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예술대상은 늘 흥미로운 시상식이다. 단순한 시청률이나 화제성만으로 결과가 결정되지 않는다. 대중적 반응은 물론 작품이 남긴 완성도와 업계 안에서의 의미까지 함께 평가받는다. 그렇기에 매년 백상의 결과는 그해 한국 콘텐츠 산업의 흐름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처럼 읽힌다.
2026년 역시 드라마, 예능, 영화 모두 강한 화제작들이 등장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은 콘텐츠들도 적지 않았고, 그만큼 경쟁 역시 치열하다. 그 가운데 올해 백상에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작품과 배우들을 정리해봤다.
예능 작품상 - '흑백요리사 시즌2' 예측
최근 몇 년 사이 백상은 플랫폼의 경계를 점점 넓혀가고 있다. OTT 콘텐츠 역시 지상파·케이블과 동등하게 평가받는 흐름 속에서 <흑백요리사 시즌2>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시즌1의 성공 이후 단순한 반복에 머무르지 않고, 포맷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출연진 구성과 미션 설계 모두 이전보다 규모감이 커졌고, 경쟁 구도 역시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반응이 많았다.
특히 최강록을 비롯한 출연진들의 강한 캐릭터성은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더욱 끌어올렸다. 특유의 말투와 리액션, 예상치 못한 장면들은 방송 이후 밈으로 빠르게 확산됐고, 숏폼·패러디·짤 등 다양한 2차 콘텐츠까지 활발하게 생산되며 대중적인 영향력을 증명했다. 무엇보다 단순한 요리 예능을 넘어 참가자들의 철학과 서사를 함께 보여주며 몰입도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드라마 작품상 - '폭군의 셰프' 예측
올해 드라마 부문에서 꾸준히 언급되는 작품 중 하나는 <폭군의 셰프>다. 사극과 요리라는 다소 낯선 조합을 내세웠지만, 방영 이후 높은 완성도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강한 존재감을 남겼다. 궁중의 밥상을 둘러싼 권력과 생존의 이야기를 감각적인 연출로 풀어냈고, 음식이라는 소재 역시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인간관계와 권력 구조를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장르적 특성을 살리면서도 서사의 중심축이 흔들리지 않았고, 사극 특유의 분위기와 현대적인 감각 역시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상 작품상은 매년 ‘그해 가장 많이 이야기된 드라마’에 가까운 선택을 해온 경우가 많다. 그런 흐름에서 보면 최고 시청률을 17.1까지 끌어냈던 <폭군의 셰프>는 충분히 유력한 후보이다.
드라마 극본상 - '미지의 서울' 예측
극본상은 늘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부문이다. 화제성보다는 대본 자체의 완성도와 서사 구조가 중요하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지의 서울>은 충분히 눈에 띄는 작품이다. 박보영이 1인 2역으로 쌍둥이 자매를 연기하며 화제를 모았고, 얼굴은 같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서로의 인생을 대신 살아보게 된다는 설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한 명은 시골에 남아 살아가고, 다른 한 명은 서울의 대기업에서 버티듯 살아간다. 드라마는 이 대비를 통해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청춘의 불안, 번아웃, 타인의 기대 속에서 살아가는 삶, 그리고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외로움까지 섬세하게 담아냈다. 담백하지만 오래 남는 대사와 조용히 감정을 따라가는 서사 구조가 작품만의 분위기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많은 청년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았다.
최우수 연기상(방송 여자) - 박지현 (은중과 상연) 예측
개인적으로 가장 주관이 많이 들어간 부문이다. 올해 연기상 경쟁이 치열한 것도 사실이지만,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연기는 단연 박지현이었다. 10대 시절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의 시간 흐름은 물론, 건강했던 인물이 점점 신체적·정신적으로 무너져가는 과정을 굉장히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특히 결핍 있는 캐릭터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했다.
무엇보다 극 중 상연이라는 인물은 결코 쉽게 공감받기 쉬운 캐릭터가 아니다. 분명 밉고 이기적으로 보이는 순간들도 많지만, 그럼에도 대중이 상연의 감정과 선택을 이해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박지현의 연기가 가진 설득력이 느껴졌다. 미운 캐릭터의 서사를 끝까지 납득하게 만들었고, 개인적으로도 작품을 볼수록 점점 더 상연이라는 인물에게 깊게 몰입하게 됐다. 무엇보다 <은중과 상연>이라는 작품 자체를 애정 있게 본 입장에서, 이번 백상에서 꼭 하나의 상은 받았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도 있다.
영화 작품상 - '왕과 사는 남자' 예측
말이 필요할까. 1600만 관객이라는 숫자만으로도 이미 한국 영화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작품인지 설명이 된다. 하지만 왕과 사는 남자가 특별했던 이유는 단순한 흥행 때문만은 아니다.
