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포스트 휴먼 시대에 지켜야 할 인간적 가치는 무엇일까? [문화 전반]

완벽하지 않은 인간만이 줄 수 있는 감동
글 입력 2023.12.1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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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xt Rembran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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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면서도 고요한 모습과 두터운 붓질로 채워진 초상화. '빛의 화가'라 불리는 17세기 네덜란드 렘브란트의 그림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그림은 렘브란트가 아닌 인공지능(AI)이 그린 그림이다.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MS)와 렘브란트 미술관, 네덜란드 델프드 공대가 협업한 "The Next Rembrandt" 프로젝트는 렘브란트가 살아있었다면 직접 그렸을 법한 그림들을 만들어 냈다. 인공지능은 램브란트의 그림 346점을 딥러닝 기술로 분석하고 렘브란트 그림의 특징들을 세밀하게 추출해내어 렘브란트의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렘브란트 전문가들도 이 그림을 렘브란트의 그림이라 인정하며 프로젝트는 대성공했다.

 

그리고 이후 후속 작업으로는 '렘브란트의 그림 수업(The Rembrandt Tutorials)'이 이어졌다. 렘브란트의 성격과 말투를 분석하여 실제로 렘브란트가 수업을 하는 듯한 그림 수업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AI의 창작 기술은 축복인가 재앙인가?


 

최근 급속히 발전해가는 AI 기술은 인간의 영역을 무섭게도 빠르게 침범하고 있다.

 

특히 머신러닝, 딥러닝, 인공 신경망 등과 같은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면서 렘브란트 프로젝트의 사례처럼 인공지능은 직접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는 단순히 렘브란트 풍의 그림을 그리거나 렘브란트의 그림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니라 렘브란트가 살아있다면 그렸을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인공지능의 예술 창작은 획기적인 창작 기술로 문화 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도 있지만 인간에게 해결해야 할 무수한 과제들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공지능이 생산해낸 결과물을 진정한 예술 작품으로 여길 수 있는가?' 또는 '인공지능은 예술가가 될 수 있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에도 답을 해야 했으며, 창작물의 윤리적 문제, 저작권 부여 논쟁, 예술가들의 일자리 문제 등 인공지능 기술로 인해 예술가들의 고민은 늘어만 간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6년에 발표한 주요 직업군 400여개의 직무 대체 확률을 보면, 로봇기술과 인공지능 등에 의한 자동화로 대체될 확률이 낮은 직업은 '예술 관련 직업'이 꼽혔다. 하지만 현재의 인공지능 수준으로 보아 예술 관련 직업 만큼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다는 믿음 마저도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언제나 기술의 발전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인간에게 축복을 가져다 주기도, 재앙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예술 영역에 떨어진 AI는 축복인가 재앙인가?

 

 

 

포스트 휴먼 시대에 지켜야 할 '인간다움'이란?


 

인간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인공지능을 진정한 예술 분야의 일원으로 인정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반면,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은 인공지능으로 부터 인간적 가치를 지키려 부단히 고민 중이다.

 

감정의 영역은 영원히 인간의 것이라는 환상이 깨졌음에도, 아직까지는 인공지능이 갖추지 못한 '인간 다움'이 있다. 인공지능이 완벽하고 빠른 기술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뛰어난 효율을 자랑한다면, '완벽하지 못함'과 '비합리적'인 작품의 속성들이 바로 '인간적 가치'일 것이다.

 

대량 생산된 제품이 외관상 더 훌륭하고 쓸모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비용을 감수하여 수작업 제품을 택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는 작품의 외적인 아름다움만을 감상하지 않는다. 예술 작품이 생성되는 동안의 예술가의 감정에 공감하고, 투자되 시간과 노고에 집중하기에 '인간적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아주 아름다운 꽃을 보고 눈물을 흘리지는 않지만 사람의 마음에 감동했을 땐 눈물을 흘리는 것 처럼 말이다.

 

'예술(藝術)'이라는 단어를 구성하는 두 개의 한자는 모두 '기술'을 의미한다. 하지만 유형적 요소인 예술 작품은 종교, 신화, 철학 등의 무형적인 것들로 창조된다. 모든 작품에는 같은 문화권 사람들이 공유하는 집단무의식적 사유와 개별 창작자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인간의 관념과 창의적 사유가 우선하기에 유성 기름의 안료에 색깔을 섞어 칠한 캔버스 천 조각이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이다.

 

예술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기술로는 다할 수 없는 진한 맛은 인간의 사유에서 비롯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연스레 작품의 '인간적 가치'에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에 의한 작품일 거라 인식하고 작품에 감동했으나 AI의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되면 그 감동이 사라지는 건 아직까지 인공지능이 인간적 가치까지 탑재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대교는 자연을 근본으로 함으로써 기(器)를 완성하는 것이며, 인간들은 이것을 최고의 미라고 생각한다. 인위로 기교를 부려서 이상한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졸렬하게 보인다.(大巧, 因自然以成器, 不造爲異端, 故若拙也.)”] - 도덕경 45

 

일찍이 미와 추의 상대성을 인정했던 노자는 중국 미학사에서 최초로 미의 개념을 깊게 토론한 사상가다. 노자 도덕경 45장에는 위와 같은 구절이 등장한다. '무위자연(無爲自然)'으로 함축되는 도가에서는 기술보다는 인간 그대로의 모습, 즉 자연스러운 모습을 '최고의 미'라 칭한다. 다시 말해 인간의 욕망과 인위를 덜어내는 것이 아름다운 것 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며 완벽함 보다는 조금 빈 듯한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인류 전체의 역사에서 기술이 없었던 때는 없다. 언제나 기술을 수단으로 삼아 살아왔다. AI의 기술이 이 만큼 발달한 이상 인공지능이란 기술을 완전히 배제하고 살아갈 수 없다. 다만, AI와 상생하면서도 인간성이 충분히 확보된 미래를 구현해야 한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이 있다. 우리는 그 가치를 지켜나가면 된다.

 


[임예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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