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음악 속에서 연대하고 취향을 찾다 – 2024 사운드베리 씨어터Soundberry Theater

플레이리스트를 바꾼 그들의 음악
글 입력 2024.03.2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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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6, 17일 양일간 KBS아레나에서 뮤직 페스타 ‘2024 사운드베리씨어터’가 개최되었다. 독특하게도 실내에서 개최된 사운드베리씨어터는 2015년에 국내 최초로 실내 뮤직 페스티벌을 런칭한 브랜드로서, 콘서트와 야외 페스티벌 중간지점의 현장을 구현해내며 각각의 장점을 취해 성공적으로 막을 올렸다.


페스티벌의 계절이 오기 전, 아직 때때로 찬 기운을 담은 바람이 부는 이 날씨에서 실내형 페스티벌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앞세운 채 시즌의 포문을 활짝 연 사운드베리씨어터의 공연은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여름의 뜨거운 날씨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열기가 모여 이루어지는 야외 페스티벌보다도 쾌적한 환경, 무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자리가 갖추어진 공연장에서 잔잔히 음악을 즐기고 싶은 나에게 혹하지 않을 수 없는 기회였달까.


이 페스티벌에서 무엇보다도 좌석 배치와 운영 규칙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다양한 아티스트의 공연들이 시간대 별로 이루어지고, 언제든 원하는 공연과 시간대를 선택하여 입퇴장이 가능하다는 점도, 스텐딩 구역과 좌석 구역을 옮겨 다닐 수 있어 마음 가는 대로 현장의 분위기를 선택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였다.


아티스트의 표정과 현장의 열기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스텐딩 구역, 무대와 세션 전체를 조망하며 조금의 거리감을 두고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좌석 구역 각자의 매력이 있었기에, 아티스트와 음악의 성향, 자신의 선호도에 맞춰 때로는 콘서트에 온 것처럼, 또 때로는 야외 페스티벌에 온 것처럼 매 무대마다 새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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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서 이루어졌기에 가능했던 조명 연출과 플레시를 이용한 관객의 호응 방식도 이번 공연의 매력에 감칠맛을 더해준 요소가 아닐까 싶다. 매 무대마다 음악의 분위기, 템포에 맞는 조명 연출이 사용되었고, 다양한 색감의 조명이 천장과 벽면뿐 아니라 스텐딩 구역의 관객들 위로까지 물들며 마치 미디어 아트와 같은 장관을 만들어냈다.


아티스트의 유도에 따라, 혹은 잔잔한 분위기의 곡에서 관객들은 마치 한 마음으로 이어진 것처럼 핸드폰 플레시를 켜고 호응하기도 했는데, 이런 경험이야말로 페스티벌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혼자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닌, 이 공간에 모인 모두가 같은 분위기와 감정을 공유하고 연대하고 있다는 의식을 느끼는 것, 이번 공연에서 얻을 수 있었던 가장 값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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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베리씨어터는 매년 2팀 이상의 실력 있는 아티스트를 조망해오고 있는데, 그만큼 가지각색의 색체를 지닌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만나볼 수 있었다. 올해 라인업에는 10cm, 멜로망스, 하현상 등 대중성을 지닌 주목받는 아티스트 뿐 아니라 음악계의 떠오르는 샛별 아티스트들까지 이름을 올렸다. 16일에는 주로 밴드로 구성된 7팀이, 17일에는 솔로 아티스트가 주를 이룬 6팀이 각자의 속도대로 무대 위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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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과 귀를 사로잡아 나의 새로운 취향으로 발굴된 두 팀의 무대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먼저 4인조 밴드 ‘다섯’은 무대의 시작부터 독보적인 보컬의 음색과 세련된 비트의 연주로 귀를 사로잡았다. 나는 일정한 텐션으로 전개되면서도 확실히 꽂히는 포인트를 가진 다섯의 음악에 스며들었고, 공연을 보는 동안 홀린 듯 플레이 리스트에 그들의 곡을 추가했다.


밴드 음악은 어쩐지 듣는 내내 고양되어 있을 것 같고, 그러하여 귀가 피로할 것 같다는 나의 무의식속 편견 앞에 다섯의 노래들은 잔잔하게 자신의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모르는 새 귀를 기울이고, 조금 더 들어보고 싶게 만든다. 그 중에서도 ‘Life!’라는 제목의 곡은 도입부부터 심상치 않은 비트 전개로 시작되어 특유의 섬세한 보컬과 담담하고도 별 거 없는, 그래서 어딘지 위로가 되는 가사로 온통 내 마음을 적셨다.

 

 

 

 

같이 춤을 추자 언제나

아 그 그 Vaundy 무희였나?

아니면 never young beach였나?

어찌 되든 상관없지만

살아있음을 느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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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번째 취향이 된 여성 솔로 아티스트 김수영은 정말 매력적인 보이스를 지녔다. 그 중저음의 목소리는 단단하고도 부드러운 호흡을 담아 한 글자 한 글자 눌러쓴 편지를 읽듯 가사를 전했고, 그녀의 담담한 표정과 박자를 타는 다리 움직임, 기타 위를 분주하게 오가는 손가락에서 눌러 담은 그 진심이 느껴졌다. 이토록 정성스레 지은 집밥 같은 음악과 무대를 접한 게 참 오랜만이라, 그녀에게서 눈을 떼기 어려웠다.


마침 나는 오랫동안 이어온 빌라촌 골목 걷기 취미에 곁들일 새로운 플레이리스트를 물색해오고 있었는데, 그녀의 음악들은 아주 안성맞춤이었다. 요즘 나는 차분하고 서정적인 그 음악들과 함께 산책하며 지나치는 사람들, 고양이, 주택 위를 넘어선 덩굴 등에 조금 더 시선을 두고 그(것)들의 삶에 대해 상상해보곤 한다.

 

 


 

 

바람이 여전히 차갑게 부는 날

아무 생각 없이 걷는다

오늘도 여전히 달빛에 비친 날

아무 생각 없이 걷는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페스티벌에서 느낄 수 있는 묘미는 음악 사이의 멘트가 아닐까 싶다. 이 두 팀의 아티스트들 모두 멘트를 통해서도 매력을 보여주었는데, 어색해 하는듯 하면서도 관객들에게 음악에 대한 진심 어린 생각과 에너지를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여실히 느껴졌다.


김수영 씨의 수줍은 어린 자신이 보여준 무대가 오늘 몇 점 정도였냐는 조심스러운 질문과 아직 서투르지만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호응을 유도하는 다섯의 모습은 페스티벌이 일주일 지난 지금 시점에서도 참 생생하다. 자신의 모습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그들이 얼마나 자신들이 만들어가는 세계에 진지한지 느껴졌기에 나는 기꺼이 취향 속에 그들의 음악을 포함시켰고, 오늘도 그들의 음악은 나의 일상과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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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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