이 영화는 역사 속 인물로만 남아 있던 단종을 다시 지금의 관객들 앞에 살아 있는 사람처럼 소환해냈다. 흔히 사극은 권력을 차지한 승자의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경우가 많지만, 왕과 사는 남자는 그 익숙한 공식에서 벗어나 권력 다툼 속 가장 큰 상실을 겪은 인물의 삶에 집중한다. 극 중 단종은 역사를 움직이는 절대적인 왕이라기보다, 거대한 권력의 흐름 속에서 삶의 방향을 빼앗긴 한 인간에 가깝다. 영화는 왕이라는 지위 뒤에 가려져 있던 두려움과 외로움, 그리고 끝내 지켜내지 못한 삶의 가능성을 섬세하게 따라간다.
영화와 예술은 종종 잊혀진 기억과 역사를 다시 우리 앞에 불러낸다. 단종의 서사 역시 그렇다. 과거의 소년 왕을 오늘날의 관객들이 다시 떠올리고 그의 삶을 기억하게 만든다는 것. 어쩌면 그 감정의 연대야말로 <왕과 사는 남자>가 올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인지도 모른다.
영화 최우수 연기상(남자) - 유해진(왕과 사는 남자) 예측
유해진은 이번 작품에서도 다시 한 번 왜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을 듣는지 보여줬다.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다가도 어느 순간 먹먹하게 만드는 장면들 중심에는 늘 유해진이 있었다. 그가 연기한 엄흥도는 폐위되어 유배 온 어린 단종을 가까이에서 돌보게 되는 인물이다. 처음에는 현실적인 이유로 단종을 받아들이지만, 점점 외롭고 무너져가는 어린 왕을 인간적으로 이해하게 되면서 관계가 깊어진다. 단순한 충신이 아니라, 권력에서 밀려난 왕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든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과한 감정 연기 없이도 인물의 따뜻함과 삶의 무게를 자연스럽고 유쾌하게 전달해냈다는 점에서, 영화를 보고 나면 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유해진이라는 배우를 신뢰해왔는지 한번 더 공감하게 하게 된다. 영화 마지막에 단종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장면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영화 신인 연기상(남자) - 박지훈(왕과 사는 남자) 예측
드라마 <약한영웅>으로 강한 존재감을 보여줬던 박지훈은 이번 작품에서 단종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특히 어린 왕이 가진 불안과 외로움, 그리고 끝내 무너지지 않으려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는 평가가 많았다. 무엇보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지워낼 만큼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고, 작품 안에서도 자신만의 존재감을 분명하게 남기며 이른바 ‘단종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개인적으로도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역할은 정말 박지훈이 아니면 누가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직 모든 것을 감당하기엔 너무 어린 왕의 슬픔과 두려움을 눈빛 하나만으로 설득해냈고, 그 먹먹한 표정은 영화관을 나와서도 오래 기억에 남았다. 무엇보다 이번 영화의 흥행에는 박지훈의 연기가 차지한 비중이 상당히 컸다고 느껴질 만큼, 작품의 감정선을 끝까지 붙잡아주는 중심 역할을 해냈다. 단연컨데 이번에 가장 자신있게 예측할 수 있는 부문이다.
영화 최우수 연기상(여자) - 문가영 (만약에 우리) 예측
문가영이라는 배우는 오랫동안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로맨스 배우’라는 이미지 안에서 주로 소비되어 왔다. 물론 그 이미지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만약에 우리>는 그 틀 안에 갇혀 있던 배우의 가능성을 완전히 확장시킨 작품처럼 느껴졌다.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라기보다 사랑과 후회, 미련과 선택처럼 쉽게 정리되지 않는 감정들을 다룬다. 문가영이 연기한 인물 역시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과거와, 사랑받고 싶은 현재가 동시에 존재하는 캐릭터다.
특히 버스 안에서 끝내 눈물을 터뜨리는 장면이나, 후반부로 갈수록 먹먹한 표정만으로 감정을 끌고 가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기존 이미지를 스스로 깨고, 그 변화를 실제 연기의 밀도로 증명해냈다는 점에서 올해 여우주연상 후보 가운데서도 강하게 기억될 만한 연기였다.
영화 신인 연기상(여자) - 신시아(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예측
신시아는 이번 작품에서 고등학생 특유의 불안정한 감정선과 청춘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서툰 사랑과 인물의 혼란스러움, 불안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몰입감을 끌어냈고, 감정을 과하게 소비하기보다 담백하게 전달하는 방식이 작품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는 반응이 많았다. 또한 원작 팬들의 기대가 컸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감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색깔로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완성해냈다는 점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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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결과는 언제나 예상 밖의 방향으로 흘러가곤 한다. 그래서 시상식은 늘 더 재미있다. 단순히 누가 더 유명했는지를 넘어, 한 해 동안 어떤 작품과 연기가 사람들에게 오래 남았는지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고,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작품과 배우들을 두고 끝없이 이야기하고 또 토론한다.
2026년 역시 각기 다른 색깔의 콘텐츠들이 치열하게 경쟁했고, 그만큼 한국 콘텐츠 산업이 얼마나 다양해졌는지를 보여준 한 해였다. 과연 올해 백상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내 예측은 얼마나 맞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