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고민하고 마주 볼수록 더 당당하게 피어날 수 있다 -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 [만화]

글 입력 2024.02.0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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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역에는 인접해 있는 두 고등학교가 있다. 바보들만 모이는 양아치 남학교 치도리 고교와 유서 깊은 부잣집 아가씨 학교 키쿄 여고. 치도리 고교에 다니는 츠무기 린타로에게 어느날 본가의 케이크 가게 단골인 와구리 카오루코 라는 여성이 찾아온다. 카오루코와 함께 있으면서 그녀와 보내는 시간에 편안함을 느끼던 린타로는 그녀가 치도리 학생을 싫어하는 키쿄 여고 학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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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는 일명 ‘로미오와 줄리엣 소재’를 사용한 로맨스 만화이다. 서로를 싫어하는 적대적인 집단에 속한 두 주인공이 주변의 반대와 각종 역경을 뛰어넘는 소재로 꾸준하게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왔다. 이 만화는 이러한 소재에 더해 고등학생 특유의 풋풋함과 그 나이대의 고민과 성장을 섬세하게 다뤄냄으로써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이다.

 

 

 

섬세하게 다가가는 사랑


  

작품의 주인공인 린타로는 커다란 덩치와 험악한 인상 때문에 주변에 불필요한 오해를 받아오는 삶을 살고 있다. 정작 본인은 싸움을 싫어하고 배려가 몸에 밴 성격인지라, 점차 자기 생각을 숨기는 것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카오루코가 나타나 그가 무섭지 않다며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게 된다. 그녀와의 대화에서 위안을 얻으며 그녀가 궁금해져 갈 무렵, 그녀가 사이가 좋지 못한 옆 학교 학생이라는 것을 알고 그녀에게 피해를 줄까 봐 거리를 두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하는 행동이 결국 남들이 자신에게 가져온 편견과 똑같은 것임을 깨닫게 되며 그녀와 다시 정면으로 마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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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보통 만화와 다르게 사건을 일으키고 주인공에게 시련을 안겨주는 악역이 등장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일으키는 자극적인 사건 대신 자신이 처한 상황에 고민하며 상대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섬세하고 감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들이 처해 있는 환경과 차별을 일종의 악역으로 만듦으로써 주인공들이 이것을 극복해 나가고 서로를 진솔하게 마주 보는 모습은 이들의 사랑을 응원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악역 없이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는 방식에 매우 흥미를 느끼고 있는 편이다. 사건의 전개와 진행 속도 조절을 위해 악역을 만드는 것이 유용하고, 인물의 목표를 부여하고 이야기에 자극성까지 더할 수 있으니 어찌 보면 악역은 작품에서 꼭 필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에서 악역의 비중에 따라 독자들에게 과하면 피로감을, 너무 적으면 허탈감을 안겨줄 수 있기에 조절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기에, 악역의 존재를 없애면 이러한 걱정은 사라지겠지만, 작품의 전개가 매우 심심해지고 사건이 줄어들 수 있기에 이를 해결해야 하는데, 주인공들이 느끼는 감정과 관계의 발전을 매우 설득력 있고 섬세하게 풀어내면서 독자들이 지루함 없이 따뜻한 마음을 가지게 만든다.

 

또, 이 작품은 청소년기 주인공의 불완전함을 잘 들어내고 있다. 작품 초반에는 남자주인공인 린타로의 걱정과 고민이 두드러지어 그가 여주인공인 카오루코를 만나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마냥 밝게 보이기만 하는 카오루코 또한 걱정과 아픈 사정을 가지고 있고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누구에게나 상냥한 린타로에게 이미 구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상냥함이 결국 자신에게 다시 돌아왔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모습이 만화를 읽는 독자에게 가슴 따듯한 이야기로 전달되고 있다.

 

 

 

우정 그리고 성장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에서는 두 주인공의 각자 학교 친구가 주·조연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주인공의 사랑을 도와주는 역할도 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우정’에 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린타로의 학교 친구인 치도리 고교 친구들은 린타로가 자기 생각을 말해주기를 곁에서 묵묵히 기다려주는 친구들로 나온다. 그러면서, 그가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언제나 함께 해주는데, 린타로 또한 주위를 살피며 친구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이들이 언제나 항상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라 숨기는 사실, 생각의 차이로 갈등이 일어나는 모습 또한 보여주는데, 이것 또한 결국 나보다 친구를 먼저 생각해 일어났던 일이라 걱정 없이 지켜볼 수 있다. 이들이 서로 나누는 대화를 보다 보면, 과연 나는 이들처럼 친구를 소중히 대해주고 있나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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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루코의 키쿄 고교 친구들은 조금 다른 유형의 친구로 등장한다. 어찌 보면, 주인공의 사랑에 가장 큰 시련인 ‘사이가 좋지 않은 두 학교’가 여기서 잘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부잣집 아가씨들이 다니는 학교인 키쿄 고교는 선생님들이 나서서 치도리 고교 학생들과 어울리지 말라 분위기를 조성한다. 학생들은 이에 동조해 치도리 학교를 쳐다보는 것조차 안 하려고 내내 커튼을 칠 정도인데, 그렇기에 카오루코가 치도리 고교 학생과 사귄다는 것을 알았을 때 누구보다 반대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는 그저 친구가 걱정되었기 때문에 과민하게 반응했을 뿐, 그들이 자신이 알던 이미지와 다른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자 반성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서로 다른 두 학교의 친구들이 만나 친해지는 과정은 우리가 차별 속에서 진실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오해 속에서 선입견을 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동안 자기 행동이 그 사람에게 실례가 되는 행동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키쿄 학생들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반대로, 내가 오해를 사 거부당한 일로 누군가가 사과를 해온다면, 그저 과거의 일로 그 사람을 무조건 멀리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진실한 모습을 보고 친해질 수 있음을 치도리 학생들의 모습을 통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누군가는 단순한 재미를 위한 만화를 가지고 나의 삶에 대입시켜보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과정이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삶을 살아가면서 모든 경험을 다 할 수는 없다. 소설이 되었든, 만화가 되었든, 어떠한 이야기를 읽음으로써 우리는 그 경험을 간접 경험할 수 있게 되고 이를 내 것으로 만들어 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면 그 계기가 무엇이든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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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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