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이유를 어떻게 하시겠다고요? Part 3 - "페르소나"로 보는 콘텐츠제작에 대한 젠더문제 인식 [영화]

<페르소나> 중 「키스가 죄」, 「밤을 걷다」를 중심으로
글 입력 2019.12.0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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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아이유를 어떻게 하시겠다고요? Part 1 - 문화콘텐츠와 비평의 의무 [문화전반]

[Opinion]아이유를 어떻게 하시겠다고요? Part 2 - "페르소나"로 보는 콘텐츠제작에 대한 젠더문제 인식[영화]

* 글을 읽기 전 '아이유를 어떻게 하시겠다고요? Part 1, 2와 <페르소나>를 감상하고 오시길 권장합니다.

* 본 분석글에는 작품의 내용(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키스가 죄」 – 인물들의 관계와 구도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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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가 죄」는 제목에서 이미 억압과 규정의 폭력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서는 인물들의 관계와 구도를 중심으로 가부장과의 대결구도를 살펴보려고 한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닭과 불이다.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첫 장면(오프닝 시퀀스)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고있을 것이다. 책, 음악,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모든 콘텐츠가 마찬가지이다. 첫 장면은 단순히 처음 촬영된 장면이 아니라 창작자의 의도에 따라 처음에 '배치된' 장면이기 때문이다.

 

'키스가 죄'의 오프닝 시퀀스는 아이유가 학교에 오지 않은 해복에게 남기는 음성 메시지가 닭을 보여주는 장면과 함께 제시된다.  카메라는 점차 달리아웃되며 ‘산불조심’이 붙어있는 트럭이 있는 집에 아이유가 빨간 체육복을 입고 등장한다. 닭은 아침은 깨우는 존재이다. 닭이 운다는건 새로운 아침이 시작된다는 의미이고 곧 새로운 세상, 권력, 문화 등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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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는 해복이를 찾아 집까지 찾아가는데 해복이는 보이지 않고 아버지만 있다. 머리에 산불조심 모자를 쓰고 다니는 산불관리인 아버지는 ‘불’을 중심으로 아이유와 대립항에 있는 캐릭터이다. 해복이의 아버지가 기존의 질서·체계, 가부장, 억압 등을 상징한다면 빨간 옷을 입고 담배를 피는 아이유는 일탈, 탈출, 해방 등을 상징한다. 그래서 첫 만남에서 아버지가 하는 “너 자주 다치지”라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지배질서의 공고함, 그 체제를 바꾸려는 자들에게 가해지는 억압과 폭력이 담긴 발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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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까지 기다려 만난 해복이는 바다에 가서 남자와 키스를 하고 아버지에게 머리가 잘려 학교에 오지 못한 거였다. 밤에 키스마크를 두고 하는 둘의 발화는 주목할 만하다. “근데 걔네는 목이 그래도 학교 나가겠지?”, “걔네한테는 자랑이지” 이에 열받은 그들은 복수를 결심하는데 남자의 이름도 모르고 번호도 모르자 자연스럽게 아버지에 대한 복수로 넘어간다. 아버지가 머리를 잘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다의 남자에 대한 복수 – 아버지에 대한 복수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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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 키스마크는 부끄러운 것이지만 남자에게는 자랑이 되는 사회에서 그런 구조를 재생산하는 기득권 혹은 억압자의 위치에 있는 아버지에 대한 복수는 결국 그 시스템 전체에 대한 복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하는 복수는 그 당사자에게 하는 복수와 같은, 혹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작업은 쉽지 않다. 바닥에 참기름을 바르고, 의자를 자르고, 욕실에 비누칠을 하지만 아버지는 쉽게 넘어지지 않는다. 한층 강도를 높여 양초를 발라도 신발을 신고 쉽게 넘어가버린다. 가부장의 지배질서는 개인들의 의해선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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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때 아버지가 피고인 소환장을 받는다. 우리 사회에서 가부장제와 억압이 이미 예전같은 절대적인 위치에 있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게 아닐까.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그 결과다.

