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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이 세상 모든 어른이들의 반항을 위하여 - 뱅크시: Still Here [전시]

<뱅크시 특별전 - BANKSY STILL HERE> 리뷰

by 조예은 에디터
2026.08.13 14:23

거리 예술가, 사회운동가, 영화감독, 그리고 '아트 테러리스트(Art Terrorist)'


신원 미상으로 1996년부터 지금까지 활동 중인 뱅크시(Banksy). 폭력과 권위, 소비와 자본주의에 대한 경계와 저항의 메시지를 그래피티로 꾸준히 남기며, 그에게 붙은 수식어들은 곧 그의 예술을 대변하곤 한다. 세계 곳곳의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현장에서 때로는 '벽' 위로, 때로는 하나의 '작품'으로 전하는 일관된 목소리. 익명성과 불법성을 띤 과감하고 재치 있는 활동들은 여전히 흥미롭고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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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 Still Here>은 모아둔 작품들부터 '뱅크시'의 공식을 따른다. 자신이 직접 기획한 일부 프로젝트가 아니라면 상업 전시를 공식 승인하지 않는 그의 뜻에 따라, 명확한 출처와 진위를 밝히는 것으로 전시의 '공식성'을 대신한 것.


가령, 뱅크시가 설립한 유일한 공식 인증 기관인 페스트 컨트롤 오피스(PCO) 인증 작품과 그의 초기 판화와 에디션을 제작하고 유통한 픽처스 온 월즈(POW)의 컬렉션들, 김우일 작가가 포착한 뱅크시의 벽화 사진들이나, 뱅크시가 주도한 공식 프로젝트의 오리지널 오브제 및 인쇄물들, 그의 초기 실크스크린 작업 방식을 고증하고 복원한 판화 아카이브 등은 '뱅크시'를 가장 정확하게 소개하고 설명한다.


즉, 예술계의 전문적인 인증이나 예술가의 상업적인 의도를 최대한 배제한 채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Intro: Mask’부터 ‘Wall’, ‘Laugh Now’, ‘Icon’, ‘Peace’, ‘Outro: After the Mask’까지, 총 6개의 공간으로 뱅크시의 지난 30년간의 행적을 아카이빙한 작업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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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불안한 자들을 편안하게 하고, 편안한 자들을 불안하게 해야 한다."

 

뱅크시의 작업에 있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위트 있는 지적과 거침없는 풍자다. 전시의 첫 장인 'Wall'의 전반부를 장식하는 시리즈가 이를 잘 드러낸다. 예술을 뜻하는 'Art'의 애너그램처럼 활용되는 'Rat'은 사회의 주변부에 존재하는 익명의 개인이자 제도와 권력 밖에서 활동하는 거리 예술가를 상징한다. 한 마리의 '들쥐'처럼 소리 소문 없이 흔적을 남기면서 소외되는 개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곤 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월드오프 호텔> 프로젝트처럼 보다 적극적으로 국제 정세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해당 호텔은 뱅크시와 여러 아티스트가 함께 설계한 것으로, 2017년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베들레헴에 문을 열고, 객실과 전시 공간 속 예술 작품들을 통해 끊이지 않는 팔레스타인 지역의 분쟁을 환기 중이다. "세상에서 전망이 가장 나쁜 호텔"로 분리 장벽 앞에 서서, 조용히 어두운 현실을 직시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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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한 편의 블랙 코미디와 같은 뱅크시의 작업 중 특히 그 '유머'가 드러나는 작품들은 'Laugh Now' 코너에서 볼 수 있다.

 

가령, <지금은 웃어라>나 <위임된 의회>처럼, 구경거리로 소비되는 '원숭이'나 '침팬지'에게 도발적인 문구를 달거나 실질적인 정치의 현장을 빼곡히 메우는 주체성을 부여해, 현재의 권력층과 사회 질서에 경고를 던진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영국 왕실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또한, <할머니들>을 통해 노년 여성들이 'PUNKS NOT DEAD'나 'THUG FOR LIFE'를 뜨개질하는 모습을 묘사하며 보수적인 이미지에 관한 스테레오타입을 뒤집기도 하고, <쇼핑백을 든 그리스도>를 통해 크리스마스의 지나친 상품화를 지적하기도 하며, <펄프픽션>을 통해 두 주인공의 손에 든 총을 바나나로 바꿔서 영화 속 남발하는 폭력의 암묵적인 합리화를 풍자하기도 한다.


여기에 <페스티벌 (자본주의 붕괴)>를 통해서는 펑크, 고스, 히피 스타일을 한 사람들의 '반자본주의'를 향한 열렬한 소비 현장을 재현하며 그 모순을 드러내기도 했으니, 과연 그 날카로운 시선에는 현대 사회에 관한 전반적인 통찰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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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뱅크시를 유명하게 만든 작품이자 하나의 사건은 <풍선과 소녀>였을 것이다.

