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023년 이후 영화의 미래, 그리고 주피터 어센딩 스티그마 [영화]

변화하고 격동하는 영화계, 지금 현재 필요한 것
글 입력 2024.01.0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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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피터 어센딩 스티그마 (Jupiter Ascending Stigma)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사실 들어보시지 않은 것이 당연한 말이죠. 주피터 어센딩 스티그마는 영화 평론 사이트 레터박스에서 제가 발견한 하나의 리스트입니다. 허나 그렇게 조직화되거나 공론화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죠. 몇 안되는 유저들 사이에서만 공유되고, 좋아요 수가 그렇게 많지도 않은 상태입니다.


그 뿐 아니라 검색을 해 봐도 정보가 거의 나오지 않은 만큼, 영화 팬들이나 영화 평론계에서 큰 임팩트를 남기거나 그렇게 많이 이야기되는 리스트나 현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큰 임팩트를 남긴 리스트이고, 더 많은 주목과 관심, 토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본 글을 통해 그것이 과연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등을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주피터 어센딩 스티그마는 무엇인가?


 

리스트를 만들어낸 유저는 리스트에 다음과 같은 설명을 곁들였습니다. 약간의 의역과 함께 내용을 번역해 보도록 하죠.


"The Jupiter Ascending Stigma TM (이하 주피터 어센딩 스티그마)는 다음과 같은 현상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관객들은 더 혁신적이거나, 아니면 단순히 더 창의적이고 야심찬 영화들을 원합니다. 할리우드가 가진 아이디어들이 바닥나고 있다는 말과 함께 말이죠. 허나 그러한 성격의 영화들이 개봉을 하면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죠. 그 영화들이 눈에 띄고 독특하게 느껴지는 이유인 요소들, 그리고 그 영화들이 이루고자 하는 예술적 야심이나 목적을 추구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어 관객과 평론가들의 혹평과 비난을 받는 모습 말입니다. 예를 들어 "이 영화는 너무 유치하다!" "코미디가 너무 많다!" "(리메이크의 경우) 원작에는 없던 것을 추가한다!" 등이 있죠. 이 리스트는 그러한 카테고리에 속하는 영화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이 리스트의 영화들을 비난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에게: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여러분이 이 영화들에게 할 말들을 다 알고 외울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이어지고 우리들에게 들려진 비난들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고 이런 영화들은 못 만든 영화들이며, 그 누구의 마음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려 합니다. 그러니 그런 의견들은 자기 자신만 갖고 있으세요.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이 리스트는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고귀한 의견을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니니까요. 리스트는 이 영화들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얻어갈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어떠한 영화들이 속해 있을까?


 

[포맷변환]주피터 어센딩.jpg

 

 

그래서 이 리스트에는 어떤 영화들이 있으며, 무슨 의미를 가질까요? 일단 당연히 <주피터 어센딩>이 속합니다. 이 리스트가 이름을 따온 만큼 이러한 성향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실제로 본작은 스토리텔링이나 캐릭터 부분에서 혹평을 받기도 했으나, 화려한 그래픽 그리고 그를 이용해서 창조해낸 거대한 세계관과 창의성, 야심이 돋보인다는 등 호평이나 재평가의 움직임이 보이기도 하는 작품입니다.


이 스티그마에 속하는 작품들을 하나하나 다 설명하고 소개할 수는 없으니 굵직한 작품 몇 가지만 설명해보도록 하죠. 주피터 어센딩 스티그마에는 굉장히 다양한 영화들이 속해 있습니다. 공포, SF, 판타지나 액션 등 대규모 블록버스터 및 장르 영화들이 대부분인데, 그런 장르일수록 창의성이나 독특한 야심,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스프링 브레이커스>나 <네온 데몬> 등 인디 예술 영화 등 역시 독특한 스타일이나 주제를 뽐낸다면 본 리스트에 추가되어 있습니다.


롭 좀비 감독만의 재해석이 돋보이며 시간이 지나 재평가를 받게 된 2007년판 <할로윈> 리메이크, 뚜렷한 개성만큼이나 호불호도 강한 잭 스나이더 감독의 <맨 오브 스틸>과 <써커 펀치> 역시 포함됩니다. <어쌔신 크리드>나 <레지던트 이블> 등 게임 원작의 영화도 종종 보이죠. 스티븐 스필버그의 <에이.아이>나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는 언뜻 보기에는 대호평을 받은 작품 같기도 하나, 이야기 구조나 주제를 풀어내는 방식 면에서 호불호가 갈린 면도 사실이기에 이 리스트에 포함된 것 같습니다.

 

 

 

어떤 영화들이 속할 수 있을까?


 

[포맷변환]rey.jpg

 

 