 

둘은 복수에 실패하고 담배를 같이 피던 중 갑자기 들어오는 차를 보고 아빠인줄 알고 놀라는데 이때 던진 담배꽁초 때문에 닭장에 불이 붙는다. 들어온 차는 아빠가 아니었고 닭장 화재 소동도 일단락되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둘은 바다를 향해 떠난다. 둘이 떠나는 장면을 카메라는 롱 쇼트로 보여주는데 닭장 화재 소동때 도망간 닭으로부터 산불이 시작된다. 산불경비 일을 하는 아버지가 부재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이 산불의 의미는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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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가부장은 이미 고발됐다. 그리고 이 새로운 불씨는 우리가 그토록 바라왔던 새로운 변화의 시작을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불은 점진적으로 오지 않는다. 산불처럼 급격하고 빠르게 우리의 삶을 바꿀 것이다. 그리고 산불은 언제나 위험한 것이다. 우리는 그 불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을까? 전고운 감독의 「키스가 죄」는 가부장이 고발되고 새로운 담론과 가능성이 열린 이 시대에 대한 기대와 위험성을 동시에 표출하고 있는 작품이다.

 

 

 

「밤을 걷다」– 조명과 서사를 중심으로



「밤을 걷다」는 젠더·섹슈얼리티 요소가 전경에 드러나 있는 <페르소나>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독특한 분위기가 지배하는 작품이다. 언니의 이야기로 작품은 시작되는데, 오랫동안 병원 생활을 하며 버티다가 죽어간 언니의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놓는다. 그녀는 죽는 순간까지 마지막 숨을 쉬기 위해 입을 벌리고 죽어간 언니를 보며 자신은 죽을 때 절대 입을 벌리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녀의 죽음관은 “죽을 땐 죽음에 받아들이는 것으로 삶에 저항하는 것“이다. 자살을 했을 정도로 그녀에게 있어 삶은 쉽지 않은 것이었다. 그런데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 마지막까지 입을 벌리고 숨을 쉬는 건 삶을 긍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므로 그녀는 삶의 끝을 받아들임으로써 삶을 폭로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자가 자살한 이유가 드러나지 않아서 그녀가 삶의 문제를 죽음으로 회피해버린 연약한 여성으로 그려지는지는 확정할 수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죽음을 선택하면서도 그 죽음의 끝을 자신의 방식(입을 다뭄으로써 삶을 폭로하는)으로 선택하는 그녀는 주체적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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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는 과거 연인이었던 죽은 여자가 남자의 꿈에 찾아와 산책하며 함께 추억을 회상하는 것으로, 죽음을 주제로 하는 만큼 작품의 톤은 흑백으로 처리된다. 산책을 시작하는 초반부에 둘의 모습을 실루엣으로만 남겨놓는 조명의 연출은 둘을 빈칸으로 처리함으로써 두 연인에 관객이 치환될 수 있도록 만들고, 죽음이라는 주제를 보다 보편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또, 본격적으로 여자가 죽은(자살한) 이유를 밝히는 장면에서는 거리의 불을 끄고, 전체적인 조명을 줄이는 등의 조명을 활용한 연출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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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회상하는 둘의 과거는 약간씩 다르게 추억된다. 함께 들었던 음악을 한 명은 좋은 음악, 한 명은 이상한 음악으로 기억하기도 하고 하나의 와인을 맛있는 와인, 맛없는 와인으로 추억하기도 한다. 여자는 자신이 죽은 이유를 남자 외의 다른 모든 이들에게 느낀 끝없는 외로움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남자는 평생 자기 탓을 할 거라며, 그녀가 말해준 이유를 잊지 않으려 애쓴다. 여자는 네가 있었는데 부질없이 괴로워했다며 “나도 네가 네 탓이 아니란 걸 기억하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렇게 둘은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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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나’의 한계에서 살 수밖에 없다. 함께 겪었던 일을 나의 관점에서만 느끼고 기억한다. 어쩔 수 없이 나의 외로움이 가장 크다. 평생 죄책감에 시달려야할 옆 사람에 대한 고려는 나의 외로움 앞에 배제된다. 둘의 안타까운 사연도 마지막 나레이션처럼 ‘가는데 없이 잊혀지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나’의 편협한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그리고 서사는 그런 일들을 해낼 수 있다. 이같은 작품을 우리는 그래서 계속 봐야 하리라.

