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난장이의 죽음

난장이의 편이었던 거인 조세희를 기리며
글 입력 2023.01.0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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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는 죽었다. 달을 향해 종이비행기를 날리다가 죽었다.

 

평생을 땅과 더욱 마주하며 살았던 난장이가 죽은 이후로, 그의 아들 영수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수도 죽었다. 영수는 자신과 같은 아이들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자 목소리를 냈었지만 그것은 살인이라는 폭력이 되어버렸다. 영수가 죽은 이후로, 우리가 본격적으로 난장이와 가족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들이 죽은 이후로, 난장이는 거인이 되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한국 현대 문학사에서 굉장한 위치에 있는 작품이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1978년에 발행된 이후 지금까지 300쇄를 찍었고, 소설이 다루고 있는 주제인 도시 빈민과 노동자의 복지 처우 문제는 2023년 현재에도 화두에 있는 가장 큰 사회문제 중 하나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으며 변하지 않은 현실을 비판하기도 한다.

 

작가 故조세희는 이 책이 스터디셀러가 된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이 책이 꾸준하게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형성하고 관심을 받는 이유는 소설이 비판한 당시 사회가 지금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혹은 더욱 심층된 문제로 발전하였기 때문인 것이다. 그것은 분명,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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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는 '은강'에서의 열악한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 실태를 서슴없이 보여준다.

 

인간다운 취급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노조를 꾸리고 '은강'의 임원들과 만나 간담회를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요구했던 그 '취급'마저도 묵살당한다. 이것은 가히, 70년대 당시에만 보인 문제가 아니다. 2020년대를 살고 있는 현재에도 기업과 노조 간 갈등이 존재하며, 노동문제는 계속해서 발견된다.

 

2022년에 발생해 많은 사람들을 분노케 한 평택 SPL 제빵공장 직원 기계끼임 사고, 그리고 SPC그룹의 대처는 현재에도 발견되고 있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비극과도 맞닿아있다.

 

또한 이 사고 이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한 성남 샤니 제빵공장 직원 손가락 끼임 사고의 경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배경 모티브가 된 곳 중 하나인 상대원에서 발생하였다. 우연이라면 매우 묘한 우연일 것이다.

 

책이 가진 힘이란, 지속적으로 해당 주제를 독자들이 상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혹은 이 책의 다른 주제인 재개발에 따른 사회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사람들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기억하고 읽는다. 언급한다. 비판한다. 그것으로, 이 책이 가진 힘은 문학이라는 문화예술의 하위 장르를 넘어서 사회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故조세희는 2022년 12월 25일에 별세했다. 그러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잊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획전 등 작가를 추모하며 더욱 언급되는 추세이며, 정치 뉴스에서도 이 책이 언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故조세희를 추모하며, 그는 결코 난장이가 아닌, 거인을 그려냈음을, 그리고 우리는 그 거인을, 이 책을, 거인이 쏘아올린 결코 작지 않은 공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아트인사이트] 명함_컬쳐리스트.jpg

 

 

[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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