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언어를 통해 나다움을 지킬 수 있다면 - 버티는 힘, 언어의 힘

글 입력 2024.02.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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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엄마, 아빠를 외치던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는 세상과 언어를 통해 소통한다. 누군가의 언어를 통해 위로받기도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의 언어로 인해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처럼 언어는 최고 그리고 최악의 감정도 느끼게 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약속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혹시나 내가 내뱉었던 말이 누군가에게 불편하게 다가가지 않았을지 스스로 복기해 볼 때가 있다.


그 과정을 거치다 보면 항상 하나쯤은 마음에 걸리는 문장이 있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것을 알기에 다음에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며 생각을 마친다. 그런데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당연시 사용해서 상대방이 느끼는 불편함을 내가 못 알아챈 경우가 있지는 않을까. 그래서 의사소통을 할 때 사소한 불편함을 줄여나가고자 이 책을 택했다.


<버티는 힘, 언어의 힘>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언어학자의 시선으로 잡아낸 책이다. 우리가 겪었던 모든 아픔은 언어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저자는 비판적 언어 감수성을 가질 것을 주장한다. 너무나 당연해서 발견하지 못했던 억압의 언어를 책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정말 착해서 착하다고 하는 걸까


 

"진짜 착해"


저자는 착하다는 말이 정말 착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착한 품행은 기득권력이 임의적이고 일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한다. 저자의 주장에 일부 동의하는 바이다. 정말 착한 일을 해서 착하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착해야 하기 때문에 착하라고 경고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누군가 나에게 지시를 내릴 때 착하다는 표현으로 말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굳이 착하다는 표현으로 시작하지 않아도 될 텐데라고 생각하지만 과거에는 작은 불편한 감정이 느껴지면서도 나는 착한 사람이니까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자라면서 착함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 일이 잦아질수록 착하다는 말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착하다는 표현을 잘 쓰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정말 나의 표현이 그 사람에게 부담으로 다가갈까 봐. 어쩌면 착하다는 표현은 마음속에서만 삼켜야 하는 단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순수


 

코로나19가 확산 초기 대구에서 감염자가 급증할 때 한 정치인이 대구에 내려가서 봉사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저자는 그때 순수한 의도가 아니다, 쇼를 한다는 등의 몇몇 사람들의 지적을 보며 황당함을 느꼈다고 한다. 물론 그 정치인이 실제로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혼란에 빠져있던 시기에 의도를 가지고서라도 봉사를 한다면 감사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순수한 의도에 집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 의도는 당사자만이 아는 것인데 겉으로만 보고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을 한순간에 불순한 의도로 평가한다.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방관하는 사람도 있다. 방관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쉽지 않은 선택이기 때문에 그 선택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박수받아야 할 일인데 우리는 의도를 따지고는 한다.


의도를 따지는 사람들의 행동은 큰 용기를 낸 이들에게 상처를 준다. 의도가 어찌 되었든 앞장서서 나아간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앞으로는 의도를 찾는 이들보다 응원과 박수를 보내주는 이들이 많은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It is not your fault.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면 원인은 늘 단순하지 않습니다. 일방적이고 억울하게 당할 때도 많아요. 자기 탓만이 아닌 건 분명하죠. 그렇지만 문제를 안고 살아야 하는 건 본인이기 때문에, 기억과 기대를 왜곡하면서 자신이 원인의 제공자라는 자책감을 가집니다. 그러나 복잡한 문제는 복잡한 언어로 길고도 복잡하게 서술되어야 합니다.

 

- p.99

 

 

위문장은 책에서 가장 기억 남았던 문장이다. 그중에서도 '그러나 복잡한 문제는 복잡한 언어로 길고도 복잡하게 서술되어야 합니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았을 때 우리는 모든 문제가 자신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자책감에 사로잡히고는 한다. 


그래서 문제의 원인을 '나'라는 짧은 언어로 서술하게 된다. 짧은 언어이지만 '나'라는 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마음을 깊이 파고들며 시간이 지나도 스스로를 후회하게 만든다. 생각해 보면 문제가 끝나고도 내가 아파했던 건 그 문제 때문이 아니라 문제의 원인을 모두 '나'로 돌려버린 스스로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저 문장이 좋다. 더 이상 자신에게 원인을 돌리지 말라는 것 같아서. 복잡할수록 문제의 원인도 복잡하게 서술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언어를 통해 상처받는 것은 누군가와의 의사소통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혼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이제는 스스로에게도 좋은 언어만을 쓰려고 노력해 보고자 한다. 

 

 

 

언어적 실천이 쌓인다면


 

사람들은 언어의 겉모습에만 집중하며 사용한다. 겉모습에서도 차별과 억압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언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언어들도 많다. 차별과 억압의 모습을 들어내지 않는 언어들까지 유심히 고민하며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을 수 있지만 결국 그러한 언어들이 점점 쌓인다면 터지기 마련이다.


단순히 예쁘게 말하자는 것이 아니다. 언어의 진짜 모습을 고민하다보면 모르는 사이 나를 억압하고 있던 무언가로부터 벗어나게 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버티는 힘, 언어의 힘>을 통해 자신의 언어 상황을 되돌아보고 실천해보길 바란다. 결국 모든 것은 언어로부터 비롯된다.


고만한 언어적 실천이 어딘가 쌓이면서 틈도 보이지 않던 권위주의 사회질서 한 켠에 변화의 물꼬가 트일지도.

 

 

[임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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