 시끄러운 소리도 아니었고 기분 나쁜 소리도 아니었다. 내가 처음으로 '작가적 기술'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하게 된 계기였다.

 

물론 내가 처음부터 그녀를 오해했던 것도 아니고, 나는 사실 살아있는 '작가'들을 전부다 오해한 적이 없다. 한편으로 나는 내가 늘 그림자에 주먹을 찌르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확실한 건 내가 늘 작가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오해하는 만큼이나 글을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겨냥하는 어떤 주관적 실체가 현실에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것을 경멸하느라 좋은 것들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맥락을 자르고 보면, 내가 진짜로 '작가'를 만나는 과정의 입구에 있는 책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나의 정신적 요구에 따라 이 글은 사실, 리뷰보다는 나의 욕구와 이 글의 어떤 지침에 따라 쓴 글에 가깝다. 아마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내가 어떤 부록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이 책에서 어떤 기법을 참고하여 글을 썼는지 이해할 것이다.

 

그래도 어색하게 '리뷰'라는 틀로 돌아와서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작가'를 만나는 데에는 아주 좋은 책이었다. 이 책은 어떤 이론과 기술을 설명하는 대신, 매력적인 글을 통해 독자들이 그러한 기법들을 사용하는 과정에 대해서 생각하도록 돕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책에서 답이나 원리 원칙을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하지만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고려했을 때, 제목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책이 고려한 독자는 일반적인 독자가 아니라, 작가지망생에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가지망생들을 위한 작법 수업으로 내용을 채운 것도 아니다. 왜냐면 이 책은 중간마다 사고 활동을 통해 작가 지망생을 돕고는 있어도 본질에서 내가 지금 읽고 있는 글의 '작가'의 위치에 서는 연습을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것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더 잘 읽고 싶어하는 독자에게 일차적으로 도움이 되고, 이차적으로는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뭐가 되었건, 이 책은 정말 매력적이다. 연설을 작성하고 보니, 제목이 참 적절하게 지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받은 인상에 따라 좀 더 바꿔보자면, "그 글을 쓴 작가처럼 읽는 법"이라 바꿀 것이다. 나같이 작품을 즐겨 읽는 악성 참견쟁이건, 작가건, 작가지망생이건, 그냥 보통 사람이건 이 책을 읽는 것을 권한다. 이 책도 훌륭하지만, 이 책에 담긴 부록이 아주 매력 있고 개성적이다. 작가처럼 읽기 만만세. 이 책이 담고 있는 전략과 기술들에 대해 서는 더 만만세. 책이 새로 가져다줄 새로운 세계에 대해서는 감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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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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