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이유를 어떻게 하시겠다고요? Part 1 - 문화콘텐츠와 비평의 의무 [문화 전반]

넷플릭스 <페르소나>를 통해 본 한국 감독들의 ‘콘텐츠제작에 대한 젠더문제 인식’
글 입력 2019.11.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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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와 비평의 의무


 

하나의 작품(콘텐츠)를 이야기할 때는 사회와 문화의 관계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콘텐츠는 다양한 기호와 표준연상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문화에서는 여러 가지 ‘코드’가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문화콘텐츠는 그 코드 또는 표준연상체를 반영해 제작되고, 문화콘텐츠의 이미지는 흡수되어 다시 하나의 문화를 만든다. 반 기능주의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런 현상은 위험하다.

 

문화콘텐츠를 의식 없이 만들고, 그에 대한 비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그건 다시 하나의 문화가 되고 나아가 사회구조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즉, 문화콘텐츠는 하나의 권력이 되고 부정적인 질서체계를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부정적인 인식을 생산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의 코드를 반영하고 다시 재생산 시키는 콘텐츠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할 의무가 있다.

 

현재 한국사회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는 젠더갈등이다. 문학이나 다양한 콘텐츠의 최근 경향과 시사 토픽을 살펴보면 다양성 혹은 다름에 대해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사회적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듯하다. 그만큼 논란도 많고 과도기적 단계를 지나고 있는 듯 보인다.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관점에서 작품을 해석하는 일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일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일반적으로 콘텐츠에 드러나는 여성에 대한 인식이 왜곡되어있고,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성이 주인공인 서사 자체가 흔하지 않으며, 중요한 인물은 대부분 남성이라는 점이 대표적이다. 여성 캐릭터는 이른바 민폐 캐릭터로 등장하거나 성적 대상화되거나 마녀 등의 악으로 형상화되는 경우가 많다. 간혹 등장하는 주체적인 캐릭터도 결국 주체성을 상실하고, 작품의 문제의식이 사랑을 통한 해소로 귀결되는(여주인공이 낭만적 사랑을 만나며 끝나는)사례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문화콘텐츠에서 ‘여성’이 다뤄지는 방식을 확인해 문제의식을 제기하거나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준 작품을 주목하는 일은 충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넷플릭스의 <페르소나>를 중심으로 다룰 예정이다.

 

 

페르소나 공식 예고편

 

 

 

넷플릭스와 페르소나


 

