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그녀의 비밀

바닷가 옆에서 벌어진 작은 일
글 입력 2024.03.14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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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파도 소리가 이따금 들리는 단아한 바닷가에 새벽이 찾아왔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새벽이었지만 곧 얼굴을 드러낼 태양을 맞이할 준비를 하듯, 하늘에서는 밤의 어둠이 점점 사라지고 희미한 푸른빛이 조금씩 스며들었다. 이른 새벽의 짙푸른 하늘은 그 아래 펼쳐진 광활한 바다와 비슷한 색감을 띠었다.

 

바다 앞 해변가에는 작지만 고급진 여관이 있었다. 바다와 육지가 맞닿아 있는 경계에 위치한 여관에서는 바로 바닷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여관 앞에는 초록 잔디와 숲이 펼쳐진 육지의 아름다움이, 여관 뒤에는 끝없는 바다의 아름다움이 펼쳐졌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여관의 2층에 위치한 침실에서는 한 남녀가 누워 있었다. 한 침대에서 속옷만 입고 잠을 자는 남녀는 처음 만나 하룻밤을 함께한 이후였다. 침실에서는 그 어떠한 소리도 없이 고요함만 돌았다. 어느 순간 잠을 자던 여자는 두 눈을 천천히 떴다.

 

잠에서 깨어난 여자는 두 눈을 창밖으로 가져갔다. 하늘의 푸른빛은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짙은 푸른빛을 확인한 여자는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를 확인한 여자는 조용히 이불을 들어 올렸다. 남자를 깨우지 않기 위해 여자는 동작 하나하나를 신경 쓰며 천천히 움직였다.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에 발을 딛는 순간까지, 여자는 남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여자의 피부와 침대의 천이 맞닿고 스치는 소리가 조금씩 날 때마다 여자의 마음은 두근거렸지만, 다행히 남자는 깨어나지 않았다. 여자는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커다란 검은 눈과 붉은 입술을 가지고 있었으며, 어깨 위로 긴 갈색 머리가 흘러내렸다. 여자는 몸을 이끌고 문을 향해 나아갔다. 걸어가는 도중에 바닥에 널브러진 자신의 셔츠와 바지 등 옷가지를 집어든 그녀는 문을 열고 나왔다. 남자에게 말하지 않은 비밀을 가진 그녀의 이름은 소희였다.

 

소희는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면서도 아직 긴장을 풀 수는 없었다. 이곳에서 빨리 나가야 했지만 그전에 꼭 거쳐야 할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1층에는 유리문을 열면 바로 바닷가로 이어지는 욕실이 있었는데, 소희는 옷가지를 들고 그 욕실로 향했다. 욕실 문을 열고 들어오자 유리문이 눈에 들어왔다. 소희는 옷을 욕실 바닥에 놓고서는 욕실의 문을 조용하게 닫았다. 욕실 중심에 선 소희는 샤워기를 들고 물을 약하게 틀어 얼굴을 적시기 시작했다. 물이 얼굴부터 몸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리자, 소희는 욕실 바닥에 앉았다. 그렇게 소희의 몸이 물에 젖어 가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녀의 갈색 머리가 짙은 빨간색으로 물들었으며, 두 다리는 하나로 합쳐져 비늘이 달린 초록색 꼬리로 변한 것이다. 변신을 마친 소희는 샤워기를 잠갔다. 바다로 돌아가기 전 육지의 냄새를 씻어내기 위해서는 샤워 물만 한 것이 없었다. 어느새 유리문 밖 하늘에서는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붉은 햇빛은 욕실 안으로 들어와 소희를 비추었고, 빛을 받은 소희의 꼬리는 은은하게 반짝였다. 소희는 이제 떠나야 했다. 인어 소희는 자신의 옷을 들고 유리문을 안쪽으로 조심스레 열었다. 아침 바다의 찬바람이 그녀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소희는 자신의 꼬리부터 빼내 유리문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자신의 등 뒤로 문을 조심히 닫은 후, 눈앞에 펼쳐진 바다로 뛰어들었다.

 

철썩,

 

소리와 함께 소희는 다시 바다로 돌아왔다. 꼬리를 다리로, 인어에서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이후로 소희는 이렇게 인간 세계에서 일시적인 즐거움을 누렸으나, 그런 시간은 하룻밤을 넘길 수 없었다.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육지와 바다 두 세계 사이를 몰래 드나드는 운명으로서 가지는 한계였다. 소희는 바위 아래에 자신의 인간 옷을 숨기고, 그 자리에 자신이 숨겨둔 조개 껍데기를 집어 들었다. 소희는 조개를 가슴에 찬 다음 등 뒤로 끈을 묶었다. 빨간 머리, 보라색 조개 브래지어, 초록 꼬리까지. 소희는 완전한 인어공주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소희의 인어로서 진짜 이름은 에리얼이었다. 에리얼은 절벽 위 여관을 마지막으로 한번 바라보고, 인간 세계에 대한 그리움을 뒤로한 채 물아래로 들어갔다. 남자는 그녀가 먼저 떠난 줄 알 것이고, 다시는 그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파편적인 관계와 경험을 겪을 때마다 육지에 대한 에리얼의 열망은 커져만 갔다. 두근대는 그리움과 열망을 진정시키며, 에리얼은 다시 바다 아래로 헤엄쳐 갔다. 점점 작아지는 그녀의 모습에는 아련함이 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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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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