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출판] "글리프가 모여 문장이 될 거라 믿어요" - 엠디랩프레스 박준기/이민재 에디터

글 입력 2022.02.1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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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小昭한 출판

 

오늘도 어딘가에서 책을 만들고, 누군가는 그 책을 읽습니다.

찾아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운 출판 이야기,

작고(小) 빛나는(昭) 출판사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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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LAB PRESS(엠디랩프레스)

 

아카이빙 작업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출판한다. 2019년부터 좋아하는 작가의 모든 것을 담는 '작가 덕질 아카이빙' 잡지 『글리프』를 만들기 시작해 현재까지 다섯 편을 펴냈다. 2020년부터는 디자인 스튜디오 'PPP STUDIO', 레스토랑 '레귤러'와 함께 한 가지 컬러를 테마로 한 비건 일러스트 레시피북 『베지 컬러스』를 만들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덕질’은 여기저기서 활발하게 사용되는 단어가 되었다. 특정 분야 일부 열성 팬들의 활동을 지칭하는 데서 더 나아가 다양한 분야에서 타인을 향한 애정과 열정을 보여주는 건전한 취미생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향한 애정을 쏟으면서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때론 덕질 자체가 새로운 콘텐츠가 되기도 한다.


2019년 9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 생소한 출판 프로젝트가 등장했다. ‘글리프’라는 이름의 이 잡지는 무려 ‘작가 덕질 아카이빙 잡지’를 표방하고 있었다. 정세랑 작가를 다루는 『글리프』 1호는 ‘덕질’을 내세운 만큼, 어렵고 무거운 비평 대신 ‘정세랑 모의고사’나 ‘정세랑의 캐릭터가 장르물에서 살아남는 방법’ 같은 콘텐츠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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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프』 1호 '정세랑[월드]'

 

 

“많은 사람들이 문학을 더 즐겁게 더 가볍게 소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설명에 공감한 사람이 많았던 걸까. 이 프로젝트는 별다른 홍보 없이 텀블벅에 올라온 지 이틀 만에 펀딩 목표 금액을 100퍼센트 달성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에 힘입어 약 6개월 후에 글리프 2호 ‘구병모[경고]’가 나왔고, 현재는 ‘김금희[마음]’, ‘강화길[이면]’, ‘정유정[인간]’까지 총 다섯 편이 세상에 나왔다. 어느덧 『글리프』는 한국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갑고도 익숙한 잡지가 되었다.


『글리프』를 만드는 건 다섯 명의 에디터로 구성된 ‘M.D.LAB PRESS(엠디랩프레스)’이다. 엠디랩프레스는 문학도 덕질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글리프』 시리즈를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12일 『글리프』 ‘구병모[경고]’ 편을 담당한 박준기, 이민재 에디터를 만났다.

 

 


좋아하는 것들을 모으는 곳, 엠디랩프레스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박준기(이하 ‘박’): 엠디랩프레스는 좋아하는 것들을 아카이빙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집단이자 출판사입니다. 저는 엠디랩프레스의 에디터이자 디자이너인 박준기입니다.

 

이민재(이하 ‘이’): 엠디랩프레스 에디터 이민재입니다. 엠디랩프레스는 저희 말고도 세 명의 에디터가 더 있어서 총 다섯 명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인터뷰는 저희 둘만 나왔지만 평소 다섯 명이 늘 작업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M.D.LAB PRESS(엠디랩프레스)’의 뜻은 무엇인가요?


박: 저희 작업의 시작이 『글리프』였던 만큼 ‘문학(M) 덕질(D) 랩(Lab)’을 생각해서 ‘M.D.LAB’이 된 건데, 점점 아카이빙 범위가 넓어지면서 이제는 ‘모든(M) 덕질(D) 랩(Lab)’으로 의미가 확장되었어요.


‘좋아하는 것을 모은다’는 모토가 좋습니다. 아카이빙 작업 기반 출판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박: 저희가 펴내고 있는 『글리프』와 『베지 컬러스』 모두 아카이빙을 기반으로 하는 작업이에요. 『글리프』는 한 작가와 관련해 그 작가의 작품과 인터뷰 등 관련된 모든 것을 샅샅이 모으는 방식으로 만들어져요. 『베지 컬러스』는 각 호마다 특정 색깔을 중심으로 해당 색상의 식재료를 사용하는 비건식 레시피를 모아요. 『베지 컬러스』는 디자인스튜디오(피피피스튜디오), 레스토랑(레귤러)과 함께 만드는 콜라보 작업인 걸 감안하면, 저희의 아카이빙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건 『글리프』예요.