 

2002년 런던의 거리 벽화로 처음 등장한 해당 이미지는 2006년에 액자형 작품으로 제작되어, 2018년 10월 5일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104만 2천 파운드에 낙찰된 직후 현장에서 절반 정도가 파쇄되어 버린다. 그날의 충격은 당시 상황을 실시간으로 기록한 영상을 통해 읽을 수 있다.


이는 돈으로 그 가치가 쉽게 치환되는 예술 시장을 비판하기 위해 계획된 퍼포먼스였으나, 오히려 <사랑은 쓰레기통에>라는 이름을 얻고 2021년의 같은 경매에서 1,858만 2천 파운드로 판매되는 역설을 낳기도 했다. 현대미술과 자본과의 고질적인 결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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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뱅크시의 '행동'은 계속됐다. 앤디 워홀의 <수프 캔>을 빌린 이미지에 영국 최대 유통업체인 '테스코(Tesco)'를 새겨 팝아트의 아이콘을 다시 대중적인 소비재로 가져오기도 하고, 영국박물관의 로만 브리튼 갤러리에 <페컴 록>을 몰래 배치해 작품의 역사성과 가치를 결정짓는 요소를 되묻기도 했다. 자신의 고향인 브리스톨 박물관에서는 거리의 예술을 들여와 예술의 순수성과 제도성을 뒤흔들기도 한다.


더불어, 베트남전의 참상을 상징하는 소녀의 옆에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을 세워 극단적으로 대비하고(<네이팜>),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파는 디즈니랜드를 어른들의 디즈멀(dismal)랜드로 비틀어 조성하며, 팬데믹 시절의 간호사를 이 시대의 진정한 슈퍼 히어로로 칭송하고(<게임 체인저>), 우크라이나 침공에 저항하는 정신을 담아 유도하는 소년의 역전승으로 표현하기도 했다.(<푸틴은 꺼져라!>)


이처럼 ‘Icon’과 ‘Peace’의 장을 지나쳐 ‘Outro: After the Mask’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전쟁에 반대하고, 폭력을 경계하며, 권력을 비판하고, 차별과 자본주의로 인한 모순을 자꾸만 일깨우는 뱅크시를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직관적이면서도 암시적이다. 그리고 불편함과 통쾌함을 동시에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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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술로 장식된 세상이 아니라, 예술이 만들어낸 세상에서 살고 싶다."


하필이면 해당 전시가 서울에서 가장 큰 백화점이자 여의도의 랜드마크인 더현대 서울에서 열렸다는 점과 전시가 끝난 직후 이어지는 굿즈샵에서 아기자기한 기념품들이 역시나 관람객의 구매를 독려했다는 점이, 이번 '뱅크시 특별전'을 완성하는 하나의 흐름처럼 느껴졌다.


예술은 누구에 의해서 '예술'이라 불릴 수 있으며, 그것을 분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오늘날 예술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와 예술이라는 과정 및 결과가 갖는 유의미함은 무엇인가. 소유욕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곤 하는 자본주의 사회 내 예술에는 아직 희망이 남아 있는가.

 

'예술'이라는 태생부터가 애초에 '소비'로부터 분리 가능한 구조이자 재화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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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수많은 모순을 감수하고, 경계하며, 또다시 예술의 향유로 나아가고자 함은 아무래도 그것이 가진 '힘'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 속 숨겨지거나 못 본 척 넘어가던 문제들을 비교적 부드럽게 혹은 대차게 고발할 수 있는 힘. 이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한 번쯤은 깊이 생각하게 하는 힘. 그러한 설득과 사유의 과정을 거치며 끝내 변화를 끌어내는 힘.


결과적으로 나 또한, 이번에는 엽서 1장과 책갈피 1장을 구매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것이 뱅크시 전을 통한 깨달음과 원래의 욕심 사이의 합의점이었기에. '돈'과 '물질'로 환산되는 경험들에 혹하지 않겠다는, 그렇지만 오늘의 인상은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다는 복잡한 바람이었기에.


마치 자신이 속한 사회의 특성을 완전히 무시하진 못하면서도, 명확한 문제의식으로 끝까지 대적 중인 뱅크시처럼. 그리고 그런 그를 지지하듯, 비록 올해 3월에 가디언지가 끝내 그 정체를 밝혔지만, 모두가 함구하고 있는 이 상황처럼. 예술은 그렇다. 영원히 질척이는 탈출구로라도 어떻게든 남아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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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을 하고, 사진을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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