넷플릭스는 1997년 8월 29일 캘리포이나주에서 마크 랜돌프가 설립한 기업으로 인터넷(Net)과 영화(Flicks)를 합성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월 정액 시스템으로 넷플릭스의 안의 콘텐츠를 맘껏 볼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이다. 190개 국가 유료가입자는 5700만명(19.5.17기준)이며 2016년 1월 7일에 한국에 진출했다. 영화는 물론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 한국 등의 드라마와 TV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고, 넷플릭스에서 선공개한 후 TV 채널에서 방영하는 경우도 있다. 이 외에 넷플릭스에서 동시 공개하거나, 단독공개하는 경우도 있고 자체 시리즈의 수준도 높은 편이라 방송 생태계를 뒤흔든다는 평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공중파 3사 중심이었던 전통적인 TV방영 시스템과 영화업계의 주도권이 일부 MCN, 넷플릭스 쪽으로 넘어오기 시작하자 방송사, 영화사, 기획·소속사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 다루는 미스틱스토리(전 미스틱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페르소나>가 그 대표적인 예시이다. 윤종신은 인터뷰에서 OTT플랫폼(=넷플릭스)에서 영화를 공개하는 이유를 “콘텐츠가 풀리는 과정에서 창작자가 제작사가 허무해지는 경우가 많다. 영화는 3년을 준비해서 단 일주일 안에 승부가 난다. 음원은 몇 개월 준비해서 단 하루, 단 한 시간 안에 결과가 나온다. 긴 고민과 긴 제작 기간에 비해 작품의 흥망성쇠가 너무 일찍 판단되는 게 안타까웠다.”고 밝힌다. 봉준호 감독은 <옥자>이후 넷플릭스가 제작의 전적인 권한을 감독에게 맡긴다고 말했고, 박찬욱은 작품의 길이에 제약받지 않는 ‘시리즈 시스템’이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넷플릭스의 성장과 콘텐츠 유통 흐름의 변화, 자본의 간섭과 기존의 형식에서 독립적일 수 있는 콘텐츠 제작환경, 콘텐츠의 생명력 등의 요인을 고려하면 ‘미스틱스토리‘가 제작한 <페르소나>가 넷플릭스에서 단독공개를 시도하는건 그리 낯설거나 이상한 일이 아니다.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썼다 벗었다 하는 가면을 지칭한다. 사람(Person)혹은 인격, 성격(Personality)의 어원으로 카를 융의 분석심리학 이론에서는 심리학 용어로 쓰이기도 하며 마케팅 분야에서는 특정 가상 인물을 조형해 소비자 분석에 활용하는 기법을 뜻하기도 한다. 알상적으로는 이미지 관리를 위해 쓰는 가면 정도의 의미로 해석된다. 이를 통해 작품 제목인 <페르소나>의 의미를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페르소나>는 네 명의 감독이 ‘아이유‘라는 배우를 활용해 자유롭게 창작한 4편의 단편영화를 시리즈로 엮어놓은 작품이다. 공식 예고편에서는 “한 명의 배우 - 이지은(아이유) 그리고 네 명의 감독 - 이경미/임필성/전고운/김종관” 이라고 소개한다. <페르소나>는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감독들이 아이유에게 씌우는 페르소나(가면, 배역), 혹은 아이유라는 뮤즈의 재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각각의 감독은 최근에 좋은 직품을 보여준 감독들이다. 아이유는 실력파 가수이자 배우로, 다른 영화에서 소비된 적 없는 (영화계에서만큼은) 신인이며 대중적으로 친근한 호감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다 다른 작품에서 연기력이 이미 입증된 배우이다. 흔히 않은 배우, 감독 라인업으로 이슈 메이킹이 확실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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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의 제목과 취지·환경을 고려하면 이 작품을 분석·연구하는 의미가 뚜렷해진다. 자본 지원(미스틱스토리), 동시에 자본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감독의 자유가 보장되는 제작환경(넷플릭스), 인지도와 실력을 갖춘 아이유라는 배우, 대중의 관심. 이 모든 것들이 현재 영상을 제작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감독들에게 주어진다면 어떤 결과를 낼까? 특히 아이유라는 배우를 통해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라면 감독들은 이 매력적인 여성 가수(혹은 배우)를 어떤 캐릭터로 그려낼까? 결국 이 작업은 단순히 여성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에서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는가에 대한 고전적인 질문을 넘어서, 현재 문화콘텐츠 제작의 최전선에 있는 이들은 문화콘텐츠 제작에 대한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에 대한 흐름을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는 작업이 될 수 있다.

 

감독이 4명인만큼 각각의 영상이 다루고 있는 주제의식이나 촬영 기법, 서사, 캐릭터 조형 등이 제각각이다. 선행연구가 없는 대신 아이유라는 가수에 대해 간단히 알아본 후 아이유의 기존 이미지가 작품에 어떤 영향을 주었으며, 감독들이 어떤 기법과 서사, 캐릭터 조형을 통해 아이유를 재해석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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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세트

 

 

이경미 감독의 「러브세트」는 촬영 기법과 메타포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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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지않게 아주 오래

 

 

임필성 감독의 「썩지않게 아주 오래」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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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가 죄

 

 

전고운 감독의 「키스가 죄」는 인물들의 관계와 구도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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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다

 

 

김종관 감독의 「밤을 걷다」는 조명과 서사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단, 「밤을 걷다」에 비해 앞에 세 작품이 성적인 함의를 보다 많이 가지고 있으므로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중심으로 하는 본 글의 특성상 앞의 세 작품에 보다 집중해 각각의 감독이 문화콘텐츠에서 여성을 다루는 방식을 확인할 예정이다.

