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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입에 낀 스파게티처럼, 쉽게 안 잊혀질 걸 - 르세라핌의 'SPAGETTI' [음악]

실컷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다 가면 돼

by 양혜정 에디터
2025.10.2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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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세라핌(LE SSERAFIM)이 싱글 ‘SPAGETTI’를 발매했다. 감히 말하건대, 이번 곡은 르세라핌의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다.

 

르세라핌은 데뷔곡 ‘FEARLESS’를 통해 도시적이고 당당한 이미지를 확립했고, 그 이후 발매한 ‘ANTIFRAGILE’, ‘UNFORGIVEN’ 등에서 시련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해왔다. 그런 르세라핌이 2024년 8월 내놓은 미니앨범 ‘CRAZY’는 그 연장선이자, 르세라핌의 새로운 분기점이기도 했다. EDM을 기반한 하우스 장르와 보깅을 접목한 안무로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인 것이다. 이 곡은 국내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해외에서는 압도적인 인기를 얻으며 커리어 하이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필자는 ‘CRAZY’라는 곡을 크게 선호하지 않았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변신으로 느껴졌다고 할까. 르세라핌의 모든 작업물 중 데뷔 앨범 ‘FEARLESS’를 가장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이질감이 들었다.

 

그 후, 서정적이고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곡인 ‘HOT’을 발매했다. 그리고, 그 다음 행보는 거부할 수 없는 스파게티.

 

 


 

‘SPAGETTI’는 확실히, 대중성을 노린 곡은 아니다. 뮤직비디오에는 드랙 퀸이 등장하며, 정신을 쏙 빼놓는 연출로 가득하다. 후렴에서 반복되는 ‘Eat it up’, 촘촘하게 조립된 기계적 사운드는 물론이고, 이에 더해지는 키치함을 극대화한 안무와 멤버들의 과감한 스타일링은 얼핏 난해하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SPAGETTI’는 이보다 더 분명할 수 없을 정도로 뚜렷한 목적성과 메시지를 가진 기획이다. 사실 이 곡은, 대놓고 거슬리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곡이기 때문이다.

 

가사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Don’t care what you talk about

오늘도 제 발로 달려온 건 너잖아

깊이 스며들어 in your mouth

진짜 사랑인지 아닌지 곱씹어 봐

 

 

이빨 사이 낀 SPAGETTI

빼고 싶니? Bon appétit

그냥 포기해 어차피

머릿속 낀 SSERAFIM

Bad bi*ch in between your teeth

 

 

케이팝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르세라핌이 작년 한 해부터 얼마나 많은 비난의 화살을 맞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르세라핌은 침묵하거나 숨지 않고, 도리어 ‘입에 계속 걸리는 스파게티’가 되어버렸다. 월드스타 BTS 제이홉의 피처링은 곡의 메세지를 한 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이 곡을 통해, 르세라핌이 지금껏 들려주었던 곡들과 ‘CRAZY’의 파격적인 변신, 그리고 신곡은 모두 하나의 축으로 연결되며 르세라핌만의 서사를 이루었다. 르세라핌이 가는 길은 이 쪽이구나. 기존 케이팝의 표지판에 존재하지 않는 방향으로 걸어가는 르세라핌의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없다.

 

 

 

 

반면, 르세라핌의 데뷔 앨범 수록곡이었던 ‘The world is my oyster’을 거꾸로 뒤집은 부제를 달고 있는 수록곡 ‘Pearlies(My oyster is the world)’는 타이틀 ‘SPAGETTI’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 곡은 르세라핌의 팬덤 ‘피어나’를 위한 팬송으로, 르세라핌이 힘든 시기를 지날 때에 겪었던 감정들과 그 안에서 느낀 팬들의 사랑을 가사로 풀어냈다.

 

‘SPAGETTI’의 삐용거리는 오락 같은 사운드와 대비되는 디스코 팝 스타일의 곡으로, 르세라핌의 수록곡들이 보여주던 타이틀과는 또 다른 매력과 궤를 같이한다.

   

‘SPAGETTI’가 악플러들에게 날리는 통쾌한 복수 같은 곡이라면, ‘Pearlies’는 팬들에게만 보여주는 르세라핌의 연약한 면이다. 어떤 것이 진짜이고 어떤 것이 가짜인지,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이 어두운 터널이 끝나기는 하는 건지 무엇도 확신할 수 없었던 때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놀랄 만큼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그리고 그 순간에서 유일하게 진짜라고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팬들의 사랑과 눈빛, 목소리와 온기였다는 것을 고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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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GETTI’는 발매 전 공개한 트레일러 영상과 티저 이미지부터, 스파게티 면발을 접목한 르세라핌 로고와 스파게티 패키지 모양의 앨범까지 하나의 일관된 콘셉트에 충실하다. 또한, 프로모션 차원에서 음원사이트에 노출되는 르세라핌의 모든 앨범 커버에 토마토 소스를 묻혔다. 작은 요소까지 모두 고려한 섬세한 기획력이 돋보이는 앨범이다.

 

멤버 허윤진은 이번 앨범의 큰 콘셉트를 확립하는 데에 한몫을 했다. 그는 팬과의 소통 라이브에서 ‘SPAGETTI’의 콘셉트를 떠올린 계기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하물며 어린 아이가 싫어하는 브로콜리도 16번만 씹으면 좋아지는데, 다 큰 네가 굳이 제 발로 찾아와서 계속 우리에게 손이 가는 거면 진짜 우리를 싫어하는 게 맞을까? 너의 마음을 한 번 들여다봐”. 이는 이번 싱글을 관통하는 주축이다.

 

반복적인 후렴구, 구토하는 듯한 동작, 이에 낀 음식물을 빼는 안무 등 ‘SPAGHETTI’는 헤이터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들은 르세라핌을 두고 대중성 없다, 난해하다, 예쁘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르세라핌은 그들에게 말한다.

 

입 속의 스파게티처럼 나를 맘껏 씹어대봐, 그럴수록 점점 더 내 생각을 하게 될 걸. Bon appé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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