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 알려진 고전의 캐릭터는 종종 하나의 이미지로 굳어지곤 한다. 햄릿은 우유부단한 왕자로, 맥베스는 권력욕에 사로잡힌 인물로 기억되듯, 오셀로 역시 질투와 의심에 사로잡혀 아내 데스데모나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인물로 박제되어 왔다. 그 의심을 부추겨 오셀로를 파멸로 이끈 이아고는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악역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그게 과연 이들의 전부인가?
수백 년을 거쳐 살아남은 고전이 계속해서 무대에 오르는 이유 중 하나는 시대에 따라 인물과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야기를 다룬다고 해도 누구의 목소리를 따라가느냐에 따라 비극은 전혀 다르게 읽히기도 한다. 그렇다면 오셀로와 이아고에게 직접 자신의 행동을 변론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는 베네치아의 장군 오셀로가 부하 이아고의 계략에 빠져 아내 데스데모나를 의심하다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다. 질투와 의심이 작품을 움직이는 중심축이라면, 그 안에는 이방인인 오셀로를 둘러싼 편견과 사회적 시선, 이아고의 욕망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9월 8일(화)부터 11월 22일(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하는 창작 뮤지컬 <오셀로와 이아고>(기획·제작 ㈜뉴프로덕션, 프로듀서 이성진, 연극 원안 성천모, 뮤지컬 극본·작사 박해림, 연출 성종완, 작곡·편곡·음악감독 김은영, 안무감독 홍유선)는 이 비극을 오셀로와 이아고의 '최후진술' 형식으로 재구성한 록뮤지컬이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모략을 꾸미는 ‘이아고’와 그에게 속아 파멸의 길로 향하는 ‘오셀로’는 사건의 전말을 되짚으며 관객 앞에서 자신의 행동을 변론한다. 이들을 심판대 위에 세운 관객들은 원로의원이 되기도, 재판관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사건의 방관자가 되기도 한다. 작품은 두 인물의 진술뿐 아니라 그 이야기를 듣고 판단하는 관객의 시선까지 극 안으로 끌어들인다. 여기에 건반과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된 4인조 라이브 밴드의 록 사운드가 더해져 두 인물의 감정을 고조시키고 관객의 몰입감을 높일 예정이다.
작품에 참여한 창작진의 면면도 눈길을 끈다. 뮤지컬 <모리스>, <전설의 리틀 농구단> 등 관객의 마음을 울리며 깊은 감동을 전한 박해림 작가가 극본과 작사를 맡았으며, 뮤지컬 <웨스턴 스토리>, <사의찬미> 등을 함께 작업한 성종완 연출과 김은영 작곡가가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다. 여기에 2025 제9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안무상을 수상한 홍유선 안무감독이 합류했다.
뮤지컬 <오셀로와 이아고>에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군이지만 출신에 대한 열등감으로 내면에 지울 수 없는 깊은 불안을 품고 있는 오셀로 역에는 뮤지컬 <그날들>, <웨스턴 스토리>, <트레이스 유>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무대를 장악하는 배우 박규원, 뮤지컬 <종의 기원>,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트레이스 유>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하여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배우 변희상, 뮤지컬 <사의찬미>, <더 라스트맨>, <그레이하우스> 등 장르를 넘나들며 탄탄한 실력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폭넓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 김지온이 출연한다.
오셀로의 부관 자리를 차지하여 출세하기 위해 모략을 꾸미고 상황을 뒤흔드는 이아고 역에는 뮤지컬 <프라테르니테>, <트루스토리>, 연극 <언체인>에서 믿고 보는 안정적인 실력으로 관객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는 배우 양지원,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타조 소년들>, <레 미제라블>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배우 김경록, 뮤지컬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진술이 무대 위에서 맞부딪힐 때, 이를 판단하는 관객 역시 자신은 과연 혐오와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 돌아보게 된다. 4인조 라이브 밴드의 록 사운드와 여섯 배우가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낼 오셀로와 이아고를 통해 익숙한 비극이 어떤 모습으로 변주됐는지 주목되는 뮤지컬 <오셀로와 이아고>는 오는 11월 22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