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출판] "제가 이해 못 하는 문장이 들어간 책은 출간하지 않아요." - 레모 윤석헌 대표

글 입력 2022.08.0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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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小昭한 출판


오늘도 어딘가에서 책을 만들고, 누군가는 그 책을 읽습니다.

찾아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운 출판 이야기,

작고(小) 빛나는(昭) 출판사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레모출간도서.jpg
레모의 출간 도서들

   

 

레모

 

프랑스 문학을 중심으로 하는 출판사. 레모(Les mots)는 프랑스어로, ‘낱말’, ‘말’의 복수형이다. 출판사 이름처럼 낱말 하나를 번역하는 데에도 많은 주의를 기울인다. 2019년 2월 『거울로 드나드는 여자』를 출간하며 시작되었다. 이후 조르주 페렉, 델핀 드 비강, 아니 에르노 등 굵직한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출간해 왔다.

 

 

번역서 읽는 것을 좋아한다. 번역서를 읽을 때면 활자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어딘가로 뛰어드는 기분이다. 낯선 풍경, 그리고 마찬가지로 낯선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말로 펼쳐질 때, 책으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말의 의미를 실감한다. 그게 가능한 건 번역이라는 다리를 탄탄하게 놓아준 이들 덕분,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 저자를 소개하는 모험을 감수하는 이들 덕분이다.


프랑스 문학을 주로 펴내는 레모는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출판사이다. 번역을 향한 관심에서 시작되었기에,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부분 역시 번역이라 말한다. 하나의 작품을 번역·출간하는 일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마무리되는 일도 아니다. 수많은 책 중 무엇을 소개할 것인가 선별하는 일부터 시작해, 초벌 번역을 거쳐, 번역가와 편집자가 머리를 맞대고 단어를 고르고 또 고른 끝에 마침내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다리가 완성된다.


‘번역에 진심’이라는 표현에 책임을 지겠다는 레모의 윤석헌 대표는 본인이 이해하지 못한 문장이 들어간 책은 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만든다. 지난 8월 3일, 레모의 윤석헌 대표를 만났다.


 

 

번역에 진심인 출판사, 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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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의 윤석헌 대표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레모출판사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프랑스 소설을 전문으로 하는 ‘번역에 진심’인 출판사, 레모입니다. ‘번역에 진심’에 따옴표를 넣어주세요. (웃음) 출판사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도 적혀 있는 말인데, 장난처럼 받아들이는 분도 계시지만 저는 이 표현에 책임을 져야겠다는 생각으로 넣은 거라서요. 레모의 정체성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레모(Les mots)는 프랑스어로, ‘단어’, ‘낱말’, ‘말’의 복수형이에요. 현재는 1인 출판사로 운영 중입니다.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분 중에는 다니던 출판사에서 독립한 경우가 많은데, 대표님은 그렇지는 않다고 들었어요. 레모를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저는 번역에 관심을 갖다가 출판 쪽으로 넘어온 경우에요. 많은 외국 문학 전공자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직접 번역하기를 꿈꾼다는데, 프랑스 문학을 전공한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대학교 3학년 때 배우던 카뮈의 단편을 직접 번역해보며 번역의 재미를 처음 느꼈어요. 그 후 시간이 한참 흘러 본격적으로 번역 출간을 해보고 싶어 다른 일을 하면서도 계속 알아봤죠.


우연히 알게 된 편집자 선생님께 번역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스페인 출신 프랑스 작가인 호르헤 셈프룬의 『잘 가거라, 찬란한 빛이여…』를 제안해 주셨어요. 첫 번역서로는 굉장히 어려운 책이었고, 오랜 시간이 걸린 끝에 힘겹게 출간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번역을 한 권 하면 다른 책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데, 낯선 작가의 어려운 책이어서 그런지 아쉽게도 반응이 별로 없었어요. 그 이후 품을 들여 다른 번역 제안서도 몇 편 썼는데, 대중적이지 않은 책들이라 관심을 보이는 출판사가 많지 않았고요. 그게 2017년 무렵으로 마침 1인 출판사가 많이 생기던 때였어요. 거절을 몇 번 당하다 보니 저도 제 출판사를 차려서 제가 내고 싶은 책을 내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그래서 레모를 시작했습니다.


왜 여러 분야 중 프랑스 문학을 선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하셨듯 프랑스 문학을 전공해서인가요?


