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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추상적 낙관주의자 김지원의 '인스피아' 탄생기 [도서/문학]

일에 마음 없는 일

by 정경선 에디터
2025.12.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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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업은 기자다. 기자는 통상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교류하고 그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고 미디어를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고 남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재빠르게 캐치해 내리고 공동체를 위해 사실을 확인해 뉴스로 만들어내고 예리하게 확인하고 현장에 머무르는 작업이다. 그 와중에 사회 정의를 지키고 진실을 밝힌다."

 

김지원 기자(필명 김스피)가 정의한 기자의 순간들과는 다르게 그는 스스로를 기자와 잘 맞지 않는 성향의 소유자라고 말한다. 첫째,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는 직업을 원하지 않았고  둘째, 글로 밥을 먹으며 사대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는 직장이 언론사 밖에 없다고 여겼으며 셋째, 소극적이고 사람 만나는 것을 꺼리는 성격을 가졌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그는 구석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며 창작을 시작했다.


그 시작은 2021년 8월 4일. <일본을 반성한 역사가에 대한 고찰>이라는 뉴스레터였다. 0번부터 4번까지의 글과 정성스러운 맺음말을 모두 읽고 난 뒤, 어렵지만 겪어보고 싶어 욕심이 생겼다. '어렵다'는 감각은 지원 기자와 독자인 나 사이에 존재하는 지식의 간극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그럼에도 욕심이 났다는 것은 이해해보고 싶다는 일종의 정복욕에 가까웠다. 지적 호기심을 지닌 독자라면 이 레터는 분명 취향을 정확히 겨냥했다고 느꼈을 것이다.

 

약 4년간 이어진 이 뉴스레터는 25년 7월 30일 경향신문사 내부 사정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인스피아는 '일에 마음 없는 일'이라는 책으로 한 번 더 연장된다. 뉴스레터로 시작된 지원 기자와의 인연은 이 책을 통해 다시 이어졌고,  나는 기자가 되고 싶은 이유를 점검하기 위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늘 이맘때쯤이면 마음이 잠잠했다가도 들뜨고 다시 불안해지는 상태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책의 초반부에서 지원 기자는 인스피아의 탄생기를 통해 '일'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드러낸다. 그중에서도 두 대목이 특히 인상 깊다. 하나는 “어떤 목표를 정했을 때, 적어도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일들에 얼마나 초점을 맞추고 거기에 공력을 쌓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는 문장이다. 다른 하나는 “아무리 위키식 지식이 쌓여 있어도 그것이 내 안에 창조적인 불을 붙이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는 고백이다.


이 두 인식은 인스피아 론칭 이전인 2021년 5월 무렵, 지원 기자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는 '내가 무엇을 읽고 쓰고 싶은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에서 출발해 가상의 셀프 인터뷰 기사를 작성했다. 뉴스레터가 과연 영감을 줄 수 있을지, '나 같은 사람'은 뉴스레터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속보보다는 오래 읽히는 롱테일 스토리를 선호하는 그는, 어떤 분야의 글이든 독자가 반드시 길어 올릴 수 있는 영감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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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인스피아 캡처본 中>

 

 

실제로 인스피아의 첫 화에는 “<인스피아>는 영감(Inspiration)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레터입니다”라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다. 단문에 지친 독자에게 다양한 분야의 깊은 영감을 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응축된 문장이다.


인스피아 구독자였다가 '일에 마음 없는 일'을 읽는 독자가 된 지금, 그 영감은 독자보다 먼저 지원 기자 자신에게 닿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글을 읽는 도중 촉발되는 강렬한 감정이다. 왜 그런 강렬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지 그 포인트에 최대한 집중한다.

 

예컨대 어떤 책이 사소한 문제를 마치 본질인 것처럼 왜곡한다고 느껴 분노가 일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책을 비판하는 데서 멈춘다면 중요한 신호를 놓치게 된다. 그렇게 느꼈다는 사실 자체가, 해당 문제 너머에 더 중요한 쟁점이있음을 이미 감지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 지점을 발견하는 과정이야말로 그 책을 읽은 가장 큰 의미가 된다.

 

책 105쪽에는 이런 문장이 등장한다. "어떤 현상을 볼 때, 접할 때 내게 조금이라도 의아한 점, 불편하거나 부족함을 느끼는 점이 있다면 그것은 창조나 변혁을 위한 충분히 의미가 있는'신호' 일 수 있다는 점이다." 라는 문장이 나와 있다. 지원 기자는 앞서 세 가지 이유로 기자와 맞지 않는 성향이라 했지만, 이러한 예민함과 세심함이야말로 그가 경향신문에서 13년 이상 일할 수 있었던 핵심 역량이 아니었을까.


종합적으로 '일에 마음 없는 일'은 나에게 조용한 용기를 건넸다. 기자가 되고 싶다는 사명감 이전에, 나는 신문을 읽는 행위를 무엇보다 좋아한다. 기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보다, 신문이라는 세계 안에 머물고 싶다는 마음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신문 읽기는 어느새 내 취향과 감각이 배어든 습관이 되었고,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으로 이어졌다.

 

젊은 감각과 변화하는 트렌드가 중요하다고 믿는 지금, 필요한 곳에 필요한 이야기를 담는 신문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 깊다. 배우고 싶은 언론사의 문을 두드리며 시스템을 체화하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스펙을 다듬는 동시에 나만의 신조는 잃지 않아야 한다. 생각이 많아 머리가 터질 듯한 요즘, 이 책은 그 혼란을 정리할 하나의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특히 지원 기자가 론칭을 앞두고 시도했던 '셀프 인터뷰'는 나 역시 반드시 해보고 싶은 작업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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