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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굳어가는 몸보다 사랑이 더 단단하다 - 알파 [영화]

가족을 기억하는 방법, 가족을 놓아 주는 방법

by 양혜정 에디터
2026.09.2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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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우〉에서는 육식에 눈을 뜬 채식주의자라는 소재를 피와 고어가 난무하는 화면으로 강렬하게 풀어냈고, 〈티탄〉에서는 사고로 뇌에 티타늄을 심게 된 여성이 자동차에게 욕정을 느낀다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두 작품으로 특유의 질감과 개성을 대중에게 강렬하게 각인시킨 영화감독 줄리아 뒤쿠르노가, 세 번째 장편 영화 〈알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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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을 석고처럼 굳게 만드는 혈액 매개 바이러스가 퍼지는 도시. 13세 소녀 알파는 친구들과의 파티에서 의문의 'A'자 문신을 새긴 채 집으로 돌아오고, 의사인 엄마는 알파가 바이러스에 감염됐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감염 여부 결과를 기다리는 2주 사이, 학교에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고 소문은 곧 낙인이 되어 알파를 옭아맨다. 그리고 삼촌의 등장은 알파와 엄마의 불안을 증폭시키는데…

       

      〈알파〉 시놉시스

       

       

      영화의 제목과 같은 이름을 가진 13살 소녀 ‘알파’는 친구들과의 파티에서 취한 채 자신도 모르는 사이 팔뚝에 문신을 새기게 된다. 그녀가 집에 돌아온 후, 의사인 그녀의 엄마는 알파의 팔에 새겨진 대문자 ‘A’를 보고 기겁한다. 인간의 신체를 석상처럼 딱딱하게 굳게 만들며 혈액으로 전염되는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신을 받던 당시 취해 있던 알파는 바늘의 청결 상태가 어땠는지, 재활용된 바늘은 아닌지 기억하지 못하고 그때부터 엄마는 딸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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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알파는, 타투의 상처가 계속 낫지 않아 수시 피가 흘러내린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 바이러스 감염자라는 소문에 휩싸이게 되고, 친구들은 알파와 같은 수영장에 들어가는 것도 피한다. 알파는 전염병 감염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 스스로가 정말 감염된 것인지 아닌지조차 확신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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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던 때, 엄마의 남동생이자 알파의 삼촌 ‘아민’이 갑작스레 집을 찾아와 함께 살게 된다.

       

      마약중독자인 아민은 청결하지 않은 주사기로 약을 주입했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아민과 알파는 한 방에서 지내게 되는데, 알파는 처음엔 기억도 나지 않는 낯선 삼촌에게 적대적이었으나 점차 그와 가까워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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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의 구심점이 되는 바이러스는 몹시 독특하다.

       

      피부의 일부가 석고처럼 하얗게 변하며 앙상하게 마른체액이 가루처럼 분쇄되어 배출되다가, 이윽고 몸 전체가 대리석, 혹은 석고처럼 단단하게 굳게 되며 표면은 매끈해진다. 곰팡이가 핀 것처럼 하얀 얼굴을 하고 안개같은 가루를 토해내는 환자들,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이 매끈한 몸, 심지어 바위가 부서지듯 조각나며 무너지는 신체까지. 〈로우〉와 〈티탄〉에서 보여주었던 줄리아 뒤쿠르노 감독만의 독특한 바디 호러적 요소가 〈알파〉에도 나타나 있다.

       

      〈알파〉의 구조는 선형적이지 않다. 시간의 순서에 따라 정렬되어 있지 않으며, 현실과 환상이 어지러이 섞여 있다. 관객을 헷갈리게 만드는 구조와 바이러스의 독특한 미학이 결합되어 관객에게 판타지 설화를 보는 듯 묘한 영화적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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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가 하면 이 영화는 감독의 전작과는 다르게 혼이 쏙 빠질 정도로 강렬하지도, 관객이 눈을 가리게 만들 만큼 잔인하지도 않다. 오히려 매우 따뜻하고 멜로적인 휴먼드라마의 장르를 띄고 있다.

       

      줄리아 뒤쿠르노는 〈알파〉에서 바이러스를 소재로 가족간의 애정에 집중했다. 좋은 의사이자 좋은 엄마인 동시에 좋은 누나로서의 책임감을 짊어지고 있는 엄마와, 아직 어리지만 가족을 아끼고 지지하는 알파, 병과 중독에 의해 쇠약하지만 누나와 조카를 사랑하는 아민까지. 영화가 전개됨에 따라 관객은 점차 이 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게 된다.

       

      모든 일을 겪고 도달한 영화의 엔딩은 가슴 저미면서도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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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연배우 세 명은 기묘한 세계관을 훌륭하게 설득시키며 극을 끌고 간다. 알파 역의 멜리사 보로스와 엄마 역의 골쉬프테 파라하니의 연기도 발군이지만 관객의 인상에 가장 강렬하게 새겨지는 인물은 역시 삼촌 아민 역의 타하르 라힘이다.

       

      그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마약중독자 배역을 위해 체중을 혹독하게 감량하고 연기에 임했다. 섬뜩할 정도로 앙상하게 마른 그의 외형은 13살 소녀 알파와 관객을 동시에 긴장시키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짓궂지만 다정한 삼촌에 대한 애정이 마음에 피어나게 만든다.

         

      영화에는 바이러스가 에이즈의 은유임을 알 수 있는 단서들이 배치되어 있다. 감독은 80년대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와 에이즈 환자에게 가해지던 낙인과 편견에서 출발해 〈알파〉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알파〉는 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질병으로 인한 상실과 트라우마의 극복, 그리고 가족애를 투박하지만 촘촘한 손길로 쌓아 올린 결실이다.

         

      평단의 혹평과 호평을 한몸에 받은 ‘올해 가장 분열적인 영화’, 〈알파〉는 9월 30일 정식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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