 

 


아이유와 페르소나


 

<페르소나>가 한국 감독들이 아이유를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재해석하는 작품이라고 정의한 만큼 ‘아이유’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아이유는 1993년에 태어나 2008년 16세에 데뷔했다. 아이돌이 성행하는 k-pop시장에서 흔치 않은 여성 솔로 아티스트로 다양한 음악활동, 작품 활동을 통해 독자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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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날‘을 시작으로 실력파 가수, 노래를 잘 하는 가수로서의 이미지를 널리 알린 아이유는 사랑노래에 국한되는 경향이 큰  k-pop음악시장의 한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야기를 다양한 장르를 통해 담아낸다. 발라드, 팝 뿐만 아니라 재즈, 스윙, 록 등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 대중적인 동시에 음악적인 시도를 하는 아티스트이자 싱어송 라이터다. <스물셋>, <팔레트>, <삐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그 나이, 그 시기에만 겪을 수 있는 감정과 고민과 생각을 차분히 음악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유의 음악은 주목할 만하다.

 

<스물셋>은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해 어디로 튈지 모르고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갔다하는 23살의 감정과 생각을 담았다. <팔레트>에서는 25살이 되며 자신이 알게된 스스로의 모습을 팔레트에 물감을 묻혀 그림 그리는듯한 분위기로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스물셋>에 비해 성숙해진 느낌이 난다. <삐삐>에서는 좀 더 단단해진 느낌이 난다.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 혹은 누구나 인간관계를 하면서 겪는 관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를 지키고 선을 긋는다는 내용이다.

 

아이유의 음악적 활동이 만들어낸 이미지는 <페르소나>에서 감독들이 아이유를 해석할 때 참고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예컨대 <스물셋>과 <잼잼>에서 보여준 매력은 임필성 감독의 「썩지않게 아주 오래」에서 팜므파탈 캐릭터로 참고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노래 <잼잼>에서 “썩지 않게 아주 오래”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이 외에도 <밤편지>가 보여주는 ‘밤‘과 서정적인 이미지는 김종관 감독의 「밤을 걷다」에서, 앨범 ‘CHAT-SHIRE’에서 라는 곡으로 논란이 됐던 아이유의 이미지는 이경미 감독의 「러브세트」에서 일부 참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아이유는 무한도전 가요제에 출현하기도 하고, 꽃갈피 앨범을 통해 다양한 연령층을 어우르는 가수로 자리 잡았다. 2018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총 5개 부문의 후보로 선정되며 최다부문 후보 선정자가 되었고, 같은 해 제7회 가온차트 뮤직 어워즈에서는 5관왕의 기록을 세웠다.  2018 뉴욕 타임즈에서 선정한 현대 음악의 행보를 알 수 있는 노래 25곡 중 9번째로 선정되기도 했다. 음악적으로는 노래만 잘 부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노랫말로 옮겨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능력을 겸비한 ‘아티스트’라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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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써의 아이유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2018년 tvN의 <나의 아저씨> 출연 이후 믿고 보는 가수출신 배우 여자 부문 설문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최근 tvN에서 방영된 <호텔 델루나>로 다시 한 번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아시아태평양 스타 어워즈에서 종편 드라마 여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고 2018년 5월, 6월, 8월 여자 광고 모델 브랜드 평판에서 1위를 차지했다. 18년 9월 18일에는 데뷔 10주년을 맞아 아이유&유애나 이름으로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에 1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대중으로부터 뛰어난 연기력과 호감형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분석된다. 이런 호감형 이미지는 전고운 감독의 「키스가 죄」에서 친구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정의로운 친구의 이미지로 일부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 아이유 주연 <페르소나>의 본격적인 해석은 '아이유를 어떻게 하시겠다고요? Part 2와 Part 3'에서 이어집니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오시길 권합니다.

 

 



[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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