네. 제가 한국어 다음으로 잘 아는 언어가 프랑스어였기 때문이에요. 프랑스 문학을 전공한 것도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기보다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였는데요, (웃음) 해보니까 재미있었어요. 저는 번역이란 단어만 옮기는 게 아니라 문화도 같이 옮기는 것이기에 문화에 대한 이해도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전공자로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는 프랑스의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좀 더 쉽게 이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프랑스 문학을 번역하게 된 것 같아요.


프랑스 문학은 좀 마이너한 부분이 있는 듯해요.


맞아요. 사실 저희처럼 규모가 작은 출판사에서 프랑스 문학을 전문으로 한다고 하면 놀라는 분들이 종종 계세요. 어떤 분은 한국문학 쪽을 할 생각은 없냐고 물어보시기도 했어요, 저도 물론 한국문학을 좋아해요. 하지만 제가 편집자 출신이 아니기에, 세상에 없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프랑스에서 이미 출간된 좋은 책을 들여와 정확하게 번역하는 일에 중점을 두고 싶어요.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프랑스 문학의 매력을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프랑스 문학’이라고 경계 짓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아요. 물론 프랑스 문학이 20세기에 담론을 거의 주도하다시피 했기에 독자 입장에서는 독창적이고 실험적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을 듯해요. ‘프랑스 영화’라고 했을 때 드는 느낌과 마찬가지로요. 저는 프랑스 문학이라고 크게 다를 거 없이, 그냥 ‘프랑스어로 쓰인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한 가지를 꼽자면, ‘다양성’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느끼기에 프랑스 문학은 한 가지 담론이나 특정 작가에 휩쓸리지 않고 정말 다양한 형식과 다양한 목소리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아요.

 

 


“다른 번역서를 보며 느낀 불만을 제 책에서도 발견하고 싶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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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에서 펴낸 델핀 드 비강의 『충실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 지금은 리커버 판으로 만나볼 수 있다.

 

 

대표님이 책을 만드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역시 번역인가요?


네. 저는 레모가 독자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고 다른 곳과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이 번역에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제가 이해 못 하는 문장이 들어간 책은 출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에요. 다른 번역서를 보며 느낀 불만을 제 책에서도 발견하느니 안 하는 게 낫다고 봐요.


번역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디자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부분은 좋은 디자이너 선생님들을 만난 덕분인 것 같아요. 저는 디자인은 잘 몰라서 전적으로 선생님들께 맡기는 편이에요. 요즘은 출판사에서 결이 비슷한 책들은 디자인의 톤을 맞춰서 출간하기도 하는데, 저희도 앞으로 소설 라인은 레모만의 분위기를 만들어 볼까 생각 중이에요.


프랑스 소설을 우리말로 번역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번역은 늘 어려운 것 같아요. 시작하기 전에는 쉬워 보이는 책도 막상 본격적으로 번역을 시작하면 매번 어려워요. (웃음) 일단 문장구조가 다르다는 점이 어렵고요. 특히 프랑스어는 관계대명사를 굉장히 많이 사용해 길어지는 문장이 많아요. 한국어로는 긴 문장을 별로 쓰지 않으니, 이걸 어떻게 풀고 어디서 끊을지 생각하는 게 어렵습니다. 대명사도 번역하기 어렵고요. 또 한국어는 주어 생략이 많은데 프랑스어는 주어를 꼬박꼬박 붙이는 편이라 저도 무의식중에 번역하며 주어를 다 붙이곤 해요. 그렇게 어색해지는 부분은 편집자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다듬어 나갑니다.


저는 직접 번역을 하면서 번역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요. 직접 번역하기 전에는 원문과 구조까지 똑같이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지금은, 번역은 무엇보다 읽는 사람을 위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작가의 문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독자가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번역을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레모의 책 중 특히 번역이 어려웠던 책이 있나요?


제가 번역한 책은 아니지만, 아니 에르노의 『얼어붙은 여자』 번역이 정말 어려웠어요. 텍스트 자체도 어려웠던 데다가, 작가가 잡지, 광고 문구, 책 내용을 소설 속에서 맥락 없이 늘어놓았거든요.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별도의 설명 없이도 금방 알아보고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었기에 하나하나 검색해야 했습니다. 두 명의 역자 선생님과 편집자 선생님이 모두 최대한 오역을 피하기 위해 열심히 작업해 주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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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의 서재'에서 진행한 '이달의 전시' 레모 편.