이 리스트에는 현재 110여 편의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새로운 작품들을 추가해볼 수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독특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거대한 야심을 자랑하지만 그와 동시에 호불호가 심하게 갈린 작품들 말이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최하점의 평점을 받았지만 그 장대한 서사와 주제로 일부 호평을 받기도 한 <이터널즈>, 투박한 각본과 함께 샘 레이미의 연출이 돋보였던 <닥터 스트레인지와 광기의 멀티버스>가 이 리스트에 포함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할로윈 시리즈에서 이 리스트에 속할 수 있는 것은 롭 좀비의 리메이크 2부작 뿐이 아닌 것 같습니다. 2018년 시작되어 2022년 완결된 할로윈의 최신 시리즈, 블룸하우스 3부작의 마지막 편인 <할로윈 엔즈>가 바로 그것입니다. 모두의 기대를 배신하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 호불호가 막심하게 갈렸죠. 시리즈의 최고라는 의견과 시리즈의 최악이라는 의견이 뒤섞이면서 대규모 블록버스터에서 보지 못했던 논쟁과 호불호를 야기한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역시 주피터 어센딩 스티그마에 딱 걸맞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워쇼스키즈는 <매트릭스: 리저렉션>으로 시리즈 자체, 그리고 현대 블록버스터들에 대한 코멘터리를 담아낸 만큼 다시 한번 리스트에 등장할 수 있겠지요. 이런 모습을 보면 주피터 어센딩 스티그마와 잘 맞는 영화감독들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워쇼스키스 외에는 잭 스나이더, M. 나이트 샤말란 등이 그런 감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2023년과 2024년, 주피터 어센딩 스티그마를 살펴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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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리스트를 소개하는 이유, 저에게 큰 인상을 남긴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바로 현대 영화계, 특히 2023년 할리우드를 살펴봐야 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큰 타격을 입은 영화산업은 2021년과 2022년을 거치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탑 건: 매버릭>과 <아바타: 물의 길> 등 대규모 블록버스터 흥행작들을 탄생시키며 다시 제자리로 회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를 겪은 이후의 영화계는 큰 변화도 겪은 상태였으며, 그것은 바로 2023년이 되어야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은 흥행에 실패한 블록버스터들이 너무나도 많아 '플롭버스터 (Flopbuster)'의 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먼저 10년 넘게 박스 오피스를 지배해온 슈퍼 히어로 장르. 2023년에는 총 여덟 편의 슈퍼히어로물이 개봉했으나 그중 성공한 것은 단 두 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와 <어크로스 더 스파이더버스> 뿐입니다. 여섯 편의 슈퍼히어로 영화가 아쉬운 성적을 내거나 흥행에서 참패하는 모습을 보이며, 슈퍼히어로 영화에 대한 피로감이 찾아왔다는 점은 기정사실화되었죠.


<미녀와 야수>, <알라딘>, 그리고 <라이온 킹> 등의 작품들이 1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흥행을 기록하며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실사 리메이크는 보장된 성공과도 같아 보였습니다. 허나 2023년 개봉한 <인어공주>는 그 절반에서 삼분의 일 정도인 5억 7천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지요. 주인공 에리얼의 인종 변경 등 제작 초기부터 논란이 많았던 작품인 만큼 그를 흥행에 악영향을 준 요소로 지목하는 의견들도 있으나,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0년대부터, 수십년 전 사랑받던 영화 시리즈의 새로운 속편을 제작하고 과거 작품의 주인공들을 스크린으로 불러내는 속편들의 방식은 흥행이 보장되는 듯한 방식이었습니다. 허나 해리슨 포드의 인디아나 존스, 그리고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을 복귀시킨 <인디아나 존스와 운명의 다이얼>과 <플래시>가 처참하게 실패한 이상 과거의 영웅들 역시 흥행을 항상 보장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영화계의 미래 그리고 주피터 어센딩 스티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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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 영화에서부터 디즈니의 사랑받던 동화들, 그리고 과거의 영화 시리즈와 영웅들이 이렇게 실패한 가장 큰 이유, 공통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참신함의 부족이 그것입니다. 디즈니의 리메이크작들은 시작부터 창의성이 부족하고, 리메이크를 할 이유가 없다는 등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슈퍼히어로 영화들 역시 정형화된 공식을 따라가는 듯한 모습이 심해지기 시작했죠. 그런 문제점들이 코로나 사태를 겪은 이후 영화계에서 터져버린 것이 제 해석입니다.


올해 유일하게 성공한 히어로물인 <가디언즈 3>와 <스파이더버스>는 그런 함정에서 벗어난 작품들입니다. 결코 정형화된 공식을 따르지 않고, 전자는 감독 제임스 건의 개성과 스타일, 후자는 스파이더맨 캐릭터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찰하는 등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선보인 작품들이지요.


이뿐만일까요, 올해 가장 흥행한 영화들 중 하나인 <바비>와 <오펜하이머>를 봅시다. 두 작품 다 그레타 거윅과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감독의 작품이며, 판타지 코미디와 드라마라는 장르의 작품들입니다. 이런 작품들이 모든 슈퍼히어로 영화를 뛰어넘는, 각각 14억 4천만 달러와 9억 5천만 달러라는 흥행 수익을 올린 것은 관객들이 새롭고 다양한 작품들을 원한다는 증거입니다. 지금까지 공장에서 찍어내듯 출시되던 똑같고 정형화된 영화들로는 더 이상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피터 어센딩 스티그마를 다시 되돌아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며, 더 야심찬 영화들은, 현재 2020년대 중반에 들어선 영화계에 필요한 그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변화 없이 계속되던 방향성은 이제 점차 사라지고, 더 많은 창작자와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야심과 비전을 가지고 새로운 무언가를 창작해낸다면, 그리고 그런 작품들이 모두에게 인정받고 성공하게 된다면, 그런 작품들이 더 많이 탄생할 것이고 영화계는 더 흥미로운 곳이 되겠지요.


이렇게 변화하고 격동하는 영화계, 2020년대 중반에 들어서니 새로운 모습들이 속속 등장하려는 듯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피터 어센딩 스티그마, 그리고 제가 앞으로 두 편의 글로 더 소개할 이론들을 받아들여 재미있고 흥미로운 영화들이 더 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지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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