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트콤을 좋아한다. 어린 시절 저녁시간이면 부모님과 함께 TV 앞에 앉아 웃으며 보던 시간들을 아직도 그리워한다. 그리고 어느덧 20대를 넘긴 지금도 가끔 밥을 먹을 때면 당시 보던 시트콤들을 다시 틀어놓곤 한다. 이미 수없이 봤던 내용인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고, 결말을 다 알고 있어도 또 재밌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찾게 되는 작품은 바로 지붕뚫고 하이킥이다.
그리고 오늘은 지붕뚫고 하이킥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그 결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지붕뚫고 하이킥, 결말에 대하여

2010년 종영한 지붕뚫고 하이킥의 결말은 한국 방송 역사상 가장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엔딩 중 하나로 꼽힌다.
시청자들은 시트콤 특유의 유쾌하고 따뜻한 해피엔딩을 기대했으나, 연출을 맡은 김병욱 PD가 선보인 것은 예상을 뒤엎는 잔인한 새드 엔딩이었다. 마지막 회에서 신세경은 이민을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가던 중, 자신을 데려다주던 이지훈에게 그동안 가슴 깊이 묻어둔 사랑을 고백한다. 세경이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 순간 화면이 멈추고 흑백으로 변하며 정적이 흐르는 블랙아웃으로 극이 마무리된다. 이후 두 사람이 빗길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암시되며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상실감을 안겼다.
많은 이들이 그러했듯, 나 역시 이 엔딩을 이해해보려고 정말 많이 애썼다. 10대 시절 이 시트콤은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라 하나의 일상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웃으며 밥을 먹게 해주던 시간이었고,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어떤 커플이 더 잘 어울리는지 열띤 토론을 벌이게 만들던 이야기였다. 그래서 당시에는 이 결말을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한동안 깊은 우울감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20대가 된 지금 다시 보니, 이를 단순히 어이없는 죽음이나 허무한 엔딩으로 결론 내리기에는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생각보다 훨씬 무겁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이 엔딩은 서사의 극적인 재미를 위한 과도한 장치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접하는 현실의 방식에 가장 가까웠던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현실의 비극은 기승전결의 서사를 갖추고 찾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늘 예고 없이 들이닥치며, 몇 초짜리 속보나 몇 줄의 사고 기사로 축소되어 보도되곤 한다. 그 기사 속 인물들 역시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자 친구였으며, 각자의 세계에서는 분명 행복한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이었을 것이다. 삶은 원래 그런 식으로 끝나는지도 모른다. 내가 기대한 방향대로, 내가 바란 목적이 온전히 실현되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삶은 완결된 문장보다 중간에서 끊긴 문장에 더 가깝다. 예상하지 못한 고백도, 갑작스럽게 찾아온 행운도 현실은 끝까지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삶은 결국 성취보다 중단의 형태로 남는다.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어요

연출자가 인터뷰를 통해 “인생의 덧없음과 계급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듯, 신분과 계급의 벽에 부딪혀 지훈을 멀리서만 바라봐야 했던 세경의 서사는 결국 죽음이라는 절대적인 절벽 앞에서 강제로 멈춰 서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미완은 그 자체로 묵직한 의미를 지닌다. 끝내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비극적인 사실이, 그곳을 향해 달려갔던 시간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도달하지 못한 수많은 단어들 사이에서도 우리는 분명 사랑했고, 고민했고, 선택하며 살아왔다. 삶이 기대를 완성해 주지 않는다는 잔인한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기대를 품고 살아간 시간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점이다.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삶과 마주했던 진심까지 비어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지훈과 세경의 서사는 비록 완성되지 못했을지언정, 그들이 나누었던 순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그래서 이 결말은 더 잔인하게 다가온다. 모든 이야기와 삶의 반짝임이 죽음 앞에서는 너무나 쉽게 무력해지기 때문이다. 지훈과 세경은 스스로의 서사를 이해할 시간도, 받아들일 시간도 없이 이야기에서 너무나 갑작스럽게 퇴장당했다. 이 지독한 상실감 때문에 이 엔딩은 시청자에게 어떤 따스한 위로나 명확한 교훈을 건네지 않으며, 방영 후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다.
그러나 시트콤이라는 장르의 경계를 깨부수고 미완성된 삶의 가치를 역설적으로 질문했다는 점에서, <지붕뚫고 하이킥>의 엔딩은 앞으로도 수십 년간 대중의 기억 속에서 끊임없이 회자될 씁쓸하고도 강렬한 명작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