 

 

레모에서 출간한 책 중 대표님이 가장 좋아하는 책은 어떤 책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 권도 빠짐없이 소중한 기억이 녹아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책들은 있어요. 델핀 드 비강의 『충실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의 경우, 이 책들을 내면서 레모의 인지도가 생겼기에 애착이 가요. 조르주 페렉의 『나는 태어났다』는 제가 페렉을 공부했기에 큰 의미가 있는 책입니다. 한 번쯤은 페렉의 책을 번역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공부하던 시절에 갑자기 페렉의 거의 모든 책이 국내에 번역되기 시작했어요. 저는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 중 매력적인 책을 찾다가 『나는 태어났다』를 내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국내에서 페렉은 실험정신이 투철한 작가로만 알려져 있었는데, 자서전 작가로서 페렉 글쓰기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습니다.


또 아니 에르노의 『얼어붙은 여자』도 무척 기억에 남는 책이에요. 이 책을 내기 전, 에르노의 『사건』을 민음사에서 제가 번역한 적이 있는데, 그때만 해도 에르노의 책을 레모에서 내기엔 여러 가지로 어렵겠다고 판단했거든요. 막상 책이 나온 뒤에는 생각할수록 레모에서 내도 괜찮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얼어붙은 여자』는 만드는 과정은 무척 힘들었지만,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레모에서 낼 수 있어서 아주 뿌듯했습니다.


『충실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을 내면서 인지도가 생겼다고 하셨는데, 지금까지 레모를 알리기 위해서 해왔던 일들에는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SNS를 잘 다루지 못하는 1인 출판사 운영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직접 독자들을 만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첫 책 『거울로 드나드는 여자』 출간 이후부터 꾸준히 동네 책방에서 북토크를 진행했어요. 동네 책방과 같이 기획해서 프랑스 문학 독서 모임도 활발하게 해왔고요.

 

최근에는 동네 책방에서 ‘레모가 사랑한 작가들’이라는 제목으로 네 명의 작가 - 조르주 페렉, 아니 에르노, 델핀 드 비강, 이렌 네이롭스키 - 와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행사를 몇 번 했어요. 행사를 여러 책방에서 지속적으로 해보고 싶었는데, 이 작가들의 책이 조금 더 쌓이면 더 효과적일 것 같아 잠시 쉬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신간을 출간하면 작가와 작품을 알리는 행사를 계속하며 잠재적인 독자를 늘려나가려 합니다.


 

 

“적극적인 리뷰를 읽을 때면

왠지 제 진심을 들켜버린 것 같아 기쁘고, 또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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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의 서재'에서 진행된 전시 풍경

 

 

대표님이 출간 도서를 고르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좋아하는 책, 좋아하는 작가가 기준이에요. 책 내는 분들은 대부분 비슷할 것 같아요, 좋아하는 책을 골라야 작업할 때 그나마 수월하거든요. (웃음) 다른 분들이 제안해주신 책도 내긴 하지만, 일단은 제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주제인지가 기준입니다. 저작권이 만료된 작가 목록을 보며 괜찮은 작가를 찾아보려고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이번에 그렇게 발견한 게 이렌 네미롭스키예요. 지난 3월 첫 책 『무도회』를 냈고, 앞으로 선집을 꾸려갈 예정입니다. 저는 번역을 시작하면서 꼭 해보고 싶은 작가가 넷이 있었어요. 조르주 페렉, 아니 에르노, 파트릭 모디아노, 마르그리트 뒤라스인데요. 페렉과 에르노는 이미 번역을 했고, 모디아노는 신간이 나오자마자 판권을 구매해서 내년쯤 출간할 것 같아요. 뒤라스는 아직 작품이 많아서 천천히 할 생각이고요. (웃음)


지금까지 책을 내시면서 기억에 남는 독자 반응이 있나요?