 

 

 

『글리프』: 문학도 덕질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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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글리프』가 곧 엠디랩프레스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그 시작이 궁금합니다.


이: 엠디랩프레스 에디터들은 모두 대학교 창작학회에서 만난 친구들이에요. 원래 짧은 글을 써 와 서로 합평하는 게 주된 활동이었는데 각자 졸업과 취업 준비로 바빠지면서 책을 읽고 발제문을 쓰며 일종의 독서모임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쌓이는 결과물이 있었는데, 그걸 저희끼리만 보고 흘려보내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어졌어요. 주로 동시대 한국문학을 읽었기에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어떤 방식으로 만들까 고민하다가 우리가 좋아하는 작가를 한 명씩 다뤄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그렇게 시작된 『글리프』도 벌써 다섯 권이 나왔습니다. 저는 그중 두 번째 편인 ‘구병모[경고]’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작가 덕질 아카이빙 잡지라는 성격과 더불어 각 편마다 그 작가를 드러내는 기호와 키워드가 붙는 게 신선했어요. ‘글리프’라는 이름과 콘셉트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박: ‘작가 덕질’이라는 콘셉트를 정해놓고 이름을 뭐라고 지을지 고민을 했어요. 한국문학 안에서 고유한 색을 지니는 작가 한 명씩을 다루고 싶었고, 그렇게 여러 편이 모였을 때 동시대 한국문학의 지형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씀하신 기호가 ‘글리프’인데, 글리프는 모양이 다른 글자 하나하나를 일컫는 단위를 의미해요. 작가마다 어울리는 글리프를 하나씩 붙여주면 각각의 책에도 의미가 있고, 모였을 때 하나의 문장이 만들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렇게 ‘글리프’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글리프』 한 권을 만드는 데 어떤 작업 과정을 거치는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궁금합니다.


이: 1호는 처음이다 보니 시행착오를 겪으며 거의 6개월이 걸렸어요. 체계가 어느 정도 잡힌 다음부터는 3~4개월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우선 작가를 선정하고 나서 단행본을 비롯해 작가가 발표한 글들을 각자 읽는 시간을 한 달 정도 가집니다. 책을 어느 정도 읽은 이후부턴 매주 기획회의를 하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목차를 짭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는데, 다섯 명이 다 에디터로 참여해 글을 쓰다 보니 서로 많은 의견을 주고받는 편이에요.


박: 다른 잡지처럼 역할 분담이 명확하지 않고 다 같이 책을 읽고, 다 같이 글을 쓰는 게 저희 작업의 특징이에요. 아이디어를 계속 던지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느낌이랄까요.


이: 그러다 보니 기획회의 단계부터는 주말 중 하루 정도는 온전히 『글리프』를 만드는 데 활용해요. 꽤 빠듯한 작업이라 책이 나오고 나면 두 달은 쉬는 편입니다.


『글리프』는 그 내용과 콘셉트 못지않게 디자인이 눈에 띕니다. 다양한 형태의 도비라(속표지)에도 눈길이 많이 갔고 종이봉투에 넣어 판매되는 것도 독특했어요. 판권면을 보니 준기님이 편집과 디자인을 함께 맡았는데, 원래 디자이너이신가요? 『글리프』의 디자인 얘기도 듣고 싶어요.


박: 맞아요. 얼마 전까지 북디자인 스튜디오에 있으며 책 편집디자인을 했어요. 클라이언트 의뢰를 받아 일할 때는 새로운 걸 시도하기가 어려운데, 『글리프』는 저희끼리 만들다 보니 책의 형태와 관련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주고받는 편이에요. 말씀하신 도비라 같은 경우 담고 싶은 콘텐츠는 많은데 글의 분량과 마감은 정해져 있어서 한 편의 글로 보여주기 여의치 않을 때, 하고 싶은 얘기를 시각적인 요소로 풀어서 도비라로 보여주는 방식을 사용하곤 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형태의 도비라가 나오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다루신 작가들(정세랑, 구병모, 김금희, 강화길, 정유정)이 모두 자기 세계가 뚜렷한 분들인데, 작가를 선정하시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이: ‘작가 덕질 아카이빙 잡지’니까 기본적으로 저희가 좋아하는 마음이 밑바탕이 되어야 해요. 그중에서도 저희가 아카이빙 할 정도로 활동 기간이 있고, 한국문학 내에서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한 작가를 찾는 식이에요.


