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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시간 속에 시간 속에 시간이 만든 역설 -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 [영화]

드로스테 속 무한, 그 끝에서 만난 현실

by 김정현 에디터
2026.08.12 12:24

한 번쯤 거울 앞에 거울을 든 나를 보거나 엘리베이터에 마주 본 거울 속 한없이 그 속에 있는 나를 찾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끔 그 속에 어떤 기이한 존재가 나올지 모르는 두려움도 가진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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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드로스테 효과’(Droste effect)라고 한다. 이미지 안에 같은 이미지가 작게 반복되어, 마치 무한히 이어지는 듯 보이는 시각적 재귀 현상으로, 이론적으로는 무한히 반복되는 루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미지 해상도와 표현 범위에 따라 반복이 제한된다. 당신은 그 무한대의 어떤 나를 발견하려 하였는가?

 

영화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은 이 효과를 타임 루프에 차용했다. 주인공 ‘카토’는 우연히 2층의 자신의 방 모니터와 1층 자신의 카페 TV가 2분 시차를 두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착각이라 생각했지만 방과 카페를 오가며 나눈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방 모니터 속 자신은 2분 뒤의 카페 내의 자신과 카페 TV 속 자신은 2분 전 자신이라는 사실을 납득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카페를 방문한 친구들과 알바생 알게 되며 이 타임 루프를 탐험하게 된다.


그러다 한 친구가 재밌는 ‘Paradox(역설)’를 생각해 낸다. 방과 카페의 모니터를 서로 마주 보게 하여, 타임 루프 속 드로스테 효과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현시점으로부터 카페 화면은 2분 전, 4분 전, 6분 전뿐만 아니라 2분 후, 4분 후, 6분 후의 미래 또한 보게 되며 일명 ‘드로스테 TV’를 만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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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이라는 시간의 차이밖에 사용하지 못하다가 이러한 역설을 만들게 되면 다들 뭐를 먼저 하고 싶은가?

 

무엇이 가능할지 모르나 역시 ‘돈’은 자연스레 떠오르게 된다. 그래서 알바생과 친구들은 로또와 같은 일확천금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미래에게 물어본다. 공교롭게도 미래의 자신들이 지정된 장소로 가면 돈다발을 얻을 수 있다고 듣게 돼, 주인공 ‘카토’를 제외한 사람들은 이 역설이 마냥 재밌는 사람들은 순순히 그 돈을 찾으러 간다.


이런 상황이 주인공 ‘카토’는 왠지 맘에 안 드는 듯했다. 초반에 그는 2분 뒤 미래의 내가 관심있는 옆집 여자에게 자신의 기타 공연을 제안했을 때 성공했다는 미래와 달리 거짓이었다는 미래를 보게 된 이후로 그리 이 상황을 탐탁치 않았다. 또한, 그의 친구들은 모두 미래 자신들의 이야기에 따라 paradox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순순히 미래를 따르는 모습을 그저 지켜봤다.


그러다 결국 이 드로스테 TV는 시간 경찰 2명에게 들키고 만다. TV로 모순된 시간을 제지하기 위해 시간 경찰은 주인공 ‘카토’와 옆집 여자에게 기억을 지우는 약을 권유한다. (다른 친구들은 이미 먹은 후 잠든 상태이다) 그들은 드로스테 TV 속 미래를 보여주며, 카토와 옆집 여자가 2분 뒤 기억을 지우는 약을 먹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러한 정해진 미래에 대항하듯 카토는 요원들의 행위를 제지하고 모순된 미래에 의해 요원들은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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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스테 TV로 인해 그들은 끝없는 패러독스들을 만들었다. 분명히 드로스테 효과를 통해 무한대의 시간을 자유로이 이용하는 듯 보여주지만, 막상 그들은 보여주는 과거와 미래에 따라 순순히 미래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모순된 시간을 바로잡기 위해 온 시간 경찰들 또한 현실을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기대어 어긋난 시간을 고치지 못했다. 그렇게 드로스테 속 우리가 끝없이 미래를 좇는다면,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해 유기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과오만 남기지 않을까. 마치 엘리베이터의 드로스테 속 반복되며 작고 희미해지는 내가 대체 언제까지 존재할 수 있는지 기어코 발견하고 싶은 초라한 내가 남게 되는 것처럼.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70분 동안 영화는 현실만을 바라는 카토의 시점을 원테이크로 이끌어 간다. 그렇게 패러독스를 해소하고 현실로 돌아온 카토는 옆집 여자와 정해진 미래에서 벗어나 새로운 그들을 만들어 간다. 과거 카토의 제안을 거절한 옆집 여자였지만 막상 이야기를 나눠 보니 통하게 되며, 결말이 내려진 미래가 아닌 앞으로의 현실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미 다양한 영화들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 작품이 많았지만, 제한된 장소에서 어렵지 않고 재치 있게 시간의 역설을 만들어낸 영화라고 생각된다. 해당 영화는 평단의 호평을 얻게 되며,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99%를(2026/07/15 기준) 기록하고, 제25회 판타지아영화제에서 관객상-베스트 아시아(금상) 및 베스트 데뷔상 특별 언급, 제25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넷팩상, 제39회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흰색 까마귀상과 비평가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도 잇달아 작품성을 인정받은 화제작이다. 오는 8월 19일에 개봉하니 그들의 70분간 발랄한 시간을 따라가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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