 

 

 

아이유와 '그들'의 페르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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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는 총 3편에 걸쳐 문화콘텐츠를 비평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언급하고, 제작환경과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환경, 제목 분석을 통해 <페르소나>를 해석하는 의미를 살폈다. 그 요지는 작품의 특성상 현재 문화콘텐츠 제작자들이 콘텐츠 제작에 대한 젠터와 섹슈얼리티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 흐름을 파악해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여성이 주연인 서사의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는 이미 큰 의미를 가지는 작품 이지만 여성이 어떤 방식으로 그려지는지는 여전히 중요한 화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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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분석에서는 아이유가 기존에 음악인, 배우로써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성과를 살피고 각각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먼저 살폈다. 감독이 4명인만큼 주제의식과 표현방식이 제각각이라 각각 다른 관점으로 - 이경미 감독의 「러브세트」는 촬영 기법과 메타포를 중심으로, 임필성 감독의 「썩지않게 아주 오래」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전고운 감독의 「키스가 죄」는 인물들의 관계와 구도를 중심으로, 김종관 감독의 「밤을 걷다」는 조명과 서사를 중심으로 – 살펴봤다.

 

그 결과 네 작품 중 세 작품에 성적 함의를 담은 소재가 전경에 드러나 있었다. 한 명의 여성 배우를 두고 상상력을 펼치는 프로젝트인만큼 예상은 했었지만 성적인 이미지와 거리가 있는 ‘아이유’라는 배우의 재해석에도 성적인 요소가 이렇게 많이 활용된다는 점이 의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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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 감독의 「러브세트」는 감춰진 퀴어서사의 형태로 작품을 구성했다. 겉으로는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으나 의미를 찬찬히 살피면 여성이 대상화된다기 보다는 나름의 주체성을 확보하고 있는 (성적인 의미에서의)성장서사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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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필성 감독의 「썩지않게 아주 오래」는 팜프파탈 캐릭터를 활용했다. 선행연구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팜므파탈이 문제적인 이미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의 팜므파탈 이미지에서 크게 탈출하지 못한 이 작품은 젠더 차별의 문제에서 진보적이지는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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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운 감독의 「키스가 죄」는 가부장과 그로부터의 일탈 탈출의 대립구도로 이뤄져 있다. 해당 문제에 대한 현 사회의 모습을 민감하게 반영하고 기대와 위험성을 동시에 표출하는 중립적인 작품이었다. 하지만 젠더이슈와 관련된 차별과 억압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진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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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관 감독의 「밤을 걷다」는 타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젠더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관을 통해 그녀가 주제척인 인물로 해석될 여지가 있음을 살폈다.

 

종합해보면 여전히 한국 감독들은 여성 배우를 해석할 때 성적인 함의를 가지고 해석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 (「키스가 죄」를 제외한 세 작품) 그러나 그 방식이 예전보다 많이 발전했다고 여겨진다. 「썩지않게 아주 오래」를 제외한 세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주체적인 여성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거나, 차별적이지 않은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으로 콘텐츠 업계의 흐름이 차별적인 요소를 지양하고 소수도 함께 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본 글의 목적은 한국 감독들의 콘텐츠제작에 대한 젠더문제 인식을 알아보는 것이었지만 표본이 적어 그 한계가 명확하다. 이와 관련된 인식개선이 꾸준히 이뤄지길 촉구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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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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