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의 신곡 ‘404(New Era)’가 차트를 휩쓸고 있다. 지난달 26일 미니 2집 ‘델룰루 팩(Delulu Pack)’으로 돌아온 키키는 음악방송 3관왕에 국내 주요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하며 데뷔 이래 최고 성적을 거뒀다. 동명의 글로벌 모자 브랜드 ‘뉴에라(New Era)’와 스페셜 콜라보레이션까지 예고했다.
키키는 젠지미(Gen Z·Z세대 美)와 2000년대 노스텔지아를 결합한 세련된 복고를 보여준다. ‘404(New Era)’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초기 윈도우 배경화면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이러한 화려한 그래픽, 네온 컬러를 활용한 ‘롯데리아 벽지미’와 같은 2000년대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키키 사진을 썸네일로 하는 케이팝 하우스 플레이리스트도 늘어나고 있다.
하우스는 하위 장르가 다양하고 비교적 부담이 적은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시대를 타지 않는 트렌디함을 가지고 있다. 즉, 신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뉴트로 열풍에 적절한 장르다.
필자는 케이팝 하우스의 역사를 뒤돌아보며 하우스 음악이 가지고 있는 핵심 요소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트렌디함이다.
1. Trendy
키키의 ‘404(New Era)’에 참여한 LDN Noise(런던 노이즈)는 에스엠 소속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으로 이름을 알린 영국 프로듀싱팀으로, 하우스·EDM 계열 사운드를 주로 활용한다. 케이팝이 하우스 장르와 가까워지기 시작한 계기라고 할 수 있는 샤이니의 ‘View’와 에프엑스의 ‘4 Walls’를 작업했다.
두 곡 모두 기존 케이팝 문법에서 벗어나 미니멀한 구성에 세련되고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더한 딥하우스 장르의 곡으로 발매 당시 신선한 충격을 줬다.
샤이니와 에프엑스는 에스엠 소속 5인조 팀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데뷔 초기부터 음악적으로나 시각적으로나 실험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며 유행을 선도하는 팀이있다.
샤이니는 ‘View’ 활동 당시 화려한 제작 의상이 주를 이루던 무대에서 민소매와 반바지, 스냅백 등 소년미를 강조한 캐주얼한 의상을 입고 나타났다. 에프엑스는 당시 흔하지 않았던 아트 필름 형식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했으며, 보깅을 차용한 낯선 안무를 통해 우아하고 세련된 무브를 보여줬다. 의상 역시 실크·벨벳 소재와 크롭티, 부츠컷 등 슬림한 실루엣을 활용해 기존 팀들과는 다른 스타일을 보여줬다.
쉽게 정의할 수 없었던 그들의 동시대를 앞서가는 감각은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는 트렌디함으로 회자되고 있다.
2. Performance
두 번째는 퍼포먼스다. 케이팝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되며 창작 규모와 제작 방식이 빠르게 고도화되었고, 그에 따라 사운드와 퍼포먼스 모두 이전보다 정교해지기 시작했다. 아이돌의 역량 역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아티스트로서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필자는 연말이 될 때마다 르세라핌과 라이즈의 무대를 기다린다. 두 팀은 퍼포먼스와 사운드 양방향으로 레이어를 촘촘히 쌓아가며 매번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르세라핌은 그 시기의 가장 트렌디한 음악을 컨셉츄얼하게 구현한다. 라이즈는 쇼타로와 원빈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안무를 폭넓게 소화하며 밀도 높은 퍼포먼스를 추구한다.
이러한 두 팀의 하우스 음악 역시 인상적이다. 강렬한 비트를 중심으로 장르적 색채가 짙은 퍼포먼스도 눈에 띈다.
르세라핌의 ‘Crazy’는 보깅을 차용한 안무와, 라이즈의 ‘Impossible’은 하우스를 차용한 안무와 어우러졌다. 애초에 하우스가 클럽에서 시작된 장르임을 생각하면, 하우스 음악이 퍼포먼스와 얼마나 긴밀한 관계인지 알 수 있다.
3. Retro
키키 이전에 뉴진스가 있었다.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며 등장한 뉴진스는 케이팝의 기존 공식을 밀어내고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Ditto’를 기점으로 케이팝 씬에서 저지클럽 리듬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미니 2집 ‘Get Up’은 ‘New jeans’, ‘Super Shy’, ‘Cool with you’ 등 UK 개러지와 저지클럽을 오가는 세련된 사운드를 보여주며 국내외 극찬을 받았다.
뉴진스하면 Y2K(Year 2000) 열풍도 빠질 수 없다. 스트레이트 헤어, 배기 팬츠 같은 자연스러운 레트로 스타일링에 더해진 비주얼 컨셉과 프로모션은 ‘디토 감성’, ‘뉴진스 감성’의 유행을 만들어냈다.
뉴진스와 키키는 데뷔 당시 평균 나이가 각각 16세와 17세로 전원 Z세대로 이루어진 팀이지만 2000년대 노스텔지아를 앞세우며 경험하지 못한 과거에 대해 향수를 느끼고 새롭게 재해석하는 뉴트로 트렌드의 아이콘이 되었다.
뉴진스의 ‘Super Shy’와 키키의 ‘404(New Era)’는 왁킹을 차용한 현란한 안무와 고채도·고명도의 색감을 이용하여 하우스의 캐치한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곡이다.
하우스 음악에는 공감각적인 매력이 있다. 반복되는 4/4 리듬과 세련된 일렉트로닉 사운드에는 다양한 감각적 요소가 숨어 있다. 키키는 하우스 장르의 ‘404(New Era)’를 미학적으로 구현하며 트렌드의 선두에 섰다.
복고 유행은 반복되지만, 동시에 대중은 새로움을 원한다. 아는 맛이면서도 새로운 맛. 이러한 점에서 하우스 장르는 시대를 타지 않는 트렌디함으로 절대 성공 법칙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하우스 음악의 요소를 파악하여 공감각적 매력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구현해내는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