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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A, 두 존재가 서로 머리를 맞대면 - 알파 [영화]

나의 A, 나의 알파, 나의 첫 번째

by 김혜원 에디터
2026.09.2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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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신작 영화 <알파>가 오는 9월 30일에 국내 개봉한다. 2011년 단편 <주니어>로 데뷔를 마친 그녀에게 이번 작품은 <로우>와 <티탄>의 뒤를 잇는 세 번째 장편이다.

       

      감독의 전작인 <티탄>이 제74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로 <알파> 역시 해외에서는 작년인 제78회 칸 영화제에서 이미 공개되었던 바 있다. 당시 초연을 봤던 평단의 반응이 극단적으로 갈려 화제가 됐었는데, 실제로 평론가들의 리뷰를 수집해 보여주는 메타크리틱 점수를 보면 최고점 100점, 최저점 20점의 큰 격차를 기록 중이다.

       

      한 작품 내에서 관객의 호불호를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는 스토리, 연출, 색감 등 다양하겠으나 줄리아 감독의 경우에는 그녀가 주로 다루곤 하는 ‘바디 호러’라는 장르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리라. 신체의 그로테스크함을 이용해 보는 사람에게 시각적 불편감을 유발하고, 그를 통해 오히려 더 강렬한 흡인력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연출법.

       

      이번 <알파> 역시도 사람의 신체와 그 위에 새겨지는 낙인을 주된 소재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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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의 배경은 다소 디스토피아적이다. 미국의 어느 교외 도시, 그곳에는 혈액을 매개로 감염자들의 몸을 석고처럼 굳게 만드는 바이러스가 유행병처럼 돌고 있다. 그리고 13살 소녀 ‘알파’는 친구들과 함께 참석한 한 파티에서 자신도 모르는 새 팔에 알파(A) 모양의 문신이 새겨진 채 집으로 돌아온다.

       

      어린 알파는 자신의 문신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지만, 의사인 엄마는 혹여나 알파가 오염된 바늘로 문신 시술을 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엄마의 닦달로 감염 여부 검사를 한 알파. 그러나 그녀의 세상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2주 사이에 완전히 뒤바뀌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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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내에서는 다소 판타지적인 가상의 바이러스로 등장하지만, 줄리아 감독이 이에 대한 영감을 얻은 것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실제로 사회를 위협했던 에이즈 위기 사건이다.

       

      “당시 타인에 대한 모든 종류의 두려움이 질병처럼 퍼졌다. (…) 질병 자체가 아닌, 공포 자체에 의한 오염. 바로 그것이 내가 <알파>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힌 감독의 말처럼, 영화 내에서 알파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병 그 자체가 아니라 ‘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퍼지자마자 한순간에 뒤바뀐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들, 그리고 소문들이었다.

       

      처음 팔에 알파(A) 문양의 문신이 새겨진 것을 발견했을 때 알파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문신은 육체에 그려진 그림일 뿐이었고, 그것이 그녀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무엇도 없었다. 그러나 자신을 바라보는 엄마의 불안과 학교 친구들의 경멸을 거듭 마주하며, 그리고 그 감정이 마치 ‘바이러스처럼’ 알파에게 옮겨와 그녀를 좀먹으며 알파의 행동은 정말로 감염자처럼 변해간다. A자 문신은 그녀의 팔 한쪽에만 새겨졌지만, 사회가 찍은 낙인은 그녀의 영혼에 새겨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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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반부로 갈수록 도시의 바이러스 감염자들이 늘어나고, 알파와 가족들의 정신 역시 점점 끝으로 내몰리며 영화의 분위기는 다소 암울해진다. 그러나 <알파>가 진정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반대다. ‘사랑’.

       

      알파의 엄마에게는 반드시 지켜내야 할 사랑하는 존재가 둘 있다. 그녀의 딸 알파와 그녀의 남동생 아민. 그러나 그녀의 사랑은 순탄치 못하다. 오래전 바이러스에 걸린 이후로 심각한 약물 중독에 빠져 계속 죽음을 갈구하는 아민도 버거운 와중 알파마저 파티에서 낯선 문신과 감염 가능성을 얻어온 탓이다.

       

      낮에는 근무하는 병원에서 반쯤 석고가 된 바이러스 환자들을, 밤에는 집에서 한 방에 격리해둔 아민과 알파를 돌보는 수호자. 엄마의 처절한 사랑은 작품 중 한 장면에서 아름다운 은유로 드러난다. 알파의 감염 검사 결과지를 본 후 어두워진 낯으로 알파의 방을 찾은 엄마. 그녀는 자고 있던 알파의 검지 손가락을 따고 자신의 검지도 딴 후 피가 맺힌 두 손가락을 서로 맞댄다. 혈액을 매개로 옮는 바이러스의 존재를 잊은 것처럼 그렇게 가만히 머리를 맞댄 엄마와 알파의 손가락은 그 순간 완벽한 A(알파) 모양을 그려 보인다.

       

      게다가 알파에게는 자신을 심리적으로 지탱해주는 존재가 엄마 말고도 한 사람이 더 있다. 바로 엄마의 남동생이자 그녀에겐 삼촌이 되는 아민. 같은 감염자, 엄마에 의해 같은 방에 같이 감금된 자, 같은 외로움을 공유하는 자.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의지조차 없어 보이고 가끔은 괴팍하게 굴기도 하는 삼촌을 초반의 알파는 상당히 경계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마음을 열며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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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의 바이러스 감염 여부가 작품 속에서 확실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정황상으로는 감염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알파의 모습에는 감염자 특유의 피부가 하얘지거나 딱딱해지는, 석고로 변해가는 듯한 모습은 전혀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의 결말, 삼촌 아민이 끝내 죽음으로 안식을 찾고 그런 그를 껴안은 엄마가 울부짖으며 무너지는 순간, 일그러진 알파의 얼굴은 처음으로 새하얀 가루로 뒤덮인다. 알파(A)를 포옹해주며 양옆에서 지탱하던 두 기둥, 알파를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주던 사랑하는 두 존재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사람의 신체가 주 소재가 되는 ‘바디 무비’를 전문으로 다루는 줄리아 감독의 <알파>. 초반 알파의 몸을 뒤덮은 것은 문신과 낙인이었지만, 사람의 몸에 새겨질 수 있는 것은 그런 것뿐만은 아니다. 딱딱한 석고처럼 굳은 육체마저도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사랑, 언제나 그것이 가장 깊숙이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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