만들어진 책은 그 책의 주인공인 작가님께도 전달이 되나요? 작가님들도 이 잡지의 존재를 아는지 궁금합니다. 아신다면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이: 만들 때 미리 연락을 드리지는 않고, 내부에서 이번에 다룰 작가를 정하면 일단 책을 만들기 시작해요. 작가의 이름이 외부에 공개되는 시점은 텀블벅에 프로젝트를 올렸을 때예요. 1호 정세랑 작가님의 경우 프로젝트를 텀블벅에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감사하게도 후원과 홍보를 해주셨어요. 그 외 다른 작가님들도 후원해주시거나 피드백을 주시는 경우가 있었고요.


박: 작가님이 SNS를 하시는 분이라면 직접 언급해주시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다면 출판사를 통해서 연락이 오기도 해요. 정유정 작가님 편을 만들 때는 출판사에서 작가님께 전달해드리겠다고 연락이 왔었어요. 구병모 작가님은 잡지를 받아보시고는 내용에서 틀린 부분을 정정해주시기도 했어요. 꼼꼼하게 다 읽어주셨구나 하는 마음에 감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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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랩프레스 팀의 『글리프』 회의 모습

 

 

『글리프』를 만들며 가장 즐거웠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을 공유해주실 수 있나요?


박: 1호인 정세랑 작가 편을 만드는 데 6개월이 걸렸는데 텀블벅에 올리자마자 별다른 마케팅 없이 이틀 만에 목표 금액을 백퍼센트 채우면서 입소문이 나고 작가님도 SNS에 올려주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저희끼리 준비할 때는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할지 추측만 하다가, 실제로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하니까 저희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받는 순간이었죠. 힘든 건 역시 마감 때죠.(웃음) 조금이라도 놓친 게 있을까 봐 여러 번 확인해야 해요. 오타 같은 건 책이 다 나오고 나서도 발견되곤 하니까요.


이: 저도 비슷해요. 1호가 나온 후에 독자 후기를 비롯해 많은 피드백을 보면서 매우 뿌듯했습니다. 가장 힘든 건 잡지에 들어갈 글을 쓸 때예요.


독립출판이라는 매체를 택한 이유가 있나요?


박: 전자책이나 웹 기반 콘텐츠가 최근에 주목받는 건 사실이지만 저는 전자책과 책의 영역이 서로 다르다고 생각해요. 전자책의 영역이 아무리 커져도 대체할 수 없는 종이책만의 고유한 영역이 있어요. 책을 단순히 콘텐츠로만 본다면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그것이 독자에게 제공하는 경험까지 함께 생각한다면 둘은 완전히 달라요. 제본된 종이를 넘기며 책을 읽는 것과 웹에서 스크롤을 내리며 내용을 읽는 건 완전히 다른 경험이니까요. 『글리프』도 ‘책을 읽는 경험’ 전반을 디자인한다는 느낌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독립출판이 그런 면에서는 아직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믿어요.


이: 저도 준기 에디터님과 마찬가지로 종이책만의 영역과 전자책만의 영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소설을 읽을 때는 종이책을 선호하고, 지식과 관련된 건 전자책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두 분야가 서로 보완하며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박: 언젠가 웹 콘텐츠를 만들 생각은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단순히 종이에 인쇄된 글을 웹으로 옮기는 게 아니라 보는 사람이 종이책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아직 구현은 못 하고 있지만요.


나중에 ISBN을 받아서 정식으로 출판할 계획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 아직은 ‘No ISBN(노 아이에스비엔)’이 『글리프』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형서점을 통하지 않아서 배제되는 독자가 많다면 정식 출판도 고려해보겠지만, 『글리프』를 좋아해줄 독자는 독립출판만으로도 충분히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까지는요.


게다가 『글리프』는 편집의 결부터 문학을 바라보는 시선,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관점의 잡지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대형서점에 유통하기 시작한다면 새로운 고민이 생길 것 같아요. 저희는 유통 과정에서도 관행을 따르기보다는 질문을 던지며 문제점을 개선해가고 싶거든요. 지금은 그런 부분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서 대형서점 유통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흩어지지 않는다면 계속하고 싶어요"


 

얘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리프』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깁니다. 준기님은 북디자이너로 일하신 적이 있다고 하셨는데, 다른 분들은 원래 출판쪽에서 일을 하고 계신가요?