첫 책인 『거울로 드나드는 여자』가 2019년 2월에 나왔어요. 판타지 소설로, 총 네 권짜리인데 사실 이 시리즈는 1인 출판사가 다루기에 여러 가지로 어려운 작품이었어요. 그걸 생각 못 하고 1권부터 덜컥 출간해버려서 다음 권을 작업하는 데 여러 어려움이 있었죠. 그렇게 2권 작업이 점점 밀렸는데, 1권을 읽은 독자들이 레모 SNS 채널로 다음 책은 언제 나오는지 메시지를 보내곤 하는 거예요. 매번 작업 중이라고만 답을 드리니… 거짓말쟁이가 된 기분이었어요. 지금에서야 2권 번역을 끝내고 출간 준비를 하고 있어요. 꾸준히 문의를 주셨던 분들이 기억에 남고, 그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입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온라인 서점의 『얼어붙은 여자』에 달린 평이었어요. ‘에르노의 문체를 고스란히 간직한 번역을 읽었다’는 내용이었는데, 저희가 이 책을 번역하느라 엄청나게 고생을 했기에 정말 큰 힘이 되었던 평이었어요. 고맙게도 같은 분이 한참 지나서 페렉의 『나는 태어났다』에도 ‘강렬한 독서 경험’이었다는 평을 남겨주셨어요. 이렇게 적극적인 리뷰를 읽을 때면 왠지 제 진심을 들켜버린 것 같아 기쁘고, 또 부끄럽습니다.

 

대표님에게 출판이란 무엇인가요?


다른 출판사 분들과도 관련된 얘기를 나누는데, 저희는 ‘사치스러운 취미 생활’이라고 말하곤 해요. 좋아서 하는데, 돈이 안 되는. (웃음) 저는 책을 만들 때마다 희망을 갖고 만들어요. 작업하면서 제가 느낀 즐거움과 좋은 감정이 독자에게도 전해질 거라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출간되면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마음이 아파요.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기도 하고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희망을 품고, 만드는 과정에서는 매번 설렘을 느낍니다.

 

 

나는태어났다.jpg
'번역가의 서재'에서 북토크를 마친 후

 

 

앞으로 레모에서 소개하고 싶거나 소개할 계획이 있는 프랑스 작가/작품이 있다면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일단은 앞서 말씀드린 레모가 사랑한 작가 네 명의 작품을 계속 낼 예정입니다. 제가 욕심이 많아서 작가의 신간이 나오자마자 판권을 구매해둔 게 꽤 많아요. 출간된 책보다 많을 정도로요. (웃음) 일단 계약해둔 에르노의 책이 세 권이고, 그중 『기억 속의 소녀』는 소설가 백수린 작가님이 번역 중입니다. 다른 한 권은 『젊은 남자』라는 굉장히 얇은 책인데, 제가 번역은 마친 상태지만 너무 얇아서 어떤 형태로 출간해야 할지 디자이너 선생님과 의논해봐야 할 것 같아요. 9월 말에 출간하는 게 목표입니다.


조르주 페렉의 미완성 프로젝트 ‘장소들’도 예정되어 있어요. 이 프로젝트는 페렉이 파리에 있는 장소 12곳을 정한 후, 한 달에 두 번씩 12년 동안 글을 쓰는 프로젝트였어요. 처음에는 실제 그 장소를 방문해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글을 쓰고, 두 번째는 해당 장소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쓰는 거죠. 그렇게 쓴 원고는 봉투에 넣어서 봉하고 12년이 지난 다음에 열어서 조합하는 장기 프로젝트였는데, 미완성인 채 끝났어요. 그러다 최근 작가 사후 40년 만에 프랑스에서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과 연구자들이 해설이 들어간 『장소들』이 출간되었어요. 무려 700쪽이 넘는 분량이라 잘 만들 수 있을지, 독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 고민도 되었지만, 욕심을 내어 제가 판권을 샀습니다. 빠르면 내년 하반기쯤 내는 걸 목표로 삼고 있어요.


그 밖에 델핀 드 비강의 신작도 작업하다가 지금 잠깐 멈춘 상태이고요, 작가의 초기작과 절판된 대표자들도 다시 번역해서 출간할 계획입니다. 열린책들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델핀 드 비강을 레모의 간판 작가로 꾸준히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도 계속 출간될 예정이에요. 물론 계획은 늘 미뤄지기 마련이지만요. (웃음)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치며 미처 하지 못한 말씀이 있다면 여기서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까 프랑스 문학의 특징을 얘기하며 다양성을 언급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책이 많이 읽히면 좋겠어요. 지금은 베스트셀러나 유명인이 추천한 도서 중심으로 많이 읽힌다면, 독자가 좀 더 자발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책을 찾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개성 있는 동네 책방과 출판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동네 책방과 작은 출판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급률이나 위탁 판매 방식 등 출판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합리적으로 해결되길 바라고요. 그때까지 레모에서 꾸준히 프랑스 소설을 소개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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