이: 저는 게임회사에서 게임기획자로 일을 하고 있어요. 출판이랑은 거리가 있는 분야이지요. 하지만 다른 에디터 중에는 출판사 마케터(홍혁진 에디터), 전 인터넷 서점 MD(이정연 에디터), 광고 대행사 에디터(김다희 에디터)도 있어요.


박: 저는 말씀드렸다시피 디자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본업을 하시면서도 사이드프로젝트를 이렇게 오랫동안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나요? 책을 만드는 것 외에도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SNS를 관리하는 등 일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박: 저는 독자들의 피드백이 원동력이었어요. 일반 단행본이라면 독자 반응이 즉각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다음 책을 연이어 기획하기가 어려울 텐데, 『글리프』는 책의 성격상 출간 직후에 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어요. 특히 1, 2호가 많이 팔리면서 좋은 반응을 실감했죠. 게다가 함께하는 멤버들이 서로 오랫동안 알아 온 사이다 보니 한 명이 일방적으로 나가기 쉽지 않은 구조이기도 하고요.(웃음)


이: 처음엔 몰랐는데 저희 멤버들이 다들 본업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소위 ‘빡센’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더라고요.(웃음) 그게 비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에디터가 다섯 명이니 각자의 일정에 따라 일을 조금씩 나눠서 하고 있어요. 그래서 생각보다는 부담이 덜한 편이에요.


엠디랩프레스에서 책을 만들며 각자의 삶에서 변한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박: 디자이너로서 회사에서는 못 하는 걸 여기서 많이 시도할 수 있어서 좋아요. 아무래도 회사에서는 작업물을 클라이언트에게 맞춰야 하다 보니 새로운 걸 시도하기가 어렵고,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컸어요. 요즘은 하고 싶은 건 엠디랩에서 하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회사 일을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국문과를 졸업하고 전공과는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글리프』를 만들며 계속해서 한국소설과 문학계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결과물을 내면 독자가 있고 판매가 되니까 퀄리티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고민을 하는 것도 즐겁습니다.


에디터님들께 책이란, 그리고 출판이란 무엇인가요?


박: 고등학교 때부터 잡지 읽는 걸 좋아해서 국문과에 왔고, 대학에 와서도 문학 자체보다는 그것을 담아내는 책이라는 매체를 더 많이 좋아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출판에 대한 로망은 크지 않아요. 제게 출판은 제가 좋아하는 매체를 만들어내는 산업의 하나입니다.


이: 책을 읽을 때는 이 세상에 책과 나밖에 없고, 그 안에서 내 시간을 쏟아부으며 책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해서 국문과에 가기도 했고요. 책을 좋아했던 것에 비해 출판은 잘 모르는 분야였는데, 『글리프』를 만들면서 출판에 이렇게 여러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어요.


앞으로 엠디랩프레스에서 만들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박: 전통주 아카이빙북 또는 콘돔을 모아서 관련된 정보를 담은 책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한국의 동시대 문학만이 아니라 외국의 명작들을 다뤄보고 싶기도 해요.


이: 저는 제 본업인 게임 분야도 아카이브 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문학 중심이지만 웹툰이나 드라마 작가들을 다뤄보고 싶기도 해요.


엠디랩프레스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이: 『글리프』도 벌써 5호까지 나온 만큼 앞으로 『글리프』에 변화를 주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더 새로운 모습으로 변할 수 있을지 찾아내는 게 지금 해야 할 일인 것 같아요. 『글리프』 외 다른 프로젝트에서 결과물을 내보고 싶기도 합니다.


박: 지금까지는 대부분 저희 내부 인원들과 주로 작업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다른 분야 사람들과 협업하거나 콜라보 형태로도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박: 『글리프』가 다루는 내용과 매체의 특성상 좋아하는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봐야지 보이는 콘텐츠인데 늘 들여다봐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데 감사해요. 애정하는 마음이 선행하기에 저희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마음이 흩어지지 않고 계속 모여 있다면 그것을 원동력 삼아 작업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이: 저도 동감합니다. 한편으로 지금은 저희가 1호를 냈을 때 분위기와는 또 다른 것 같아요. 그때는 문학도 좀 더 가볍고 즐겁게, 그러니까 ‘덕질’의 관점에서 다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런 분위기가 예전에 비해서 많이 형성된 것 같아요. 변화 속에서 어떻게 독자층을 확장시킬 수 있을지, 뭘 더 할 수 있을지 고민해가며, 앞으로도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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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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